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랑 통역 되나요? (Can This Love Be Translated? VS 오늘부터 인간입니다만 (No Tail to T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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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희
By 김정희 기자

2026년 1월의 빅매치...로맨스와 판타지의 대격돌

[K-DRAMA 24] 이 사랑 통역 되나요? (Can This Love Be Translated? VS 오늘부터 인간입니다만 (No Tail to Tell) [Magazine Kave]
[K-DRAMA 24] 이 사랑 통역 되나요? (Can This Love Be Translated? VS 오늘부터 인간입니다만 (No Tail to Tell) [Magazine Kave]

2026년 1월 16일은 글로벌 K-드라마 팬들에게 'D-Day'로 각인되어 있다.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동시 공개되거나, 글로벌 스트리밍을 시작하는 두 편의 대작이 정면 승부를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두 작품은 각각 '언어'와 '존재'라는 서로 다른 테마를 통해 로맨스 장르의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이 사랑 통역 되나요? (Can This Love Be Translated?)...불통의 시대, 사랑을 번역하다

〈이 사랑 통역 되나요?〉는 〈환혼〉, 〈호텔 델루나〉 등을 집필하며 판타지 로맨스의 대가로 불리는 '홍자매(홍정은, 홍미란)' 작가의 신작이라는 점에서 기획 단계부터 글로벌 팬덤의 레이더망에 포착되었다. 전작들이 귀신, 영혼, 술사 등 비현실적 존재를 통해 사랑을 이야기했다면, 이번 작품은 '다중 언어 통역사'라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전문적인 직업군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에서 작가 세계관의 변곡점을 시사한다.  

연출은 〈붉은 단심〉을 통해 감각적인 영상미와 섬세한 감정 연출을 인정받은 유영은 감독이 맡았다. 일본, 캐나다, 이탈리아 등 다국적 로케이션 촬영은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 주인공들이 처한 '소통의 단절'과 '낯선 공간에서의 설렘'을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핵심 장치로 작용한다.

드라마의 서사는 극단적으로 다른 성향을 가진 두 남녀의 충돌과 융합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 주호진 (김선호 분): 영어, 일본어, 이탈리아어 등 다국어에 능통한 천재 통역사다. 그는 언어적 정확성을 신봉하며, 직업적으로나 사적으로나 '오역'을 용납하지 않는 완벽주의자다. 김선호는 특유의 딕션과 젠틀한 이미지를 활용하여, 타인의 말은 완벽하게 통역하지만 정작 자신의 감정 표현에는 서툰 '뇌섹남'의 이중적인 매력을 극대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의 캐릭터는 소통 과잉의 시대에 역설적으로 고립된 현대인의 자화상을 대변한다.  

  • 차무희 (고윤정 분): 좀비 영화 한 편으로 일약 글로벌 톱스타가 된 여배우다. 그녀는 계산 없이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출하는 직관적인 인물이다. 고윤정은 화려한 비주얼 뒤에 숨겨진 엉뚱하고 발랄한 에너지를 통해, 통제 불가능한 스타의 매력을 발산하며 주호진의 이성적인 세계를 뒤흔든다.

이 드라마의 가장 큰 흥미 요소는 '통역'이라는 행위가 갖는 로맨스적 긴장감이다. 일본의 인기 배우 후쿠시 소타가 '히로' 역으로 합류하여 국제적인 삼각관계를 형성한다. 히로가 무희에게 건네는 고백을 호진이 통역해야 하는 상황, 혹은 질투심에 눈먼 호진이 의도적으로 오역을 하거나 뉘앙스를 왜곡하는 장면들은 '언어'가 권력이자 장애물이 되는 로코 특유의 상황극을 연출한다.  드라마는 "가장 어려운 언어는 당신의 언어(The hardest language is yours)"라는 태그라인처럼, 언어가 통한다고 해서 마음이 통하는 것은 아니라는 역설을 탐구한다.

화제성만큼이나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소셜 미디어와 커뮤니티에서는 홍자매 작가의 과거 표절 논란과 캐스팅 관련 이슈로 인해 작품을 'Problematic(문제적)'으로 분류하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특히 김선호의 과거 사생활 이슈와 후쿠시 소타의 과거 발언 등이 일부 시청자들에게 진입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드라마가 이러한 노이즈를 작품성으로 극복할 수 있을지가 초반 흥행의 관건이 될 것이다.

오늘부터 인간입니다만 (No Tail to Tell)...K-크리처물의 세대교체와 MZ 구미호의 탄생

같은 날인 1월 16일 공개되는 〈오늘부터 인간입니다만〉은 한국의 전통 요괴인 '구미호'를 2026년의 시각으로 완전히 비틀어버린 판타지 로맨틱 코미디다. 기존의 K-드라마에서 구미호가 인간이 되기 위해 100일간 쑥과 마늘을 먹거나, 인간의 간을 탐하는 등 '인간 동경'의 서사를 따랐다면, 이 작품은 그 전제 자체를 부정한다.

