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Romance, No Problem: How 'Undercover Miss Hong' Broke the Netflix Drama Slu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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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AM PARK
By SUNAM PARK 편집장

From the 1997 IMF crisis to Room 301's powerful sisterhood, explore why international viewers are obsessed with this spicy Korean office survival story.

From the 1997 IMF crisis to Room 301
From the 1997 IMF crisis to Room 301's powerful sisterhood, explore why international viewers are obsessed with this spicy Korean office survival story.[Magazine Kave=ParkSunam]

[Magazine Kave=박수남 기자] 최근 넷플릭스를 켜놓고 뭘 볼지 30분 넘게 스크롤만 내리다 결국 TV를 꺼버린 적 있지 않나요? 이른바 '드라마 슬럼프'에 빠져있던 전 세계 시청자들을 구원한 건, 수백억 원이 투입된 화려한 디스토피아물도, 뻔하디뻔한 재벌 3세와의 로맨틱 코미디도 아니었습니다. 그 주인공은 바로 1997년, 대한민국 외환위기(IMF)라는 칙칙하고 매운맛 역사를 배경으로 한 tvN 드라마 '언더커버 미쓰홍'입니다.

글로벌 차트 9위에 안착하며 전 세계를 뒤흔든 이 묘한 매력의 오피스 추적극. 과연 글로벌 팬들은 국경과 문화의 장벽을 넘어 이 지극히 '한국적인' 과거의 트라우마에 왜 이토록 열광하는 걸까요?

할리우드 히어로물에 타노스가 있다면, '언더커버 미쓰홍'에는 '1997년 경제 위기'라는 통제 불가능한 괴물이 있습니다. 한민투자증권이라는 평범한 직장이 국가 부도라는 소용돌이 속에서 어떻게 가장 먼저 직원들을 가차 없이 배신하는지, 드라마는 소름 돋게 묘사하죠.

특히 영업점 텔러 김미숙이 구조적 모순과 고객들의 소송 폭탄을 온몸으로 맞고 벼랑 끝에 몰리는 장면, 그리고 강필범 회장이 "그저 개인의 극단적인 선택일 뿐"이라며 꼬리를 자르는 모습은 전 세계 직장인들의 뼈를 때렸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나 최근 기술 기업들의 대규모 해고 사태를 겪은 서구권 팬들에게, 이 장면은 1997년 한국의 과거가 아니라 2026년 현재 자신들의 목을 조르는 보편적 공포 그 자체니까요.

여기에 글로벌 팬들을 경악하게 만든 기막힌 '한국적 요소(Korean Elements)'가 등장합니다. 바로 '금 모으기 운동'이죠. 국가 빚을 갚겠다고 아버지 홍춘섭이 딸들의 옥반지를 내놓는 장면에서 해외 팬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아니, 부패한 기업과 정치가 싼 똥을 왜 평범한 국민들이 애기 돌반지까지 팔아서 치워주는 거야?!"라는 멘붕과 함께, 거대한 폭력 앞에서 발현되는 민초들의 숭고한 연대 의식에 묘한 경외감을 느끼게 된 겁니다.

아무리 박신혜라도 35살 금감원 조사역이 20살 고졸 신입사원으로 완벽하게 위장한다는 건 솔직히 무리수 아니냐고요? 해외 팬들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1회에서 깜짝 카메오로 등장한 걸그룹 ITZY(있지)의 유나가 '친동생'으로 나와 언니 박신혜를 20살처럼 보이게 하려고 촌스럽게(?) 메이크오버 해주는 장면은 그야말로 신의 한 수였습니다!

머리에 유치한 핑크색 핀을 잔뜩 꽂고도 절대 20살 같지 않다는 걸 제작진도, 배우도 너무나 잘 압니다. 하지만 드라마는 이를 감추려 하기보다 오히려 뻔뻔한 자조적 유머로 엮어내죠. 글로벌 커뮤니티 레딧(Reddit)에서는 "박신혜가 연기력으로 멱살 잡고 캐리한다", "나를 드라마 슬럼프에서 완벽히 꺼내줬다"는 찬사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시스템이 젊은 여성 노동자에게 요구했던 '해맑고 순종적인' 페르소나를 역이용해 치명적인 스파이 짓을 벌이는 홍금보의 무기화된 매력은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합니다.

자, 이제 남자 주인공 이야기를 해볼까요? 신정우 대표 역의 고경표는 기존 로맨스 드라마의 '백마 탄 본부장님' 공식을 산산조각 냅니다. 그는 오직 숫자에만 집착하며 회사의 이익을 위해 약자를 희생시키는 자본주의의 냉혈한이죠.

재미있는 건 글로벌 팬들의 반응입니다. 예전 같았으면 "그래도 둘이 언제 사랑에 빠져?"를 외쳤겠지만, 2026년의 시청자들은 완전히 다릅니다. "금보가 신정우를 오직 업무 파트너로만 대해서 너무 좋다. 제발 억지로 여자가 남자를 좋아하게 만들지 마라! 로맨스는 전혀 필요 없다"며 결사반대를 외치고 있죠. 외모에 대한 피상적인 악플을 넘어서, 캐릭터의 찌질하고 현실적인 면모를 훌륭하게 소화해 내는 고경표의 연기력에 대한 글로벌 팬들의 성숙한 지지도 눈에 띕니다.  

억지 로맨스가 빠진 빈자리를 꽉 채우는 건, 서울시립 여성 근로자 기숙사 '301호' 언니들의 피 튀기는 워맨스입니다. 독불장군 금보, 전과자 오빠를 둔 복희, 워킹맘 미숙, 그리고 회장님의 숨겨진 딸 노라까지. 살벌하게 기싸움을 하던 이들이 서로의 밑바닥을 확인하고 거대 자본에 맞서 공범으로 진화하는 과정은, 그 어떤 달달한 러브라인보다 짜릿한 아드레날린을 폭발시킵니다.

무엇보다 저를 가장 놀라게 한 건 글로벌 팬들의 고도로 진화한 분석력입니다. 단순히 '잘생겼다', '예쁘다'를 넘어 사회 구조와 캐릭터의 심리를 해부합니다.

한 해외 시청자는 한국 드라마 특유의 다소 과장된 감정 표현을 두고 "국제 시청자로서 우리는 다른 '문화적 렌즈'를 장착해야 한다"며, "한국의 엄격한 시스템에서 성장한 배우들이 겪는 압박감과 수행성을 이해해야 진짜 연기가 보인다"고 날카롭게 통찰했습니다. 이질적인 한국의 문화적 텍스트를 자신들의 삶에 투영하며 국경을 초월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죠.

알 파치노가 명작 '대부'에서 살아남기 위해 차갑고 잔인하게 변해갔듯, 후기 자본주의의 폭력 앞에서는 누구든 짐승이 될 것을 강요받습니다. 기업은 기만을 일삼고, 실패의 책임은 가장 힘없는 개인의 목을 조릅니다.

하지만 '언더커버 미쓰홍'은 그 삭막한 폴리코노미적 현실 속에서도, 파편화되기를 거부하고 끝내 서로의 손을 굳게 맞잡은 301호 룸메이트들과 위기관리본부 소시민들을 통해 묵직한 희망을 던집니다.

동화 같은 백마 탄 왕자의 구원 대신, 남루한 현실의 바닥에서 상처 입은 자들이 피워낸 뜨거운 연대. 바로 이것이 글로벌 시청자들이 매주 주말 1997년의 대한민국으로 기꺼이 시간 여행을 떠나며 가장 깊은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진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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