검은 잉크의 심연, 그 너머의 백색 침묵... 최병소의 '의미와 무의미'
2026년 2월, 서울의 겨울은 유난히 차갑고 건조하다. 그 메마른 공기 속에서 페로탕 서울 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우리는 거대한 침묵의 벽과 마주하게 된다. 그 벽은 흑색이다. 그러나 단순한 검은색이 아니다. 그것은 수천, 수만 번의 손놀림이 축적되어 만들어낸 시간의 지층이며, 언어 가 물질 로 환원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처절한 사투의 흔적이다. 지난 2025년 9월, 향년 82세를 일기로 타계한 한국 실험미술의 거장 최병소. 그가 세상을 떠난 지 4개월 만에 열리는 이번 전시 《Untitled》(2026. 1. 20. ~ 3. 7. )는 단순한 회고전의 차원을 넘어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