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레코드 싸롱콘서트 120회 ‘골리앗과 다윗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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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남
By 박수남 편집장

잃어버린 ‘울림’을 찾아서, 다시 광야로

경성레코드 싸롱콘서트 120회 ‘골리앗과 다윗들’ [Magazine Kave=Park Sunam]
경성레코드 싸롱콘서트 120회 ‘골리앗과 다윗들’ [Magazine Kave=Park Sunam]

디지털의 파고가 거세게 몰아치는 21세기의 한복판, 우리는 역설적이게도 가장 아날로그적인 위로를 갈구한다. 거대한 데이터의 골리앗과 자본이라는 보이지 않는 성벽 앞에서 개인이 느끼는 무력감은 그 어느 때보다 깊고 어둡다.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취향의 감옥 속에서, 우리는 진정한 '만남'과 '공명'을 잃어버린 채 부유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러한 시대적 우울을 관통하며, 일산의 한 켠, 스스로를 '독립군 아지트'라 칭하는 작은 공간에서 피어나는 거대한 울림에 주목하고자 한다.

이 콘서트의 중추를 담당하는 인물은 단연 손진기 드림공화국 대표다. 그를 단순히 행사를 주최하는 기획자(Organizer)로 정의하는 것은 그의 세계를 지나치게 축소하는 것이다. 그는 시사문화평론가이자 방송인, 그리고 스스로를 '대장'이라 칭하며 문화의 불모지에 깃발을 꽂는 개척자(Pioneer)다. 그의 이력은 그가 추구하는 콘서트의 성격을 대변한다. 마이크 앞에서는 세상을 향해 날카로운 미학을 설파하고, 펜을 들면 시사 칼럼을 통해 사회의 환부를 도려내는 논객이기도 한 그는 경영과 예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경계인'의 정체성을 가진다.  

그의 텍스트를 분석해보면, 손진기는 단순한 낭만주의자가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는 트럼프와 같은 거대 권력 앞에서의 외교적 처세나 국내 정치의 격변을 논하며 '실리'와 '명분', 그리고 '칭찬'과 '아부'의 차이를 예리하게 구분할 줄 아는 비평가적 시각을 견지한다. 예컨대 그는 칼럼을 통해 "칭찬은 객관적 사실을 토대로 진심을 담아 상대를 칭송하여 일으켜 세우는 것"이라 정의하며, 권력 관계에서의 미묘한 심리전을 포착해낸다. 이러한 그의 시사적 통찰은 음악회 기획에도 고스란히 투영된다. 그에게 예술은 현실 도피를 위한 마취제가 아니라, 현실의 모순(골리앗)에 맞서는 가장 우아하고 강력한 무기(물맷돌)인 셈이다. 그가 이끄는 '드림공화국'은 이름 그대로, 꿈을 꾸는 것이 불가능해진 시대에 꿈을 복원하려는, 일종의 문화적 망명 정부와도 같다.  

손진기 대표가 이끄는 '드림라이프 클래식'은 2010년 1월 출발하여 "찾아가는 공연"을 지향해왔다. 특히 손진기 대표의 토크 콘서트는 15년이 넘는 시간 동안 440여 회를 훌쩍 넘겨 이 기획이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끈질긴 문화 운동임을 방증한다. 거대한 공연장(예술의전당, 세종문화회관)의 권위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문턱을 낮추어 관객의 코앞으로 예술을 배달하는 '하우스 콘서트' 형식을 고집한다. 또한 싸롱 음악회의 본질을 보여주는 손진기의 '목요일에 만난 사람들'은 매회 만석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19세기 유럽의 살롱 문화를 한국적 맥락, 특히 일산이라는 위성도시의 상업 공간에 이식하려는 시도다. 대형 콘서트홀이 관객을 압도하는 스펙터클을 제공한다면, 드림라이프의 살롱 콘서트는 관객과 연주자가 눈을 맞추고 호흡을 섞는 '친밀성(Intimacy)'을 제공한다. 이는 자본의 논리로 구획된 현대 도시 안에서 인간성을 회복하려는 가장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대안이다.

경성레코드, 2025년의 독립군 아지트

콘서트가 열릴 장소 '경성레코드'는 그 이름부터 깊은 상징성을 내포한다. '경성'은 일제 강점기 서울의 지명이자, 근대 문물이 유입되던 모던의 상징, 동시에 억압과 저항이 공존하던 이중적인 시공간이다. 이곳이 "독립군 아지트"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일산동구 무궁화로 31-1 텐폴드프라자 304호. 지극히 현대적인 주소지에 위치한 이 공간은,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2025년의 도시 소음을 차단하고 1930년대의 낭만과 비장미가 흐르는 제3의 공간(The Third Place)으로 변모한다. 이곳은 단순한 카페가 아니다. 오정엽의 미술 이야기, 각종 인문학 강연, 그리고 드림라이프의 클래식 공연이 끊임없이 열리는 복합문화공간이다. 사장 손덕기가 가꾸어가는 이 공간은 자본의 논리로 돌아가는 차가운 도시 안에서 '정신적 독립'을 꿈꾸는 이들을 위한 해방구(Sanctuary) 역할을 자처한다.  

대형 공연장에서의 경험이 '관람(Viewing)'이라면, 경성레코드와 같은 100석 미만의 공간에서의 경험은 '목격(Witnessing)'이자 '체험(Experiencing)'이다. 관객은 성악가의 미세한 표정 변화, 이마에 맺히는 땀방울, 그리고 성대가 울려 퍼질 때의 공기 진동을 피부로 느낀다.

바리톤 김승환, 메조소프라노 황혜재 등 정상급 성악가들이 이곳을 거쳐 간 이유도 바로 이 '소통의 직접성' 때문이다. 마이크와 스피커를 거치지 않은(혹은 최소화한) 육성의 힘은 다윗의 돌멩이처럼 관객의 심장을 직격한다. 여기서 연주자는 자신의 기술적 결함을 숨길 곳이 없으며, 관객 역시 자신의 감정을 숨길 수 없다. 이것이 바로 살롱 콘서트가 가진 잔인하고도 아름다운 '진실의 순간'이다.

25년 2월 7일(토) 1730 경성레코드

일산동구 무궁화로 31-1. 3층

입장권 1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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