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n This Love Be Translated? : '도라미'가 던진 파문, 글로벌 팬덤은 왜 소통의 불능에 열광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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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선
By 전영선 기자

해리성 정체감 장애를 둘러싼 서사적 균열과 치열한 해석 전쟁, 로코의 문법을 파괴한 홍자매의 위험한 도박

Can This Love Be Translated? :
Can This Love Be Translated? : '도라미'가 던진 파문, 글로벌 팬덤은 왜 소통의 불능에 열광하는가 [Magazine Kave]

2026년 1월 16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동시 공개된 '이 사랑 통역 되나요?'(Can This Love Be Translated?)는 단순한 로맨틱 코미디의 경계를 넘어, 언어와 감정, 그리고 스타덤이라는 현대적 신화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탐구하는 중대한 문화적 텍스트로 부상하였다. 홍정은, 홍미란 작가(이하 홍자매)의 복귀작으로 제작 단계부터 거대한 기대를 모았던 이 작품은 다국어 통역사 주호진과 글로벌 톱스타 차무희의 관계를 통해 '번역 불가능한 인간의 진심'이라는 난제를 시각화한다. 유영은 감독의 섬세한 연출과 한국, 일본, 캐나다, 이탈리아를 아우르는 방대한 로케이션은 이 드라마가 추구하는 정서적 스펙트럼이 국경을 초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홍자매는 그간 '주군의 태양', '호텔 델 루나', '환혼' 등을 통해 판타지와 로맨스를 결합한 독보적인 서사 스타일을 구축해 왔다. '이 사랑 통역 되나요?'는 그들의 이전 작들이 보여주었던 초자연적 요소 대신 '언어'라는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추상적인 도구를 서사의 중심 축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중대한 변화를 보여준다. 작품의 초기 기획은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오랜 숙성 기간을 거쳐 넷플릭스라는 글로벌 플랫폼에 안착하게 되었다.

글로벌 팬들은 홍자매 특유의 재기발랄한 대사와 캐릭터 설정을 반기면서도, 이번 작품에서 시도된 심리적 깊이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초반부의 가벼운 로코 분위기에서 후반부의 무거운 트라우마 서사로의 전환은 홍자매 드라마의 전형적인 패턴이면서도, 이번에는 '해리성 정체감 장애'라는 소재를 통해 그 변동 폭을 극대화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선호가 연기하는 주호진은 영어, 일본어, 이탈리아어, 중국어에 능통한 천재적인 통역사로 설정되어 있다. 그의 직업적 신조는 '중립성'과 '투명성'이다. 그는 말하는 이의 의도를 그대로 전달하는 도구로서 자신을 정의하지만, 차무희라는 통제 불가능한 변수를 만나며 그 신조는 무너지기 시작한다. 호진은 무희의 거칠고 파괴적인 발언들을 대중이 수용 가능한 부드러운 언어로 "편집"하여 통역하게 되는데, 이는 단순한 언어의 전달을 넘어 한 인간의 사회적 자아를 보호하는 행위로 확장된다.  

반면 고윤정이 맡은 차무희는 좀비 영화 '더 콰이엇 우먼'(The Quiet Woman)의 도라미 역으로 일약 세계적인 스타가 된 인물이다. 그녀는 대중 앞에서는 완벽하고 우아한 아이돌이지만, 사적으로는 극도로 직접적이며 때로는 잔인할 만큼 솔직한 이중적 면모를 지닌다. 글로벌 팬들은 무희의 이러한 성격이 단순한 성격 결함이 아니라, 타인에게 상처받지 않기 위해 구축한 방어 기제라는 점에 깊이 공감하고 있다. 호진의 통역은 무희와 세상 사이의 완충 지대 역할을 한다. 하지만 서사가 진행됨에 따라 호진은 자신이 무희의 말을 번역하는 유일한 사람이 아니라, 그녀의 진심을 "듣는" 유일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는 언어적 노동이 정서적 친밀감으로 전이되는 과정을 섬세하게 묘사하며, 통역사가 대상의 감정에 동화되는 위험한 경계선을 탐구한다. 김선호는 절제된 내면 연기를 통해 감정의 흔들림을 효과적으로 표현했으며, 이는 그가 '갯마을 차차차'에서 보여주었던 다정한 매력과는 또 다른 깊이를 선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글로벌 팬덤 사이에서 가장 뜨겁게 논의되고 있는 이슈는 단연 에피소드 7에서 발생한 급격한 톤의 변화다. 드라마는 초반부의 화사한 여행기(Romantic Trip) 포맷에서 갑작스럽게 심리 스릴러 혹은 호러적 색채가 가미된 인간 드라마로 급선회한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무희의 또 다른 자아인 '도라미'가 있다.  

