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ew Genesis of the Intellectual Silk Road: EBS 'Great Minds' and the Global Renaissance of K-Academ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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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남김정희최재혁
By박수남 편집장김정희 기자and최재혁 기자

지식의 지정학적 대전환과 제3의 한류

"The New Genesis of the Intellectual Silk Road: EBS
"The New Genesis of the Intellectual Silk Road: EBS 'Great Minds' and the Global Renaissance of K-Academia" [Magazine Kave]

인류 지성사의 흐름을 조망해 볼 때, 지식의 전파는 언제나 권력의 이동과 궤를 같이해왔다. 로마의 가도가 제국의 법과 철학을 날랐듯, 20세기의 지식은 영미권의 대학과 출판사를 중심으로 생산되어 전 세계로 일방적으로 하달되는 구조를 띠고 있었다. 하버드의 강단에서 선포된 이론이 서울의 강의실에 도착하기까지는 시차가 존재했고, 그 흐름은 거스를 수 없는 중력과도 같았다. 그러나 21세기의 두 번째 10년이 저물어가는 지금, 우리는 그 견고했던 지식의 지정학에 미세하지만 분명한 균열이 발생하고 있음을 목격한다.

대한민국의 공영 교육 방송 EBS가 세계 최대의 학술 데이터베이스 플랫폼인 '프로퀘스트(ProQuest)'와 콘텐츠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은, 단순한 방송 콘텐츠의 수출이나 상업적 성취를 넘어선 문명사적 사건이다. 이것은 '위대한 수업(Great Minds)', 이제는 '그렉처(Grecture)'라는 이름으로 진화한 한국의 지식 플랫폼이, 전 세계 3,100여 개 대학 도서관의 심장부로 진입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기 때문이다. K-Pop이 전 세계의 감성을, K-Drama가 전 세계의 서사를 매혹시켰다면, 이제 K-Academic은 전 세계의 이성을 향해 말을 걸기 시작했다.  

매거진 Kave는 이 역사적인 모멘텀을 심층적으로 해부하고자 한다. 우리는 이 계약이 성사되기까지의 지난한 과정, EBS가 구축한 방대한 지적 아카이브의 실체, 그리고 이 콘텐츠를 전 세계 대학의 강단으로 실어 나르는 에듀테크 기업 유비온(Ubion)의 치밀한 전략을 입체적으로 조명할 것이다. 또한, 이 사건이 글로벌 에듀테크 시장과 대한민국의 소프트파워에 던지는 묵직한 함의를 긴 호흡으로 기록한다. 이것은 비즈니스 리포트이자, 21세기 지식의 새로운 실크로드를 걷는 이들을 위한 대서사시이다.

불가능을 기획하다: 공영 방송의 무모한 도전

'위대한 수업'의 시작은 역설적이게도 '결핍'에서 비롯되었다. 지식의 양극화가 경제적 양극화만큼이나 심각해진 현대 사회에서, "세계 최고의 지성을 누구나 무료로 만날 수 있게 하겠다"는 EBS의 기획은 공영 방송이 짊어질 수 있는 가장 무겁고도 고귀한 책무였다. 그러나 그 실행은 현실적인 불가능성에 가까웠다. 노벨상 수상자 한 명을 섭외하는 데에도 수년이 걸리는 학계의 관행 속에서, 전 세계의 석학들을 매일 밤 안방극장에 불러내겠다는 구상은 망상에 가까운 야망으로 치부되기도 했다.  

하지만 EBS는 그 불가능을 현실로 구현해냈다. 시즌 1부터 시즌 3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현재의 '그렉처' 플랫폼으로 진화하기까지 이들이 섭외한 석학의 명단은 현대 지성사의 인명사전 그 자체다. 폴 크루그먼(Paul Krugman)이 코로나 이후의 세계 경제를 진단하고,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가 진화의 비밀을 속삭이며, 유발 하라리(Yuval Harari)가 사피엔스의 미래를 예언한다. 이것은 단순한 강연 프로그램이 아니라, 인류가 도달한 지적 성취의 최전선을 기록하는 '현대판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의 건립이었다.

4K로 기록된 지혜: 다큐멘터리와 강의의 경계를 허물다

'위대한 수업'이 프로퀘스트라는 까다로운 관문을 통과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요인 중 하나는 압도적인 '제작 품질(Production Quality)'에 있다. 기존의 대학 강의 영상들이 가진 칙칙한 조명과 정적인 앵글은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인 현대의 대학생들에게 더 이상 소구력을 갖지 못한다. EBS는 다큐멘터리 명가로서 축적해온 4K UHD 제작 노하우를 강연 프로그램에 이식했다.  

