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의 궤적, 미완의 우주, 그리고 남겨진 노래...RIP 아티스트 모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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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남
By 박수남 편집장

Magazine Kave Special Report: In Memory of Mo Su-jin (1999-2026)

별의 궤적, 미완의 우주, 그리고 남겨진 노래...RIP 아티스트 모수진 Magazine Kave Special Report: In Memory of Mo Su-jin (1999-2026)
별의 궤적, 미완의 우주, 그리고 남겨진 노래...RIP 아티스트 모수진 Magazine Kave Special Report: In Memory of Mo Su-jin (1999-2026)

2026년 1월의 마지막 주, 겨울바람이 유독 매섭게 느껴지던 날이었다. 1월 28일, 한국 대중음악계, 그중에서도 가장 섬세한 감성을 노래하던 인디 신(Scene)의 한켠이 무너져 내렸다. 혼성 듀오 '어쿠스틱 콜라보(Acoustic Collabo)'의 보컬리스트이자, 솔로 아티스트로서 이제 막 자신만의 고유한 우주를 축조해 나가던 모수진. 향년 27세.

그의 부고는 단순한 단신 기사로 처리되기엔 너무나 무겁고 복잡한 층위를 지니고 있다. 1600대 1이라는 경이로운 경쟁률을 뚫고 등장한 재능, 아이돌 연습생 시스템을 거쳐 어쿠스틱 밴드로 전향한 독특한 이력, 그리고 20대 청춘의 절반을 집어삼킨 기나긴 법적 투쟁과 승리, 그 직후 찾아온 갑작스러운 이별까지. 매거진 케이브(Magazine Kave)는 고(故) 모수진이 걸어온 치열했던 삶의 궤적과 그가 남긴 음악적 유산, 그리고 이 비극이 한국 음악 산업에 던지는 묵직한 질문들을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이것은 한 아티스트를 향한 애도이자, 별이 된 목소리를 활자 속에 영원히 각인하기 위한 비망록이다.

1월의 비망록: 멈춰버린 시간과 마지막 인사

2026년 1월 28일, 소속사 패닉버튼(Panic Button)의 공식 발표는 정제되어 있었으나, 그 행간에는 깊은 슬픔이 배어 있었다. "어쿠스틱 콜라보 보컬 모수진 님께서 1월 25일 우리 곁을 떠났다"는 짧은 문장은 팬들에게 믿기 힘든 현실로 다가왔다. 향년 27세. 숫자가 가리키는 나이는 이 죽음의 비극성을 극대화했다.  

그가 세상을 떠난 1월 25일은 그가 그토록 힘들게 싸워 얻어낸 '완전한 자유'를 만끽한 지 불과 두 달여가 지난 시점이었다. 소속사는 "갑작스러운 이별로 유가족들이 큰 슬픔에 잠겨 있다"고 전하며, 구체적인 사인에 대해서는 유가족의 뜻에 따라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는 고인의 마지막 존엄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자, 남겨진 가족들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막이었다. 소속사는 확인되지 않은 추측과 루머 확산을 자제해 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장례 절차는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되었다. 화려한 조명 아래 섰던 아티스트의 마지막 길은 가족과 친지, 그리고 생전 그와 깊은 유대를 나눴던 극소수의 지인들만이 배웅했다. 발인은 1월 28일 오전 10시 30분에 엄수되었으며, 고인은 남양주에 위치한 에덴추모공원에서 영면에 들었다.  

남양주 에덴추모공원은 이제 그를 사랑했던 팬들이 마음으로나마 찾아갈 수 있는 유일한 공간적 좌표가 되었다. 팬들은 온라인 공간을 통해 "목소리만큼은 영원히 늙지 않을 것", "그곳에서는 소송도 걱정도 없이 노래만 부르길"이라며 애도의 물결을 이어가고 있다.

아이돌 연습생에서 어쿠스틱의 뮤즈로

모수진의 음악적 생애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가 걸어온 독특한 성장 배경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1999년생인 그는 10대 시절을 아이돌 연습생으로 보냈다. 화려한 퍼포먼스와 칼군무가 지배하는 K-POP 아이돌 시스템 안에서 그는 기본기를 다졌지만, 그의 영혼은 조금 더 본질적인 소리의 울림을 갈망했던 것으로 보인다.  

2020년, 어쿠스틱 콜라보는 새로운 보컬을 찾고 있었다. 2010년 데뷔 이래 '묘해, 너와', '너무 보고 싶어' 등의 메가 히트곡을 남기며 인디 신의 거목으로 자리 잡은 이 팀에게, 새로운 보컬의 영입은 팀의 존폐가 걸린 중대한 사안이었다. 기존 보컬(안다은)의 그림자가 짙었기에, 대중의 귀를 설득할 수 있는 압도적인 실력과 감성이 필요했다.

