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파크커머스의 파산...K-POP 기획사를 덮친 '검은 돈'의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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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남
By 박수남 편집장

인터파크커머스의 파산...K-POP 기획사를 덮친
인터파크커머스의 파산...K-POP 기획사를 덮친 '검은 돈'의 공포 [magazine kave=박수남 기자]

[magazine kave=박수남 기자] 2025년의 대한민국은 겉으로 보기에 문화적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듯하다. K-POP은 더 이상 아시아의 변방 음악이 아니며, 영미권 팝 시장의 주류를 위협하는 거대한 산업으로 성장했다. 방탄소년단(BTS)과 블랙핑크가 닦아놓은 길 위로 수많은 후배 그룹들이 질주하고, 한국의 드라마와 영화, 그리고 K-뷰티까지 가세한 'K-인베이전(K-Invasion)'은 1960년대 비틀즈의 '브리티시 인베이전'을 넘어서는 전방위적 문화 공습으로 평가받는다. 통계청과 관세청의 데이터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수출액을 가리키며, 정부는 이를 '소프트파워의 승리'라 칭송하기 바쁘다.  

그러나 이 화려한 성공의 이면에는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 혹은 애써 외면하고 있는 '씁쓸한 현실'이 똬리를 틀고 있다. 성공이 클수록 그 그림자 또한 짙어지는 법이다. 화려한 무대 조명이 꺼진 뒤,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근간을 이루는 자금의 흐름은 동맥경화에 걸린 지 오래다. 우리는 지금 K-POP이라는 거대한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그 배를 가르기도 전에 굶어 죽어가는 기이한 현상을 목격하고 있다. 그 붕괴의 신호탄은 아이돌의 스캔들도, 음악적 표절 시비도 아닌, 바로 가장 기본적이고 지루한 영역인 '유통'과 '정산'에서 터져 나왔다.

2025년 12월 16일, 서울회생법원은 인터파크커머스에 대해 최종적으로 파산을 선고했다. 이는 단순한 일개 온라인 쇼핑몰의 폐업이 아니다. 1990년대 후반부터 한국 전자상거래의 역사를 써 내려온 '인터파크'라는 상징적 브랜드의 몰락이자, K-POP 실물 앨범 시장을 지탱해 온 거대한 유통 파이프라인의 파열을 의미한다. 해외 팬들에게는 콘서트 티켓 예매처로, 앨범 구매처로 친숙한 그 이름이 이제는 수만 명의 채권자와 수천억 원의 미정산 대금을 남긴 채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 것이다.  

많은 해외 독자들과 K-POP 팬들은 의아해할 것이다. "인터파크는 여전히 티켓을 팔고 있지 않은가?" "내년 세븐틴 콘서트 예매는 인터파크에서 하지 않았나?" 이러한 혼란은 바로 이 사태가 가진 복잡성과 기만성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우리는 지금 '두 개의 인터파크'가 존재하는 기형적인 구조 속에 살고 있다. 무대를 파는 인터파크(인터파크트리플)는 살아남았으나, 앨범을 파는 인터파크(인터파크커머스)는 죽었다.

단순한 기업 파산의 뉴스를 넘어 그 이면에 얽힌 정치·경제적 역학 관계(Polyconomy)를 파헤치고자 한다. 우리는 큐텐(Qoo10)이라는 거대 플랫폼 제국이 어떻게 나스닥 상장이라는 허상을 쫓다 K-POP 산업의 허리를 부러뜨렸는지, 그리고 '밀어내기(음반 땡겨쓰기)'라 불리는 기형적인 관행이 유동성 위기와 만나 어떻게 중소 기획사들을 연쇄 부도의 공포로 몰아넣었는지 추적할 것이다. 이것은 화려한 춤과 노래 뒤에 숨겨진, 자본과 탐욕, 그리고 붕괴에 관한 가장 심도 깊은 기록이다.  

