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강 내 입양면역세포 전달을 통한 교모세포종 정밀 치료: 서울성모병원 안스데반 교수팀의 혁신적 프로토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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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남
By 박수남 편집장

난공불락의 요새, 뇌와 교모세포종의 도전

비강 내 입양면역세포 전달을 통한 교모세포종 정밀 치료: 서울성모병원 안스데반 교수팀의 혁신적 프로토콜 [Magazine Kave=Park Sunam]
비강 내 입양면역세포 전달을 통한 교모세포종 정밀 치료: 서울성모병원 안스데반 교수팀의 혁신적 프로토콜 [Magazine Kave=Park Sunam]

인간의 뇌는 생물학적으로 가장 정교하게 보호받는 기관이자, 역설적으로 그 보호 기전 때문에 치료가 가장 어려운 '난공불락의 요새'로 남아 있다. 그중에서도 교모세포종(Glioblastoma, GBM)은 신경외과 영역에서 가장 치명적이고 파괴적인 악성 종양으로 분류된다. 2026년 2월 2일,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신경외과 안스데반 교수팀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신진연구-개척연구’ 과제에 선정되며 착수한 '비강 투여 기반 입양면역세포치료' 연구는 이러한 교모세포종 치료의 역사적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담한 도전이다.

교모세포종은 성인에서 발생하는 가장 흔한 원발성 악성 뇌종양으로, 전체 뇌종양의 약 15%를 차지하며, 악성 뇌종양 중에서는 약 45-50%에 달한다. 국내에서는 연간 인구 10만 명당 약 5명 꼴로 발생하며, 매년 600~800명의 신규 환자가 진단받고 있다.  

  • 극도로 낮은 생존율: 현재 표준 치료법인 ‘수술 후 테모졸로마이드(Temozolomide) 항암방사선 병용 요법(Stupp Protocol)’을 적극적으로 시행하더라도, 환자의 평균 생존 기간(Median Overall Survival)은 12~15개월에 불과하다. 5년 생존율은 7~10% 미만으로, 이는 췌장암과 더불어 현대 의학이 정복하지 못한 최악의 암종 중 하나임을 시사한다.  

  • 높은 재발률: 교모세포종은 침습적인 성장 패턴을 보이기 때문에 수술로 눈에 보이는 종양을 모두 제거하더라도 주변 정상 뇌 조직으로 침투한 미세 암세포들이 남아 있어 90% 이상의 환자가 재발을 겪는다. 재발 후에는 마땅한 표준 치료법이 없으며, 생존 기간은 수 개월 단위로 단축된다.  

교모세포종 치료가 실패를 거듭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의 거대한 장벽 때문이다.

  1. 물리적 장벽 (Blood-Brain Barrier, BBB): 뇌 혈관 내피세포는 촘촘한 밀착 연접(Tight Junction)으로 연결되어 있어 혈액 내 물질의 98% 이상을 차단한다. 분자량이 400달톤(Da) 이상인 대부분의 약물은 이 장벽을 통과하지 못하며, 특히 항체 치료제나 면역세포와 같은 거대 분자는 전신 투여(정맥 주사) 시 뇌실질 도달률이 0.1% 미만에 그친다. 이는 강력한 항암제가 개발되어도 뇌 속으로 배달할 수 없는 '배송 실패'의 문제를 야기한다.  

  2. 면역학적 장벽 (Immunological Barrier): 교모세포종은 대표적인 '차가운 종양(Cold Tumor)'이다. 종양 내부에 T세포의 침투가 적고, 종양 세포가 강력한 면역 억제 물질(TGF-β 등)을 분비하여 침투한 면역세포조차 무력화시킨다. 이로 인해 흑색종이나 폐암에서 기적적인 효과를 보인 면역관문억제제(PD-1 억제제 등)가 교모세포종 단독 치료에서는 참담한 실패를 겪었다.  

안스데반 교수팀의 연구는 이 두 가지 장벽을 동시에 우회하고 타격하는 전략, 즉 '코(Nose)'라는 우회로를 통해 '강화된 면역세포(Cell)'를 투입하는 혁신적 접근법을 제시한다.

혈뇌장벽(BBB)을 극복하기 위한 인류의 노력은 수십 년간 지속되어 왔다. 고용량 항암제를 쏟아붓는 방식은 전신 독성(골수 억제, 간 독성)을 유발했고, 만니톨(Mannitol)을 이용해 일시적으로 BBB를 여는 방식은 뇌부종의 위험이 있었다. 최근에는 초음파를 이용해 국소적으로 BBB를 여는 기술이 시도되고 있으나, 여전히 장비가 필요하고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안스데반 교수팀이 주목한 비강 투여(Intranasal delivery)는 외부 환경과 중추신경계(CNS)가 직접 연결된 인체의 유일한 해부학적 통로를 이용한다.