이 과정에서 모수진은 무려 1600대 1(일부 자료 1200대 1)이라는 비현실적인 경쟁률을 뚫고 3기 보컬로 낙점되었다. 이는 단순한 운이 아니었다. 수천 명의 지원자 중에서 단 한 명. 기타리스트이자 프로듀서인 김승재는 모수진의 목소리에서 "기교를 넘어선 진심"을 발견했을 것이다. 아이돌 연습생 생활을 통해 다져진 탄탄한 발성 위에, 본연의 감성적인 음색이 결합된 그의 목소리는 어쿠스틱 콜라보의 새로운 챕터를 열기에 충분했다.

합류 직후 바로 무대에 선 것은 아니었다. 약 1년여의 혹독한 트레이닝 기간이 있었다. 기존 어쿠스틱 콜라보의 색깔을 체화하면서도 모수진만의 색채를 입히는 과정이었다. 2019년 싱글 '헤어지자'를 통해 예열을 마친 그는, 2020년 정규 3집 '얘랑 있을 때 좋다(Songs about me, Songs about you)'를 발매하며 정식으로 대중 앞에 섰다.  

정규 3집 앨범 소개글에 따르면, 어쿠스틱 콜라보는 "사람보다는 사랑"을 이야기하는 팀이다. 모수진은 사랑의 설렘, 뜨거움, 아픔, 먹먹함, 그리움이라는 보편적인 감정을 과장 없이 담백하게 표현해냈다. 몬스타엑스의 셔누는 당시 이 앨범의 라이브를 듣고 "마시멜로우를 구운 것 같은 달콤함"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모수진의 목소리는 그렇게 대중의 마음에 스며들었다.

3년간의 법적 투쟁과 시스템의 부조리

그러나 화려한 데뷔의 기쁨도 잠시, 모수진과 어쿠스틱 콜라보 앞에는 거대한 시련이 기다리고 있었다. 2022년부터 시작된 전 소속사 '무브먼트제너레이션(로봇콜렉션)'과의 전속계약 분쟁은 모수진의 20대 중반, 가장 빛나야 할 시기를 법정 공방의 어둠 속에 가두어 버렸다.

2022년 4월 제기된 소송의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어쿠스틱 콜라보 멤버 김승재와 모수진이 주장한 불공정의 실태는 한국 음악 산업의 어두운 이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 살인적인 정산 비율: 어쿠스틱 콜라보의 음원 매출이 약 1억 원에 달했음에도 불구하고, 멤버들이 수령한 월 정산금은 고작 40만 원 수준이었다. 이는 당시 최저임금에도 훨씬 미치지 못하는 금액으로, 아티스트의 생존권 자체를 위협하는 수준이었다.  

  • 비용 부풀리기(Cost Inflation): 소속사 대표는 자신이 별도로 운영하는 영상 제작 업체를 통해 뮤직비디오 제작비를 과다하게 산정했다. 이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소속사가 정산금을 줄이기 위해 사용하는 전형적인 수법 중 하나다.

  • 협박과 강요: 멤버들이 제작비 영수증 공개를 요구하자, 사측은 "이런 식으로 나오면 회사 월세와 직원 월급까지 제작비에 포함시키겠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또한, 임원이 강제로 곡의 가사를 바꾸고 공동 작사가로 이름을 올리는 저작권 침해 행위도 발생했다.

소속사 측은 멤버들의 주장을 전면 부인하며, 오히려 그들이 무단 이탈을 했다고 주장, 손해배상 청구 반소를 제기하겠다고 맞섰다. 이로 인해 모수진의 음악 활동은 사실상 전면 중단되었다.

이 소송은 단순히 한 아티스트의 승리를 넘어, 업계 관행에 경종을 울리는 중요한 판례를 남겼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4민사부(재판장 박사랑)는 소속사의 '비용 지출 내역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는 식의 사전 합의서 조항을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하는 법률행위(민법 제103조)"로 규정하여 무효화했다. 또한, 전속계약 종료 후 정산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한 조항 역시 민법 제104조에 따라 '현저히 불공정하여 무효'라고 판시했다.  

모수진은 이 싸움에서 승리함으로써 자신의 권리를 되찾았을 뿐만 아니라, 후배 아티스트들을 위한 법적 보호막을 하나 더 쌓아 올린 셈이다. 그러나 승리의 대가는 가혹했다. 3년이라는 시간, 그 속에서 겪었을 심리적 압박감과 경제적 고통은 감히 상상하기 어렵다.

법적 족쇄가 풀린 후, 모수진은 누구보다 간절하게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새로운 소속사 '패닉버튼'과 전속계약을 체결하고, 2025년을 자신의 해로 만들기 위해 분투했다. 그 결과물로 세상에 나온 것이 바로 솔로 싱글 'Your Universe'다.

2025년 6월 발표된 싱글 'Your Universe'는 모수진이 본명으로 발표한 곡으로, 그의 음악적 정체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유작이 되었다.

  • 크레딧 분석: 이 곡은 프로듀서 Ruiz가 작곡과 편곡을, 닥터심슨(Dr. Simpson)과 이찬이 작사에 참여했다. 어쿠스틱 콜라보의 색깔과는 또 다른, 몽환적이면서도 팝적인 요소가 가미된 트랙이다.  