이 거대한 붕괴의 서막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큐텐(Qoo10) 그룹과 그 수장인 구영배 대표의 궤적을 추적해야 한다. 구영배는 한국 이커머스 역사에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그는 인터파크의 사내 벤처로 시작한 G마켓을 한국 1위의 오픈마켓으로 키워내고, 2009년 이를 미국 이베이(eBay)에 매각하며 '한국판 아마존'의 신화를 썼다. 당시 매각 조건으로 내걸렸던 '한국 내 경업 금지' 조항에 따라 그는 싱가포르로 건너가 큐텐을 설립했고, 동남아시아 시장을 공략하며 재기를 노렸다.  

문제는 그의 야망이 단순한 이커머스 운영에 그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의 최종 목표는 큐텐의 물류 자회사인 '큐익스프레스(Qxpress)'를 미국 나스닥(NASDAQ)에 상장시키는 것이었다. 나스닥 상장은 기업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최고의 무대였지만, 이를 위해서는 압도적인 '몸집 불리기'가 필요했다. 상장 심사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지표는 거래액(GMV)과 물동량이었다. 구영배 대표는 이를 단기간에 폭발적으로 늘리기 위해 전례 없는 'M&A(인수합병) 광풍'을 시작했다.  


2022년부터 시작된 큐텐의 한국 시장 재진입 전략은 공격적이다 못해 파괴적이었다. 티몬(TMON), 위메프(WeMakePrice), 그리고 인터파크커머스까지. 한때 한국 유통 시장을 호령했던 1세대 소셜커머스와 오픈마켓들을 헐값에, 혹은 주식 교환(스왑) 방식으로 잇달아 사들였다. 겉보기에 이는 큐텐 제국의 화려한 귀환처럼 보였다. 업계 4위권의 거대 공룡이 탄생한 것이다.  

그러나 이 인수 자금의 출처가 문제였다.큐텐은 사실상 '빈 껍데기'를 이용해 덩치를 불리는 전략을 취했다. 현금성 자산이 부족했던 큐텐은 피인수 기업들의 판매 대금을 유용하여 또 다른 기업을 인수하거나 운영비로 사용하는, 이른바 '폰지 사기'에 가까운 정산금 돌려막기 구조를 형성했다. 티몬에서 들어온 고객의 돈으로 위메프의 적자를 메우고, 위메프의 돈으로 인터파크커머스의 물건값을 치르는 식이었다.  

이 위태로운 구조는 2024년 7월, 티몬과 위메프가 판매자들에게 정산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사태(티메프 사태)가 터지면서 도미노처럼 무너져 내렸다. 1조 2천억 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미정산 금액이 발생했고, 이는 한국 유통업계 역사상 최악의 금융 사고로 기록되었다. 그리고 그 충격파는 곧바로 그룹 내 또 다른 계열사인 인터파크커머스로 전이되었다.  


인터파크커머스는 티몬이나 위메프와는 다소 다른 정산 주기를 가지고 있었다. 월 단위 정산을 하는 타 계열사와 달리 주간 정산(Weekly Settlement) 시스템을 운영했기에, 초기에는 피해가 덜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다. 그러나 시장의 신뢰는 냉혹했다. 큐텐 그룹 전체의 부실이 드러나자 PG사(결제대행사)와 카드사들은 선제적으로 인터파크커머스에 대한 자금 지급을 보류했다. 혈관이 막히자 심장이 멈추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2024년 8월, 결국 인터파크커머스마저 법원에 기업 회생(Rehabilitation)을 신청했다. 이후 1년 4개월간의 지루한 법적 공방과 매각 시도가 있었으나, 이미 브랜드 가치가 훼손되고 부채가 자산을 초과한 기업을 인수하려는 '구원 투수'는 나타나지 않았다. 2025년 12월 16일, 법원의 파산 선고는 예견된 참사였다. 법원은 "청산 가치가 존속 가치보다 크다"는 냉정한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문 한 줄이 K-POP 앨범 유통 시장의 한 축을 담당하던 거대한 기둥을 무너뜨렸다.  