비강 상부의 후각 상피(Olfactory Epithelium)에는 후각 신경세포가 노출되어 있다. 이 신경세포의 축삭(Axon)은 사골판(Cribriform plate)의 미세한 구멍을 통해 뇌의 후각구(Olfactory Bulb)로 직접 연결된다.

  • 신경 주위 공간(Perineural Space): 약물이나 세포는 신경세포 내부(Intraneuronal)로 이동할 수도 있지만, 이보다는 신경 다발을 감싸고 있는 신경 주위 공간(Perineural space)을 통해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이 공간은 뇌척수액(CSF)이 흐르는 지주막하 공간(Subarachnoid space)과 연속되어 있어, 이곳을 통과하면 혈뇌장벽을 거치지 않고 뇌척수액으로 진입할 수 있다.  

  • 속도: 신경 내부 수송은 수일이 걸리는 느린 과정인 반면, 신경 주위 공간을 통한 세포외 수송(Extracellular transport)은 수십 분 내에 뇌 조직에 도달할 수 있는 고속도로 역할을 한다.

후각 신경이 뇌의 앞쪽(전두엽 부근)으로 연결된다면, 비강 점막 전체에 넓게 분포한 삼차 신경(Trigeminal Nerve)은 뇌의 중심부인 뇌간(Brainstem)과 교뇌(Pons) 부위로 연결된다. 안스데반 교수의 연구는 이 두 경로를 모두 활용하여, 뇌의 전방부뿐만 아니라 깊숙한 곳에 위치한 종양까지 면역세포를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연구팀은 이번 국책 과제 선정 이전에 이미 동물 실험을 통해 가능성을 검증했다. 선행 연구에서 CAR-T(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 등의 면역세포치료제를 비강으로 투여했을 때, 이 세포들이 뇌종양 부위로 효과적으로 이동(Migration)하고 유의미한 항종양 효과를 나타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단순히 약물이 확산되는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세포가 케모카인(Chemokine) 신호를 따라 종양을 능동적으로 찾아가는 '호밍(Homing)' 능력을 활용했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다.

'입양면역세포치료(Adoptive Cell Therapy, ACT)'는 환자의 몸에서 면역세포를 추출하여 강화/변형한 뒤 다시 주입하는 치료법이다. 안스데반 교수팀은 단순한 면역세포가 아닌, 교모세포종의 특성에 맞춰 고도로 엔지니어링된 세포를 사용한다. 최근 혈액암에서 기적적인 효과를 보인 CAR-T 세포는 암세포 표면의 특정 단백질을 인식하는 수용체(CAR)를 T세포에 장착한 것이다.

  • 표적: 교모세포종의 경우 EGFRvIII(정상 세포에는 없고 교모세포종에만 존재하는 변이 단백질)나 IL13Rα2가 주요 타깃이 된다.  

  • 비강 투여의 이점: 정맥으로 투여된 CAR-T 세포는 폐나 간에 갇히는(First-pass effect) 문제가 있지만, 비강 투여 시 이러한 전신 소실 없이 뇌로 직행할 수 있어 적은 용량으로도 높은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안스데반 교수는 T세포 외에도 NK세포(자연살해세포)와 감마델타 T세포 연구에도 주력해 왔다. 교모세포종은 자신의 표적 단백질을 숨겨(Antigen Loss) CAR-T 세포의 공격을 피하기도 하는데, NK세포는 이러한 회피 기전을 무시하고 암세포를 공격할 수 있는 선천 면역세포다. 연구팀은 환자의 특성에 따라 CAR-T, NK, 감마델타 T세포 등 다양한 '무기'를 비강 경로에 태울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안스데반 교수팀의 가장 독창적인 성과 중 하나는 '유전자 조작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법이다. 2025년 국제학술지 Biomedicine & Pharmacotherapy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연구팀은 종양을 찾아가는 능력(Tumor-tropism)이 뛰어난 중간엽 줄기세포(MSC)에 인터루킨-12(IL-12) 유전자를 탑재했다.  

  1. 기전: 비강 또는 국소 투여된 MSC가 종양 깊숙이 침투한다.

  2. 작용: MSC가 종양 내부에서 IL-12를 분비한다. IL-12는 강력한 면역 활성 사이토카인으로, 주변의 잠자고 있던 NK세포와 T세포를 깨워 종양을 공격하게 만든다.

  3. 성과: 이 치료법을 PD-1 면역관문억제제와 병용했을 때, 쥐 모델에서 50%의 완전 관해(Complete Remission)율을 보였으며, 치료가 끝난 후 암세포를 다시 주입해도 재발하지 않는 '면역 기억(Immunological Memory)' 효과까지 입증했다.