석학들의 주름진 얼굴에 서린 연륜을 포착하는 클로즈업, 복잡한 이론을 직관적으로 시각화하는 모션 그래픽, 그리고 시청자의 몰입을 유도하는 내러티브 중심의 편집은 학술 콘텐츠를 '시네마틱(Cinematic)'한 경험으로 승화시켰다. 이는 프로퀘스트의 '아카데믹 비디오 온라인(AVON)'이 추구하는 "참여형 교실(Engaged Classrooms)"의 비전과 정확히 일치했다. 도서관의 서가에 꽂힌 텍스트가 아니라, 살아서 움직이며 학생들의 동공을 확장시키는 영상 교재. 이것이 바로 글로벌 학술 시장이 기다려온 '프리미엄 지식 콘텐츠'의 전형이었다.  

노벨의 향연: 지식의 최정상을 점령하다

이 거대한 아카이브의 핵심은 단연 '노벨 마인즈(Nobel Minds)'라 불리는 노벨상 수상자들의 라인업이다. 프로퀘스트와의 계약은 이 콘텐츠들이 가진 학술적 권위(Authority)에 대한 인증과도 같다. 우리는 이 라인업을 통해 EBS가 구축한 지적 자산의 밀도를 가늠해 볼 수 있다.

"The New Genesis of the Intellectual Silk Road: EBS
"The New Genesis of the Intellectual Silk Road: EBS 'Great Minds' and the Global Renaissance of K-Academia" [Magazine Kave]

이 외에도 135명이 넘는 석학들이 정치, 사회, 역사, 철학, IT, 예술 등 11개 학문 분과를 망라하며 1,300여 개의 강연을 쏟아냈다. 이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는 단순한 정보의 나열이 아니다. 그것은 21세기 인류가 마주한 기후 위기, 불평등, 민주주의의 위기, 기술의 독주 등 복합적인 난제에 대한 '집단 지성'의 해답지이다.  

프로퀘스트(ProQuest): 세계 지성의 관문이자 까다로운 문지기

EBS의 콘텐츠가 넷플릭스가 아닌 프로퀘스트로 향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중에게는 낯설 수 있지만, 학술계에서 프로퀘스트라는 이름이 갖는 무게감은 절대적이다. 미국 미시간주 앤아버에 본사를 둔 프로퀘스트는 전 세계 160여 개국, 3,100개 이상의 대학과 도서관에 학술 정보를 공급하는 거대한 파이프라인이다.  

이곳은 전 세계의 석박사 학위 논문, 주요 학술지, 그리고 1차 사료들이 집결하는 데이터의 댐이다. 연구자들에게 프로퀘스트는 연구의 시작점이자 종착점이다. 이곳에 등재된다는 것은 전 세계 학계의 주류 담론 시스템(Mainstream Discourse System) 안으로 편입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넷플릭스가 엔터테인먼트의 전당이라면, 프로퀘스트는 지식의 전당이다. EBS '위대한 수업'은 이 계약을 통해 '볼만한 영상'을 넘어 '인용 가능한 학술 자료(Citable Academic Resource)'로서의 지위를 획득한 것이다.

아카데믹 비디오 온라인(AVON): 영상 도서관의 혁명

구체적으로 EBS의 콘텐츠가 탑재되는 곳은 프로퀘스트의 '아카데믹 비디오 온라인(Academic Video Online, 이하 AVON)'이다. AVON은 전 세계 도서관들이 구독하는 가장 방대하고 포괄적인 영상 스트리밍 구독 서비스다. 이곳에는 BBC, PBS, 60 Minutes, 월스트리트저널, 블룸버그 등 서구권의 유력 언론 및 방송사들의 다큐멘터리와 뉴스릴 85,000여 편이 서비스되고 있다.  

이 거인들의 틈바구니에 EBS가 한국 방송사 최초로, 그것도 단발성 공급이 아닌 대규모 시리즈 계약으로 입성했다는 것은 한국 콘텐츠의 위상이 어디까지 올라왔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AVON은 단순한 다시보기 서비스가 아니다. 이곳의 영상들은 철저하게 교육과 연구를 위해 설계되어 있다.

  • 메타데이터의 마법: 모든 영상은 학술적 분류 체계에 따라 태깅된다. '폴 크루그먼'의 강연은 경제학, 국제 관계, 공공 정책 등의 키워드로 분류되어, 관련 논문을 검색하는 연구자에게 추천된다.  

  • 상호작용 기능 (Interactive Functionality): 교수들은 영상을 수업 교재로 활용하며 영상 중간에 퀴즈나 토론 주제를 삽입할 수 있다. 이는 수동적인 시청을 능동적인 학습으로 전환시킨다.  