해외의 K-POP 팬들이 가장 혼란스러워하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인터파크가 망했다는데, 왜 나는 여전히 인터파크에서 콘서트 티켓을 예매할 수 있는가?" 이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서는 2021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 여가 플랫폼 유니콘 기업인 야놀자(Yanolja)는 인터파크의 지분 70%를 약 3,000억 원에 인수했다. 야놀자의 노림수는 명확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폭발할 여행 수요와 공연 티켓 시장을 장악하는 것이었다. 즉, 야놀자가 원한 알짜배기는 '투어'와 '티켓' 사업부문이었다. 반면, 만년 적자에 시달리던 '쇼핑'과 '도서(음반 포함)' 부문은 계륵과도 같았다.  

이에 야놀자는 인터파크를 정교하게 쪼개는 수술을 감행했다.

  • 인터파크트리플 (Interpark Triple): 야놀자가 직접 소유하고 운영하는 법인. 투어(항공/숙박)와 티켓(공연/전시) 사업을 담당한다. 이들은 큐텐 사태와 재무적으로 완전히 분리되어 있으며, 여전히 업계 1위를 고수하고 있다.  

  • 인터파크커머스 (Interpark Commerce): 쇼핑과 도서/음반 사업을 떼어내 만든 별도 법인. 2023년 4월, 야놀자는 이 골칫덩어리를 큐텐에게 전량 매각했다.  

문제는 '인터파크'라는 브랜드 파워가 너무나 강력했다는 점이다. 큐텐은 인터파크커머스를 인수하면서 '인터파크'라는 상호를 일정 기간 사용할 권리를 얻었다. 소비자의 눈에는 그저 똑같은 '인터파크' 사이트 내에서 메뉴만 이동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전혀 다른 두 회사의 전산망을 오가고 있었던 것이다.  

티켓은 야놀자의 금고로, 앨범은 큐텐의 금고로 돈이 들어가는 구조였다. 2024년 큐텐 사태가 터지자 야놀자는 즉각적으로 선 긋기에 나섰다. "인터파크트리플과 인터파크커머스는 별개의 회사입니다"라는 공지를 대문짝만하게 걸고, 큐텐 측에 브랜드 사용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심지어 인터파크커머스는 생존을 위해 '바이즐(Byzle)'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리브랜딩을 시도했으나, 이미 침몰하는 배의 페인트칠을 새로 하는 것에 불과했다.

이러한 복잡한 기업 분할의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 특히 K-POP 팬들에게 전가되었다. 한 팬이 세븐틴의 콘서트를 가기 위해 인터파크 티켓(트리플)에서 예매를 성공하고, 팬사인회 응모를 위해 인터파크 도서(커머스)에서 앨범을 샀다고 가정해보자. 콘서트 티켓은 정상적으로 배송되고 공연도 문제없이 진행된다. 그러나 앨범은 오지 않는다. 배송 조회 버튼을 눌러도 "주문 내역이 없습니다"라는 오류 메시지만 뜬다. 고객센터는 전화를 받지 않고, 환불 요청은 시스템 오류로 거부된다. 팬들은 분노하지만, 항의할 대상조차 모호하다. 해외 팬 커뮤니티인 레딧(Reddit)과 트위터에는 "인터파크 글로벌에서 주문한 앨범이 6개월째 오지 않는다", "내 돈이 사라졌다"는 성토가 2025년 내내 이어졌다. 이는 단순한 배송 지연이 아니라, 큐텐 그룹이 판매 대금을 유용해버려 물건을 떼어올 돈조차 없어진 '증발' 사태였기 때문이다.  

인터파크커머스의 파산이 단순히 앨범 몇 장 못 파는 문제를 넘어, K-POP 산업 전체를 뒤흔드는 이유는 바로 '밀어내기(Miloneogi)'라 불리는 기형적인 유통 구조 때문이다.이 관행은 2020년대 들어 초동(발매 첫 주 판매량) 기록 경쟁이 과열되면서 보편화되었다.

[밀어내기의 작동 원리]

  1. 선주문 (Pre-order Bulk): 기획사는 초동 기록을 높이기 위해 유통사(인터파크커머스 등)에게 앨범 수만~수십만 장을 선주문하도록 요청하거나 합의한다.

  2. 이벤트 개최: 유통사는 이 막대한 재고를 소진하기 위해 팬사인회, 영상통화 이벤트(영통팬싸) 등을 기획한다. 팬들은 당첨 확률을 높이기 위해 수십 장씩 앨범을 구매한다.

