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의료는 이제 '가성비'를 넘어 '글로벌 스탠다드'로 우뚝 섰다."
2025년 12월 29일, 대한민국이 사상 최초로 연간 수출액 7,000억 달러(약 980조 원)를 돌파했다는 관세청의 공식 발표가 나왔다 . 반도체와 조선 등 전통적인 수출 효자 종목들이 건재한 가운데, 올해 경제 성장을 견인한 진정한 주역은 'K-메디칼 2.0'이었다. 과거 성형과 미용 위주의 '1.0' 시대를 지나 AI 진단, 첨단 바이오 제조, 디지털 병원 시스템으로 무장한 한국 의료 산업은 이제 세계인의 생명과 건강을 책임지는 '필수재'로 거듭났다. 올 한 해 세계 시장을 뒤흔든 K-메디칼의 3대 핵심 성과를 분석했다.
1. "AI 닥터는 한국인"... 美 '캔서문샷'의 핵심 파트너 부상
올해 가장 비약적인 성장을 이룬 분야는 의료 인공지능(AI)이다. 루닛(Lunit), 뷰노(Vuno), 코어라인소프트(Coreline Soft) 등 한국의 의료 AI 강자들은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암 정복 프로젝트인 '캔서문샷(Cancer Moonshot)'에 잇달아 합류하며 글로벌 무대에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
특히 루닛은 2024년 인수한 볼파라(Volpara)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미국 시장 침투를 본격화했다. 2025년 5월 기준, 미국 내 200곳 이상의 의료기관이 루닛의 유방암 진단 솔루션을 도입했으며, 북미 지역에서만 연간 100만 건 이상의 유방 촬영 데이터가 한국 AI에 의해 분석되고 있다 . 루닛의 '루닛 인사이트 리스크'는 미 FDA로부터 '혁신 의료기기' 지정을 받으며, 향후 5년 내 암 발생 위험을 예측하는 정밀 의료의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
뷰노 또한 심정지 예측 솔루션 '뷰노메드 딥카스'가 유럽 CE MDR 및 영국 UKCA 인증을 획득하며 글로벌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고, 치매 진단 보조 솔루션 '딥브레인'은 미 FDA 승인을 얻어 현지 전문의들과 대등한 진단 정확도를 입증했다 . 코어라인소프트는 미국 'CancerX'의 창립 멤버와 협력해 폐암 검진 시장에서 보험 수가(CPT 코드)를 확보하는 등 기술의 수익화 모델을 완성했다 .
2. '생물보안법' 반사이익... 송도, 세계의 '약 공장'으로 우뚝
바이오 분야에서는 지정학적 변화가 한국에 거대한 기회를 제공했다. 미국 의회가 중국 바이오 기업과의 거래를 제한하는 '생물보안법(Biosecure Act)'을 본격 시행하면서, 글로벌 빅파마들의 주문이 대거 한국으로 쏠렸다 .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연간 누적 수주액 6조 8,190억 원을 기록하며 창립 이래 최초로 수주 6조 원 시대를 열었다. 이는 전 세계 상위 20개 제약사 중 17곳을 고객사로 확보한 압도적 제조 역량의 결과다. 삼성은 단순 생산을 넘어 항체-약물 접합체(ADC) 생산 기지를 본격 가동하며 리가켐바이오 등 국내 유망 바이오텍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
플랫폼 기술 수출에서도 괄목할 성과가 이어졌다. 알테오젠은 정맥주사를 피하주사 제형으로 바꾸는 ‘ALT-B4’ 기술을 통해 미국 머크(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의 제형 변경 승인을 끌어냈다 . 기존 몇 시간씩 걸리던 투약 시간을 단 1분으로 단축한 이 기술은 환자의 편의성을 혁신적으로 개선하며 조 단위의 로열티 수익을 기대케 하고 있다 .
3. 사막에 세운 '디지털 병원'... 중동의 러브콜
사우디아라비아의 '비전 2030' 프로젝트에서 한국은 확실한 파트너로 자리매김했다. 이지케어텍은 사우디 국방부 산하 병원들에 이어 민간 병원까지 한국형 병원정보시스템(HIS)인 ‘베스트케어 2.0’ 수출을 확대하며 중동 의료 IT 시장 점유율을 높였다.
네이버는 사우디 주요 도시의 '디지털 트윈' 플랫폼 구축을 본격화하며, 이를 스마트 시티 및 의료 인프라와 결합하는 실험에 나섰다 . 서울아산병원은 두바이에 소화기 전문 병원인 '아산-UAE 소화기 병원'을 착공해 2026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서울대병원은 UAE 셰이크 칼리파 전문병원(SKSH)의 위탁 운영 계약을 연장하며 10년째 한국 의료의 신뢰를 이어가고 있다 .
정부 차원의 지원도 빛을 발했다. 보건복지부는 사우디 및 카타르와 장관급 회담을 통해 한국 의사 면허의 현지 인정 절차를 간소화하는(Tier 1 승격) 등 국내 의료 인력과 기술의 중동 진출을 위한 외교적 기반을 공고히 다졌다.
2026년, '초개인화 의료'의 원년
전문가들은 2026년 K-메디칼이 '치료'에서 '예방'과 '관리'로 그 지평을 넓힐 것으로 내다본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KHIDI)은 2026년 바이오헬스 수출액이 사상 최대인 304억 달러(약 42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스마트폰 하나로 질병을 관리하는 디지털 치료기기(DTx)와 개인 유전자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가 새로운 수출 주역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마크로젠은 삼성 헬스와 연계한 유전자 분석 서비스 '젠톡'을 통해 초개인화 건강관리의 대중화를 이끌고 있으며, 카카오헬스케어는 당뇨 관리 플랫폼 '파스타'를 앞세워 일본과 동남아 시장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 2025년, 인류의 건강을 책임지는 필수 엔진으로 자리 잡은 K-메디칼은 이제 한류를 넘어선 대한민국의 새로운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이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