  • 영구적 접근권 (Perpetual Access): 도서관은 구독뿐만 아니라 'Build by Choice' 프로그램을 통해 영구 소장할 콘텐츠를 선택할 수 있다. EBS의 콘텐츠가 전 세계 대학 도서관의 영구 장서로 남게 된다는 뜻이다.

B2B2C: 대학 도서관을 뚫는 영리한 전략

이번 계약의 유통 구조는 일반적인 B2C(기업 대 소비자) 방식이 아닌 B2B2C(기업 대 기업 대 소비자) 모델을 따른다. 넷플릭스나 유튜브 프리미엄처럼 개별 학생에게 과금하는 것이 아니라, 대학 도서관이 라이선스를 구매하고 소속 학생과 교수진 전체에게 무료로 개방하는 방식이다.  

이 전략은 매우 영리하고도 파괴적이다.

  1. 즉각적인 스케일업(Scale-up): 개별 가입자를 모을 필요 없이, 계약 체결 즉시 수천만 명의 대학생과 연구자에게 노출된다.

  2. 공신력 확보(Credibility): 대학 도서관 홈페이지를 통해 접속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콘텐츠의 신뢰도는 수직 상승한다.

  3. 지속 가능한 수익 모델: 대학의 예산은 개인의 지갑보다 안정적이다. 한 번 채택된 교재나 참고 자료는 수년간 지속되는 경향이 있어, 장기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  

설계자 유비온(Ubion): K-에듀테크의 영토 확장

EBS가 콘텐츠라는 '원석'을 제공했다면, 이를 가공하여 글로벌 시장에 '보석'으로 유통한 주역은 에듀테크 기업 유비온(Ubion)이다. 2000년 설립 이래 대한민국 이러닝 1세대를 이끌어온 유비온은 단순한 유통 대행사가 아니다. 이들은 국내 대학 LMS(학습관리시스템) 시장 점유율 1위인 '코스모스(Coursemos)'를 운영하며, 대학 교육의 디지털 전환(DX)을 최전선에서 지휘해 온 베테랑이다.  

유비온에게 이번 프로퀘스트 계약은 기업의 정체성을 '시스템 공급자'에서 '지식 IP 플랫폼 기업'으로 확장하는 퀀텀 점프(Quantum Jump)다. 2024년 4월부터 '위대한 수업'의 글로벌 서비스 운영권을 확보한 유비온은, 방송용으로 제작된 콘텐츠를 학술용 데이터베이스에 적합한 형태로 재가공(re-packaging)하는 치밀한 작업을 수행했다.  

ODA로 다진 기초 체력, 선진국 시장으로의 도약

유비온의 글로벌 감각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이들은 지난 10여 년간 우즈베키스탄, 베트남, 콜롬비아, 파라과이 등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한 교육 ODA(공적개발원조) 사업을 수행하며 'K-Edu'의 수출길을 닦아왔다. 개발도상국의 열악한 인프라 환경에서 이러닝 시스템을 구축해 본 경험은, 역설적으로 가장 선진화된 시장인 미국과 유럽의 학술 시장을 공략하는 데 필요한 유연성과 기술적 내공을 길러주었다.  

'300만 불 수출의 탑' 수상은 이러한 노력의 중간 성적표일 뿐이다. 이제 유비온은 시스템을 깔아주는 '건설업자'에서, 그 위를 달리는 최고급 열차인 '위대한 수업'을 공급하는 '운송 사업자'로 변모했다. 이는 수익성 측면에서도 획기적인 전환이다. 용역 중심의 ODA 사업은 일회성 수익에 그치지만, IP 라이선싱 사업은 구독형 수익(Recurring Revenue)을 창출하며 기업 가치를 재평가받게 한다.

2026년 1월, 유비온은 '위대한 수업'의 글로벌 서비스명을 '그렉처(Grecture)'로 리브랜딩하고 새로운 도메인(
www.grecture.com)을 오픈했다. 'Great'와 'Lecture'의 합성어인 이 새로운 이름은, 단순한 아카이빙을 넘어 AI 기술이 접목된 차세대 학습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유비온이 보유한 '코스모스 트랜스퍼' 기술과 AI 번역 기술은 언어의 장벽을 허문다. 한국어로 제작된 강의라 할지라도(물론 위대한 수업의 대부분은 영어 원어 강의지만), 실시간 AI 자막과 번역 기능을 통해 전 세계 어떤 언어권의 학생들도 모국어로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또한, AI 챗봇을 통한 학습 튜터링, 개인화된 큐레이션 기능은 '그렉처'를 단순한 비디오 플레이어가 아닌 '지능형 학습 동반자'로 격상시킨다. 이는 유비온이 지향하는 'AI Vision Lounge'의 철학과 맞닿아 있다.  