  3. 정산의 시차: 유통사는 팬들에게서 즉시 현금을 받지만, 기획사에게는 약정된 정산 주기에 맞춰 대금을 지급한다.

이 구조는 '신뢰'와 '현금 흐름'이 원활할 때만 작동한다. 기획사는 앨범 제작비와 마케팅비를 쏟아붓고, 그 회수금은 유통사가 쥐고 있는 구조다. 그런데 유통사인 인터파크커머스가 파산했다. 팬들이 낸 돈은 큐텐의 빚잔치에 쓰여 사라졌고, 기획사가 받아야 할 앨범 대금은 공중분해 되었다.

하이브(HYBE)나 SM, JYP 같은 대형 기획사들은 자체 유통망(위버스샵, JYP샵)을 강화하거나, 막대한 자본력으로 손실을 버틸 체력이 있다. 문제는 허리에 해당하는 중소 기획사들이다. 이들은 앨범 제작비, 뮤직비디오 촬영비, 연습생 트레이닝 비용 등을 대부분 '선급금(Advance Payment)'이나 앨범 판매 수익으로 충당한다. 유통사가 기획사에게 "우리에게 독점 유통권을 주면 10억 원을 먼저 빌려주겠다"고 제안하는 선급금 관행은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자 마약이다.

인터파크커머스에 묶인 미정산 대금이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에 달하는 중소 기획사들에게 이번 파산은 사형 선고나 다름없다. 판타지오(Fantagio)와 같은 중견 기획사조차 세금 체납과 부채 상환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 더 작은 기획사들은 소리 소문 없이 문을 닫고 있다. "성공이 벌이 되는 나라"라는 박수남 기자의 칼럼 속 문구처럼 , 앨범을 많이 팔아 초동 기록을 세운 기획사일수록, 인터파크커머스에 물린 돈이 많아 더 큰 피해를 보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여기서 독자들은 '음반 사재기(Sajaegi)'와 '밀어내기'를 혼동해서는 안 된다.

  • 사재기: 기획사가 자신의 돈으로 앨범을 되사들여 차트를 조작하는 명백한 불법 행위.  

  • 밀어내기(땡겨쓰기): 유통사가 물량을 떠안고 팬사인회 등을 통해 팬들에게 판매하는 방식. 법적으로는 회색지대(Grey Area)에 있지만, 팬들의 지갑을 쥐어짜는 과도한 상술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이번 사태는 불법적인 사재기가 아니라, 합법을 가장한 무리한 밀어내기 관행이 유통사의 부실과 만나면서 터진 '금융 사고'에 가깝다. 유통사는 팬들의 돈을 '미래의 수익'으로 당겨썼고(Pre-spending), 그 거품이 터지자 빚더미만 남게 된 것이다.

2023년, K-POP 실물 앨범 판매량은 사상 최초로 1억 장을 돌파하며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불과 1년 만인 2024년, 시장은 차갑게 식었다. 써클차트 데이터에 따르면 2024년 실물 앨범 판매량은 전년 대비 19.5% 감소한 9,270만 장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2014년 이후 10년 만에 찾아온 첫 역성장(De-growth)이다.

이러한 감소세는 2025년에도 이어졌다.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2024년 앨범 수출액은 전년 대비 0.55% 증가에 그치며 사실상 성장이 멈췄고, 최대 시장인 일본으로의 수출은 24.7%나 급감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팬덤의 피로감(Fandom Fatigue)'과 '시장 조정(Correction)'으로 해석하지만 이는 단순한 피로감이 아니라, '유통 금융의 붕괴(Credit Crunch)'가 초래한 강제적 축소다.

한국 콘텐츠 산업은 본질적으로 '하청업체 딜레마'를 안고 있다. 넷플릭스의 〈오징어 게임〉이 대박을 터뜨려도 IP(지식재산권)와 수익의 대부분은 플랫폼이 가져가듯, K-POP 역시 앨범 판매의 길목을 쥔 유통 플랫폼(인터파크, 예스24, 알라딘 등)의 건전성에 종속되어 있다. 인터파크커머스의 파산은 시장에 돈이 돌지 않게 만들었다. 유통사들이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기획사에 지급하던 선급금을 줄이거나 없앴고, 밀어내기 물량을 소화할 여력을 상실했다. "돈줄이 마르니 앨범을 찍어낼 수가 없는" 상황이 도래한 것이다.  