  • 은호 (김혜윤 분): 900년을 살아온 구미호지만, 그녀에게 인간이 되는 것은 '지루한 노화'와 '사회적 책임'을 의미할 뿐이다. 은호는 영원한 젊음과 미모, 그리고 마법 같은 능력을 즐기며 살아가는 'Gen Z(Z세대) 구미호'다. 〈선재 업고 튀어〉로 글로벌 스타로 도약한 김혜윤은 이 역할을 통해 기존의 청순하거나 처연한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욕망에 솔직하고 주체적인 캐릭터를 선보인다.  

  • 강시열 (로몬 분): 자의식 과잉의 축구 스타로, 완벽한 외모와 실력을 갖췄지만 인성은 바닥인 인물이다. 은호와의 사고로 인해 꼬여버린 운명 속에서, 그는 혐관(혐오 관계)에서 시작해 점차 은호에게 빠져드는 전형적이면서도 매력적인 로코 남주의 전철을 밟는다.

이 드라마는 기획 단계부터 숏폼 플랫폼(TikTok, YouTube Shorts)을 겨냥한 연출이 돋보인다. 예고편과 하이라이트 영상은 공개 직후 누적 조회수 6,000만 뷰를 돌파하며 tvN 드라마 사전 콘텐츠 중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특히 김혜윤과 로몬의 '업고 튀기' 포스터나 코믹한 상황극은 밈(Meme)으로 재생산되며, 1020 세대 시청자들에게 강력한 소구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는 콘텐츠의 소비 패턴이 '본방 사수'에서 '숏폼 공유'로 이동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신작에 대한 기대감만큼이나, 2025년에 공개되어 평단과 대중의 만장일치 찬사를 받은 작품들은 2026년에도 여전히 높은 트래픽을 유지하며 '스테디셀러'의 위엄을 과시하고 있다.

폭싹 속았수다 (When Life Gives You Tangerines)...평범함의 위대함을 증명하다

아이유(이지은)와 박보검 주연의 〈폭싹 속았수다〉는 2025년 3월 공개 이후, 단순한 로맨스 드라마를 넘어선 '시대의 기록'이자 '인생 드라마'라는 평가를 받았다. 미국의 시사 주간지 TIME은 이 작품을 "2025년 최고의 K-드라마이자, 올해 최고의 TV 시리즈 중 하나"로 선정하며 이례적인 극찬을 보냈다. 타임지는 "누구나 판타지를 특별하게 만들 수는 있지만, 평범함을 그 복잡성과 질감을 잃지 않으면서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드물고 귀한 성취(rare and precious feat)"라고 평하며, 드라마가 보여준 일상성의 미학에 주목했다.

드라마는 195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는 제주도를 배경으로, '요망진 반항아' 애순(아이유/문소리 분)과 '팔불출 무쇠' 관식(박보검/박해준 분)의 일대기를 다룬다. 〈나의 아저씨〉의 김원석 감독과 〈동백꽃 필 무렵〉의 임상춘 작가는 과거와 현재를 교차 편집하는 방식을 통해, 청춘의 반짝임과 노년의 묵직함을 동시에 포착했다. 특히 제주 방언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대사는 자막을 통해 번역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 담긴 정서적 울림이 글로벌 시청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팬들과 비평가들이 꼽는 최고의 명장면은 단연 3화의 '바다 수영' 씬이다. 서울로 떠나는 배에 탔던 관식(박보검)이, 홀로 제주에 남겨질 애순(아이유)에 대한 걱정과 그리움을 이기지 못하고 바다로 뛰어들어 헤엄쳐 돌아오는 장면이다. 이는 다소 비현실적일 수 있는 설정이지만, 박보검의 순수한 연기와 김원석 감독의 서정적인 연출이 더해져 "사랑의 물성을 시각화한 최고의 장면"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이 장면은 관식이라는 캐릭터가 가진 우직하고 헌신적인 사랑(agape love)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2026년 상반기 K-콘텐츠 시장은 '포스트 오징어 게임'의 그늘에 머무르지 않고, 스스로 빛을 내는 다채로운 작품들로 채워지고 있다. 슈퍼히어로물 〈캐셔로〉가 보여줄 스펙터클과는 별개로, 로맨스와 판타지, 휴먼 드라마 진영에서는 더 깊고, 더 새롭고, 더 글로벌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특히 1월 16일은 K-로맨스의 진화를 확인하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다. 언어의 장벽을 넘는 김선호와 고윤정, 종의 장벽을 넘는 김혜윤과 로몬의 대결은 시청자들에게 즐거운 선택의 고민을 안겨줄 것이다. 또한, 아직 〈폭싹 속았수다〉를 보지 못한 시청자라면, 2025년이 남긴 가장 아름다운 유산을 감상하며 2026년의 새로운 파도를 맞이할 준비를 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K-드라마는 이제 장르의 규칙을 따르는 것을 넘어, 장르의 규칙을 새로 쓰고 있다. 글로벌 독자들은 이 역동적인 변화의 최전선에서 가장 흥미로운 목격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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