  • 가사의 심층 해석:

    • English Lyrics: "Around you I always be the lucky one / You make my world light up inside". 영어 가사에서는 사랑하는 대상(팬 혹은 음악 그 자체)이 자신의 세상을 밝혀주는 존재임을 노래한다.  

    • Korean Lyrics: "많고 많은 사람들 중에 너와 함께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 고마워 사랑해 함께할게... 힘든 일은 내가 대신할게 넌 예쁘기만 해". 이 가사는 지금 시점에서 읽으면 눈물겨운 유언처럼 다가온다. 힘든 소송 기간을 기다려준 팬들을 향한 헌신적인 사랑과 감사의 고백이었을 것이다. "힘든 일은 내가 대신할게"라는 구절은 그가 짊어졌던 삶의 무게를 역설적으로 보여주며 듣는 이의 마음을 아리게 한다.

모수진은 화려한 방송 무대보다는 팬들과의 내밀한 소통을 원했다. 한 유튜브 영상의 기록에 따르면, 그는 '틱톡 라이브(TikTok Live)'를 통해 팬들과 만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그는 스스로를 "심한 집순이"이자 "INFP(내향적 감정형)" 성향이라고 정의했다. 카메라를 똑바로 쳐다보거나 외모를 과시해야 하는 플랫폼보다는, 자신의 방에서 편안하게 노래하고 소소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틱톡 라이브가 자신에게 맞는 플랫폼이라고 생각했다. "외모가 뛰어나지 않아 맞지 않다"며 자책하거나 겸손해하는 모습도 있었지만, 그는 꾸준히 다른 아티스트들의 방송을 모니터링하며 자신만의 '빌드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는 그가 얼마나 세상과 다시 연결되기를 원했는지, 그리고 그 연결을 위해 자신의 성향 안에서 얼마나 치열하게 고민했는지를 보여준다.

'27 클럽'의 그림자와 남겨진 과제들

모수진의 죽음이 더욱 안타까운 것은 그가 "이길 싸움을 다 이겨놓고" 떠났다는 점이다. 법적으로 완벽한 승리를 거두었고, 새로운 소속사도 생겼으며, 솔로 앨범도 나왔다. 표면적으로는 모든 것이 해결된 상태였다. 하지만 심리학 전문가들은 장기간의 고소·고발 사건이 끝난 직후 찾아오는 허탈감과 번아웃(Burnout)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3년여의 긴장 상태가 갑자기 해소될 때, 아티스트는 급격한 공허함과 '승소 증후군'에 시달릴 수 있다. 경제적 곤궁, 관계의 단절,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은 판결문 한 장으로 치유되지 않는 깊은 내상을 남긴다.

모수진의 향년 27세는 대중문화계의 비극적 징크스인 '27 클럽(27 Club)'을 상기시킨다. 커트 코베인, 에이미 와인하우스, 지미 헨드릭스 등 시대를 풍미한 천재들이 27세에 요절한 현상을 일컫는 이 단어는, 이제 한국의 한 인디 아티스트 이름 옆에도 새겨지게 되었다. 이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아티스트의 멘탈 케어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다시금 보여준다. 특히 법적 분쟁 중이거나 막 끝낸 아티스트에 대한 체계적인 심리 지원 시스템의 부재는 뼈아픈 현실이다. 모수진의 비극은 개인의 불행을 넘어, 산업 전체가 성찰해야 할 무거운 과제를 남겼다.

그가 남긴 우주를 유영하며

모수진은 떠났지만, 그의 목소리는 디지털 신호로 변환되어 우리 곁에 영원히 남았다. 어쿠스틱 콜라보의 3집에서 들려준 그 맑고 투명한 슬픔, 솔로곡 'Your Universe'에서 보여준 우주적 사랑의 메시지는 그가 세상에 남긴 지워지지 않는 지문이다.

소속사 패닉버튼은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이 평온하도록 모두가 조용히 애도해 달라"고 부탁했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진정성 있는 애도는, 자극적인 호기심을 거두고 그가 남긴 음악을 있는 그대로 들어주는 것일 테다. 그가 생전 틱톡 라이브를 준비하며 꿈꿨던 소통은 비록 미완으로 남았지만, 그의 노래를 듣는 순간 우리는 그가 만든 우주(Universe) 안에서 그와 만날 수 있다.

"You can thank your stars all you want, but I'll always be the lucky one." 의 가사처럼, 그는 팬들을 만난 것을 행운이라 여겼다. 이제는 우리가 답할 차례다. 당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던 우리가 진정 'Lucky one'이었다고.  

부디 그곳에서는 40만 원의 정산서도, 법원의 판결문도, 카메라 앞의 긴장도 없이 마음껏 노래하기를.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별의 궤적, 미완의 우주, 그리고 남겨진 노래...RIP 아티스트 모수진 Magazine Kave Special Report: In Memory of Mo Su-jin (1999-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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