이는 부동산 시장의 '다중 양극화' 현상과도 유사하다. 대형 기획사는 글로벌 직배급(D2C)과 해외 레이블 협업으로 살길을 찾지만, 내수 유통망에 의존하던 중소 기획사는 붕괴한다. 2025년, 우리는 K-POP 시장의 허리가 사라지고 극소수의 슈퍼 IP와 다수의 영세 업체로 양극화되는 현장을 목격하고 있다.

인터파크커머스 파산의 가장 큰 피해자는 금전적으로는 기획사들이지만, 심리적으로는 전 세계 K-POP 팬들이다. 특히 해외 팬들에게 '직구(Direct Purchase)'는 복잡하고 불안한 과정인데, 이번 사태는 그 불안을 현실로 만들었다. 레딧 등 커뮤니티에는 "내 주문이 유령이 되었다(Ghost Order)"는 표현이 등장했다. 돈은 빠져나갔는데 주문 내역이 사라지고, 문의할 곳조차 없는 상황을 빗댄 것이다. 이는 단순한 서비스 불만이 아니라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로 이어진다. "한국 사이트에서 직접 사면 위험하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해외 팬들은 아마존이나 현지 리셀러를 찾게 되고, 이는 결국 한국 기획사의 마진율 감소로 이어진다.  

큐텐 그룹의 위기는 물류 자회사인 큐익스프레스(Qxpress)의 마비로도 이어졌다. 인터파크커머스를 통해 해외로 배송되던 물량이 큐익스프레스의 운영 차질로 인해 항만과 창고에 묶이는 사태가 발생했다. 한 일본 팬은 "2025년 캐럿랜드(세븐틴 팬미팅) 굿즈를 주문했는데, 행사가 끝나고 6개월이 지나도록 받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물류의 마비는 곧 팬덤 경험(Fan Experience)의 파괴다. 앨범을 사는 행위는 단순한 소비가 아니라 아티스트를 응원하는 의식인데, 그 의식이 사기와 배송 지연으로 얼룩지면서 팬덤의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인터파크커머스의 파산 절차는 2026년 2월까지 채권 신고를 받고 3월에 조사 기일을 갖는 일정으로 진행된다. 그러나 냉정하게 말해, 일반 채권자(기획사 및 소비자)들이 돈을 돌려받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플랫폼 기업의 자산은 대부분 무형자산이며, 이미 브랜드 가치는 0에 수렴했기 때문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사후 약방문'이 아닌 근본적인 수술이다. 현행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이나 '음악산업진흥법'은 사재기와 같은 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은 있지만, 플랫폼의 정산금 유용을 막는 금융 안전장치는 전무하다. 이커머스 업체가 판매 대금을 운용 자금으로 전용하지 못하도록 '에스크로(Escrow)' 의무화를 강화하고, 정산 주기를 법제화하는 '제2의 머지포인트 방지법', '제2의 큐텐 방지법'이 시급하다.

인터파크커머스의 몰락은 탐욕스러운 자본이 문화 산업을 어떻게 망가뜨릴 수 있는지 보여주는 가장 비극적인 교과서다. 구영배 대표의 나스닥 상장 꿈은 수많은 중소기업과 아티스트들의 피눈물 위에 세워진 모래성이었다. 하지만 위기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K-POP 업계는 기형적인 '밀어내기' 의존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1억 장 판매라는 허수(虛數)에 집착하기보다, 투명한 유통 구조와 건강한 팬덤 문화를 만드는 것이 장기적으로 'K-인베이전'을 지속하는 길이다.

성공이 벌이 되지 않는 나라, 아티스트의 땀방울이 플랫폼의 빚 갚는 데 쓰이지 않는 나라. 그것이 우리가 지향해야 할 K-POP의 진정한 '글로벌 스탠다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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