도라미는 단순한 환각을 넘어 무희가 극심한 불안을 느낄 때 나타나는 별개의 인격으로 묘사된다. 무희가 완곡한 표현으로 자신을 방어한다면, 도라미는 거침없고 공격적이며 트러블 메이커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이러한 설정에 대해 글로벌 팬들의 반응은 양극단으로 갈린다.  

  1. 참신한 서사적 장치라는 입장: 도라미를 무희의 내면적 비판자나 자존감 결여가 시각화된 존재로 해석하는 팬들은, 이 장치가 소통의 어려움을 상징적으로 잘 보여준다고 찬사를 보낸다. 특히 고윤정이 두 인격을 목소리 톤과 몸짓만으로 완벽하게 분리해 낸 연기력에 대해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2. 개연성 파괴라는 입장: 로맨틱 코미디를 기대했던 시청자들에게 해리성 정체감 장애(DID)의 등장은 당혹감을 안겨주었다. 일부 비평가들은 이를 "사고가 난 차에 불을 지르고 그것을 은유라고 주장하는 격"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또한 정신 질환을 단순히 서사적 도구로 소모하거나 낭만화했다는 우려도 제기되었다.  

드라마는 후반부에서 도라미의 기원을 무희의 어린 시절 트라우마와 연결 짓는다. 무희의 부모님이 돌아가신 줄 알았던 과거의 진실, 그리고 어머니가 자신을 해치려 했던 기억이 투영된 존재가 바로 도라미였음이 밝혀진다. 이러한 전개는 작품을 단순한 연애담에서 치유 서사로 격상시키려는 시도였으나, 12부작이라는 짧은 호흡 속에서 모든 복선과 갈등을 해결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는 지적도 피할 수 없었다. '이 사랑 통역 되나요?'는 서울뿐만 아니라 일본 도쿄, 캐나다 캘거리와 밴프, 이탈리아 토스카나 등 전 세계를 무대로 한다. 홍자매는 이들 국가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주인공들의 여정을 함께하는 "또 다른 캐릭터"라고 명시했다.

이탈리아 시에나의 캄포 광장(Piazza del Campo)이나 로찌 극장(Teatro dei Rozzi) 등 역사적 장소에서 촬영된 장면들은 드라마에 영화적 질감을 부여했다. 특히 에피소드 9에서 무희가 이탈리아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La Traviata)의 가사인 "Amami Alfredo"(나를 사랑해줘요, 알프레도)를 인용하며 호진에게 작별을 고하는 장면은 이 작품의 미학적 정수로 꼽힌다. 이는 사랑하는 이를 위해 떠나야 하는 비극적 히로인의 정서를 언어를 초월한 오페라의 선율로 치환한 영리한 연출이었다. 글로벌 팬들이 특히 주목했던 또 다른 쟁점은 출연 배우들을 둘러싼 현실 세계의 논란이다. 이는 작품의 본질과는 별개로 K-드라마가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소비될 때 부딪히는 문화적, 역사적 충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일본의 인기 배우 소타 후쿠시가 서브 남주인공 히로 쿠로사와 역으로 캐스팅된 것은 일본 드라마(J-drama) 팬들에게는 환호할 일이었으나, 한국 내에서는 즉각적인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2015년 그가 출연했던 다큐멘터리 '전쟁을 가르쳐주세요'에서 카미카제 특공대원이었던 할아버지에 대해 "존경한다"고 언급한 사실이 재조명되었기 때문이다.  

한국 시청자들에게 카미카제는 침략 전쟁의 상징이자 군국주의의 산물로 인식되기에, 그의 발언은 역사적 인식 부재로 비쳐졌다. 넷플릭스가 글로벌 OTT로서 이러한 동아시아의 복잡한 역사적 맥락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쏟아졌으며, 이는 한때 보이콧 운동으로 번지기도 했다. 그러나 작품이 공개된 후, 소타 후쿠시가 보여준 캐릭터의 매력과 김선호와의 '브로맨스'적인 케미스트리가 부각되면서 논란은 점차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김선호에게 이 작품은 2021년 사생활 논란 이후 글로벌 시청자들에게 자신의 건재함을 알리는 결정적인 무대였다. 그는 인터뷰에서 "다국어 통역사라는 역할이 커리어 중 가장 도전적이었다"고 밝히며, 팬들의 칭찬에 매일 "기쁨의 춤을 춘다"고 전했다. 특히 극 중 홍자매가 삽입한 '딤플 플렉스'(보조개 자랑) 장면은 틱톡과 인스타그램 등 소셜 미디어에서 수많은 챌린지를 생성하며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이는 논란을 연기력과 스타성으로 돌파한 사례로 평가받는다.