세계가 주목하는 대한민국의 큐레이션 "기후 위기의 최전선: 'Focus On'"

프로퀘스트가 특히 주목한 대목 중 하나는 '위대한 수업'이 다루는 주제의 시의성(Timeliness)이다. 대표적인 것이 기후 변화와 지속 가능한 발전(SDGs)을 다루는 'Focus On' 시리즈다.  

  • 제프리 삭스(Jeffrey Sachs): UN의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 대표인 그는 경제학적 관점에서 기후 위기의 해법을 모색한다. 탄소세, 에너지 전환, 그리고 글로벌 거버넌스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그의 강의는 정책 입안자와 행정학 전공자들에게 필수적인 텍스트다.

  • 이안 레드먼드(Ian Redmond) - 정글북의 현실: '고릴라의 친구'로 불리는 영국의 생물학자 이안 레드먼드의 강의는 압도적인 현장감을 선사한다. 그는 1976년부터 다이앤 포시 박사와 함께 마운틴 고릴라를 연구했던 경험, 밀렵꾼의 손에 친구였던 고릴라 '디짓(Digit)'을 잃은 비극적인 일화를 덤덤하지만 강력한 어조로 증언한다. 코끼리 상아 밀렵이 경제적 동기에서 비롯되었음을 밝히는 '코끼리 경제학(Elephant Economics)'은 생태학과 경제학을 연결하는 통섭의 전범(典範)을 보여준다.  

이러한 콘텐츠는 최근 대학 교육에서 강조되는 '학제 간 연구(Interdisciplinary Studies)'의 훌륭한 교재가 된다. 환경공학도는 제프리 삭스에게서 정책을 배우고, 경제학도는 이안 레드먼드에게서 생태계의 가치를 배운다. 이것이 바로 프로퀘스트가 추구하는 '다학제적(Multidisciplinary)' 가치다.

역사의 재해석: 서구 중심주의를 넘어서

'위대한 수업'은 서구 학자들만의 독무대가 아니다. 이 플랫폼은 아시아의 시각에서 세계사를 재조명하는 균형 감각을 갖추고 있다.

  • 알렉시스 더든(Alexis Dudden): '한국과 일본: 아직 끝나지 않은 현대사'를 강의한 그녀는 코네티컷 대학의 역사학 교수로, 제국주의와 식민 지배의 유산이 어떻게 현재의 동북아 갈등을 규정하고 있는지를 날카롭게 분석한다. 이는 서구권 학생들에게 낯선 한일 관계의 특수성을 보편적인 탈식민주의 담론으로 확장시켜 이해하게 돕는다.  

  • 팡 베이천(Fang Beichen): '촉한의 영웅들'을 통해 삼국지의 세계를 정사(正史)의 관점에서 풀어낸다. 이는 동양 고전에 대한 서구권의 오리엔탈리즘적 호기심을 학술적 탐구의 영역으로 끌어올린다.  

또한 존 로버트 맥닐(John Robert McNeill)의 '환경의 역사'는 인류세(Anthropocene)라는 새로운 지질시대의 관점에서 산업혁명 이후의 역사를 재서술한다. 그는 '대가속(The Great Acceleration)'이라는 개념을 통해 1945년 이후 인류가 지구 환경에 미친 파괴적인 영향력을 데이터로 입증한다.

현대 사회의 병리 현상 진단

상아탑의 이론에만 머물지 않고, 현대인의 구체적인 삶의 문제를 파고드는 강연들도 돋보인다.

  • 애나 렘키(Anna Lembke) - 도파민의 시대: 스탠퍼드 의대 교수인 그녀는 스마트폰과 SNS 중독이 만연한 현대 사회를 '도파민 과잉의 시대'로 규정한다. 쾌락과 고통의 시소 매커니즘을 뇌과학적으로 설명하며, 디지털 디톡스와 균형 잡힌 삶의 회복을 제안하는 그녀의 강의는 전 세계 대학생들에게 즉각적인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 자크 아탈리(Jacques Attali) - 생명 경제: 프랑스의 지성 자크 아탈리는 현재의 경제 시스템을 '죽음의 경제(Economy of Death)'로 명명하며 도발적인 화두를 던진다. 그는 화석 연료와 전쟁, 낭비에 의존하는 경제를 타파하고, 보건, 교육, 문화 등 생명을 살리는 분야가 주도하는 '생명 경제(Economy of Life)'로의 전환만이 인류의 멸종을 막을 수 있다고 역설한다.