안스데반 교수팀의 연구는 고립된 시도가 아니라, 전 세계적인 차세대 뇌종양 치료 기술 경쟁의 최전선에 있다. 미국의 주요 연구팀들과 비교했을 때, 서울성모병원 팀의 접근법은 '비침습성'과 '세포 엔지니어링'의 결합이라는 측면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2025년, 펜실베이니아 대학 연구진은 Nature Medicine에 획기적인 임상 결과를 발표했다. 재발성 교모세포종 환자에게 EGFRvIII와 IL13Rα2를 동시에 타격하는 '이중 표적(Dual-Target) CAR-T'를 투여하여 종양 크기를 줄이는 데 성공했다.  

  • 한계점: Penn 팀은 세포를 뇌로 보내기 위해 두개골에 구멍을 뚫고 '오마야 저장소(Ommaya reservoir)'라는 관을 삽입하여 뇌실로 직접 주사했다. 이는 확실한 전달법이지만, 수술이 필요하고 감염 위험이 있으며 환자에게 큰 고통을 준다.  

  • 비교: 안스데반 팀의 비강 투여법은 이러한 외과적 수술 없이도 유사한 효과를 낼 수 있는 'Game Changer'가 될 잠재력이 있다.

워싱턴 대학 연구팀은 2025년 PNAS에 비강으로 '구형 핵산(Spherical Nucleic Acids)'이라는 나노입자를 투여하여 교모세포종을 치료한 결과를 발표했다.  

  • 접근법: 금 나노입자에 면역 활성 물질을 코팅하여 비강으로 투여, 뇌종양의 면역 환경을 활성화시켰다.

  • 비교: WashU의 방식은 '약물(나노입자)' 전달에 초점을 맞춘 반면, 안스데반 팀은 '세포(Cell)'를 전달한다. 세포는 약물과 달리 스스로 이동하고, 증식하며, 종양의 변화에 반응할 수 있는 '살아있는 치료제'이므로, 복잡한 교모세포종 미세환경을 극복하는 데 더 유리할 수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원(3년간 3억 원)을 받아 진행되는 이번 연구는 기초 실험을 넘어 임상 적용을 위한 구체적인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 주력한다.

  1. 경로 매핑(Mapping): 형광 표지된 면역세포를 이용하여 비강 투여 시 세포가 후각 신경과 삼차 신경 중 어느 경로를 주로 이용하는지, 뇌의 어느 부위에 얼마나 축적되는지를 시각적으로 규명한다.  

  2. 세포 엔지니어링: 면역세포 표면에 신경 점막에 잘 부착되거나 신경 주위 공간을 더 빠르게 이동할 수 있도록 돕는 단백질(예: chemokine receptor CXCR4 등)을 과발현시키는 기술을 접목한다. 이는 세포가 콧물이나 재채기로 인해 배출되는 것을 막고 뇌로의 이동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함이다.  

  3. 안전성 및 독성 평가: 뇌에 도달한 면역세포가 정상 뇌세포를 공격하는 신경 독성(Neurotoxicity)이나 과도한 염증 반응을 일으키지 않는지 검증한다.

안스데반 교수는 인터뷰에서 "이번 연구가 확립되면 교모세포종뿐만 아니라 뇌전이암(Brain Metastasis)이나 알츠하이머, 파킨슨병과 같은 다른 중추신경계 질환에도 적용 가능한 '범용 플랫폼'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약물이 아닌 '세포'를 비수술적으로 뇌에 보내는 기술은 퇴행성 뇌질환에서 줄기세포를 전달하여 신경을 재생시키는 데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교모세포종은 지난 수십 년간 수많은 신약의 무덤이었다. 혈뇌장벽이라는 철옹성과 차가운 종양이라는 면역학적 특성은 기존의 항암 전략을 무력화시켜 왔다. 그러나 서울성모병원 안스데반 교수팀의 '비강 투여 기반 입양면역세포치료'는 이러한 교착 상태를 타개할 혁신적인 돌파구로 평가받는다.

본 연구가 성공적으로 수행된다면 다음과 같은 미래가 열릴 것이다.

  1. 환자의 삶의 질 향상: 반복적인 개두술이나 입원 없이, 외래에서 비강 스프레이나 점적 형태로 면역세포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되어 환자의 고통이 획기적으로 경감될 것이다.

  2. 치료 효율 증대: 정맥 투여 시 발생하는 전신 부작용 없이, 뇌종양 부위에 고농도의 면역세포를 직접 타격함으로써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3. 재발 방지: 면역 기억 형성을 통해 교모세포종의 가장 큰 문제인 재발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가능성이 열린다.

안스데반 교수의 연구는 단순히 새로운 약물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약물을 전달하는 '경로'를 혁신하고 그 경로에 최적화된 '세포'를 디자인하는 융합적 접근이다. 2026년부터 시작되는 3년의 연구 기간은 한국이 세계 신경종양학 분야에서 'First Mover'로 도약할 수 있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다. 우리는 지금, 불치병이라 불리던 교모세포종이 '관리 가능한 만성질환' 혹은 '완치 가능한 질환'으로 바뀌는 역사의 변곡점을 목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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