드라마의 제목이 '이 사랑 통역 되나요?'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넷플릭스의 자막 서비스가 작품의 몰입을 방해했다는 글로벌 팬들의 성토는 뼈아픈 대목이다. 영미권 팬들은 한국어 대사의 미묘한 뉘앙스를 자막이 담아내지 못할 뿐만 아니라, 때로는 완전히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언어 오표기: 캐릭터가 한국어를 하고 있음에도 자막에는라고 표기되거나, 영어를 하고 있는데이라고 나오는 등의 기술적 실수가 보고되었다.  

  • 뉘앙스 왜곡: 한국어 특유의 존칭이나 완곡어법이 영어 자막에서는 너무 직설적이거나 무례하게 번역되어 캐릭터의 성격이 왜곡되는 현상이 발생했다.

팬들은 "드라마 자체가 통역에 관한 것인데, 정작 플랫폼의 통역이 엉망인 것이 가장 큰 아이러니"라며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이는 글로벌 배급 환경에서 원천 콘텐츠의 질만큼이나 현지화(Localization)의 품질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일깨워준 사례다. 12부작의 대장정은 호진과 무희가 서로의 결핍을 인정하고 새로운 형태의 관계를 맺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최종회에서 무희는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잠시 호진 곁을 떠나 어머니를 만나러 가는데, 이는 누군가에게 의존하는 사랑이 아닌 스스로 바로 서는 사랑을 선택한 결단으로 해석된다.

이탈리아 투스카니의 계단에서 이루어진 재회 장면은 시각적으로나 서사적으로 작품의 정점을 찍는다. 호진은 무희가 또다시 불안함 때문에 도망치지 않도록 "우리는 어차피 곧 헤어질 계획이다"라는 역설적인 제안을 한다. 이는 행복한 미래에 대한 강박이 오히려 불행을 초래하는 무희의 심리를 꿰뚫어 본 호진만의 독특한 '통역' 방식이었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무희가 호진에게 장난스럽게 손가락 욕(middle finger)을 날리며 이를 "보편적인 언어"(universal language)라고 부르고, 호진이 입맞춤으로 답하는 장면은 압권이다. 이는 고상한 다국어 통역보다도 때로는 투박한 몸짓과 진심 어린 행동 하나가 더 강력한 소통의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드라마 속 차무희의 목표 중 하나는 인스타그램 팔로워 1000만 명을 돌파하여 진정한 톱스타로 인정받는 것이었다. 놀랍게도 드라마 방영 도중 실제 배우 고윤정의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1000만 명을 돌파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팬들은 이를 두고 "대본이 현실이 되었다"며 열광했으며, 김선호가 고윤정의 게시물에 "축하해요, 차무희 씨!"라고 댓글을 단 사실이 알려지며 메타 서적인 재미를 더했다.  

이러한 현상은 현대 K-드라마가 단순히 TV 속 가상 세계에 머물지 않고, 소셜 미디어를 통해 현실과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며 확장되는 양상을 잘 보여준다. 배우와 캐릭터가 혼연일체 된 모습에 글로벌 팬들은 더욱 몰입하게 되었으며, 이는 작품의 화제성을 견인하는 강력한 동력이 되었다.

'이 사랑 통역 되나요?'는 비록 중반부의 장르적 급전환과 일부 연출상의 허점으로 인해 모든 시청자를 만족시키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 작품이 던진 화두, 즉 "우리는 과연 타인의 마음을 완벽하게 번역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은 글로벌 시청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드라마는 언어적 유능함이 곧 정서적 소통의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호진을 통해 보여주고, 반대로 언어적 미숙함이 사랑의 장벽이 될 수 없음을 히로와 무희의 관계를 통해 증명한다. 결국 진정한 통역이란 단어와 단어를 맞바꾸는 기술이 아니라, 상대방이 차마 내뱉지 못한 침묵의 언어를 읽어내려는 의지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이 작품은 말하고 있다.  

홍자매는 이번에도 자신들만의 독특한 세계관을 통해 로맨틱 코미디의 지평을 넓혔으며, 김선호와 고윤정이라는 두 걸출한 배우는 그 세계관 속에서 가장 찬란하게 빛났다. 비록 자막의 오류와 서사의 불연속성이 아쉬움으로 남을지라도, 전 세계 70개국 이상에서 TOP 10에 진입한 성적은 이들의 시도가 글로벌 시장에서 유효했음을 입증한다. 사랑은 번역하기 어렵지만, 그 번역하려는 과정 자체가 바로 사랑이라는 드라마의 메시지는 2026년 겨울, 전 세계 팬들의 가슴 속에 따뜻한 '통역'의 온기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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