글로벌 에듀테크 전장(Battlefield)과 한국의 승부수

전 세계 교육 시장은 바야흐로 폭발적인 성장기를 맞이하고 있다. 홀론IQ(HolonIQ)의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교육 시장 규모는 2030년까지 10조 달러(약 1경 3천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은 교육의 디지털 전환을 10년 이상 앞당겼으며, 비대면 동영상 강의는 이제 '선택'이 아닌 '기본값(Default)'이 되었다.  

이 거대한 시장에는 이미 마스터클래스(MasterClass), 코세라(Coursera), 테드(TED)와 같은 공룡들이 포진해 있다. 그러나 EBS '위대한 수업'은 이들과 뚜렷하게 차별화되는 포지셔닝을 취한다.  

"The New Genesis of the Intellectual Silk Road: EBS
"The New Genesis of the Intellectual Silk Road: EBS 'Great Minds' and the Global Renaissance of K-Academia" [Magazine Kave]

마스터클래스가 '영감'을 팔고 코세라가 '수료증'을 판다면, EBS는 '지적 권위(Intellectual Authority)'를 판다. 프로퀘스트와의 계약은 바로 이 '권위'를 학술 시장이 인정했다는 증거다. 마스터클래스의 고든 램지 요리 강좌는 재미있지만 대학 도서관이 구독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EBS의 폴 너스 생물학 강의는 대학 도서관의 필수 소장 목록이 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그렉처'가 가진 대체 불가능한 경쟁력이다.

K-콘텐츠의 진화: 하드파워에서 스마트파워로

대한민국의 대외 이미지는 지난 수십 년간 극적인 변화를 겪었다. 삼성과 현대로 대표되는 제조업의 '하드파워', BTS와 오징어 게임으로 대표되는 대중문화의 '소프트파워'를 지나, 이제 대한민국은 지식과 교육을 통해 세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스마트파워(Smart Power)'의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EBS '위대한 수업'은 한국이 단순히 '잘 노는 나라'가 아니라 '깊이 생각하는 나라'임을 보여주는 증거다. 한국의 공영 방송사가 전 세계 지성인들을 불러 모아 판을 깔고, 그 결과물을 다시 전 세계 대학에 공급한다는 시나리오는 한국이 글로벌 지식 네트워크의 '허브(Hub)'로서 기능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이는 조셉 나이(Joseph Nye)가 말한 매력 자산의 궁극적인 형태다.

지식 민주주의의 완성을 향하여

2026년을 기점으로 '그렉처'는 단순한 VOD 서비스를 넘어 AI 기반의 에듀테크 플랫폼으로 진화한다. 유비온의 기술력은 이 플랫폼을 살아있는 유기체로 만들 것이다.  

  • 초개인화된 학습 경로: AI가 학습자의 관심사와 수준을 분석하여 1,300여 개의 강의 중 가장 필요한 챕터를 추천한다.

  • 지식의 바벨탑 붕괴: 실시간 AI 통번역 기술은 언어의 장벽을 완전히 허물 것이다. 한국의 학생이 프랑스 석학의 강의를 한국어로 듣고, 브라질의 학생이 한국 석학의 강의를 포르투갈어로 듣는 세상이 온다.  

  • 메타버스 캠퍼스: 향후에는 메타버스 기술과 결합하여, 석학의 아바타와 가상 공간에서 토론하는 몰입형 학습도 가능해질 것이다

하나의 지구가 하나의 교실이 되다

EBS와 프로퀘스트, 그리고 유비온이 써 내려가는 이 거대한 서사시는 결국 '지식 민주주의'라는 하나의 지향점을 향해 흐른다. 과거에는 하버드나 옥스퍼드의 학생들만이 누릴 수 있었던 지적 호사를, 이제는 인터넷이 연결된 곳이라면 우즈베키스탄의 시골 학교에서도, 남미의 작은 도서관에서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은 진정한 의미의 '위대한 수업'이다. 수업의 위대함은 강연자의 명성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그 지식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키고, 얼마나 넓은 세상으로 퍼져나가는가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프로퀘스트라는 거대한 배에 실려 전 세계로 출항하는 EBS의 콘텐츠는 21세기의 '지적 실크로드'를 개척하고 있다. 그 길 위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은 '문화 강국'을 넘어 '지식 강국'으로, '콘텐츠 생산자'를 넘어 '문명사적 기여자'로 격상될 것이다. 매거진 Kave는 이 위대한 항해의 시작을 기록하며, 그 끝에 도달할 지식의 신대륙을 가슴 벅차게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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