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된 쇠맛 넘었다"… 에스파, 전원 자작곡으로 증명한 202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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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혜
By 서인혜 기자

카리나·닝닝·지젤·윈터 4인 4색 솔로 무대… 홍콩서 울려 퍼진 '아티스트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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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파(aespa), '대리된 자아(Avatar)'의 껍질을 깨다… '창작의 주체'로 선 2026년의 선언 [Magazine Kave]

2026년 2월, 홍콩 아시아월드 아레나를 채운 함성은 단순한 열광을 넘어선 '목격의 증언'이었다. 기획된 세계관 속 '아바타(ae)'와 공존하던 에스파가, 세계관을 스스로 조립하고 확장하는 '아티스트'로 자립했음을 선포했기 때문이다.

지난 7일과 8일 양일간 개최된 '2025 aespa LIVE TOUR - SYNK : aeXIS LINE'은 그룹의 커리어 하이를 증명하는 분기점이었다. 미니 6집 타이틀곡 'Rich Man'의 화려함 이면에 배치된 멤버 4인의 자작곡 무대는 에스파가 더 이상 SM엔터테인먼트의 기획력에만 의존하는 존재가 아님을 방증했다.

◇ 4인 4색 독법(讀法), '수동적 피조물' 탈피하다

이번 공연의 백미는 단연 멤버들이 직접 작사·작곡에 참여한 솔로 무대였다. 이들은 그룹의 정체성인 '디지털과 현실의 결합'을 각자의 언어로 재해석했다.

리더 카리나의 자작곡 'GOOD STUFF'는 힙합 베이스의 강렬한 비트 위에 리더로서의 내공을 얹었다. 타인의 시선이 아닌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하겠다는 선언적 메시지는 'Next Level'의 기계적 강렬함을 인간 카리나의 주체적인 멋으로 치환했다.

닝닝의 'Ketchup And Lemonade'는 제목부터 전형성을 파괴했다. 이질적인 소재의 결합을 팝적인 감각으로 풀어내며, 에스파 특유의 '혼종성(Hybridity)'이 곧 자신의 본질임을 유니크한 멜로디로 설파했다.

지젤의 'Tornado'는 그룹의 음악적 뿌리를 가장 직접적으로 계승했다. 휘몰아치는 랩과 다크한 무드는 '광야'의 혼돈을 청각화했으나, 시스템이 부여한 미션이 아닌 스스로 통제하는 파괴력이라는 점에서 차별점을 뒀다.

윈터는 자작곡 'Blue'를 통해 디지털 서사 뒤에 숨겨진 감정의 심연을 파고들었다. '쇠맛'으로 대변되는 금속성 이미지 이면에 존재하는 아티스트의 고뇌와 서정성을 드러내며 세계관에 인간적인 호흡을 불어넣었다.

◇ '싱크(SYNK)'의 재정의: 아바타를 넘어 내면으로

그간 에스파의 핵심 키워드인 '싱크(SYNK)'가 현실과 가상 아바타의 연결을 의미했다면, 2026년 홍콩 공연을 기점으로 그 의미는 재정의됐다. 이제 '싱크'는 멤버들이 자신의 내면과 음악을 일치시키는 창작의 과정을 뜻한다.

타이틀곡 'Rich Man'과 신곡 'Drift'에서 보여준 사운드의 진화는 멤버들의 창작 역량이 그룹 전체의 디스코그래피를 견인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누군가가 재단해 준 옷을 입는 '인형'에서, 직접 스타일링을 주도하는 '디자이너'로 거듭난 셈이다.

2026년, 에스파는 홍콩을 시작으로 마카오, 자카르타 등 아시아 전역을 휩쓸 예정이다. 이들의 여정이 주목받는 이유는 티켓 파워 때문만이 아니다. '아바타'라는 거대한 설정조차 도구로 활용할 줄 아는 진짜 아티스트들의 무대가 비로소 열렸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 만들어진 신화가 아닌 스스로 써 내려가는 신화의 첫 페이지를 목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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