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가 없네"… 1341만이 열광한 류승완표 사이다 액션 '베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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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김정희
By최재혁 기자and김정희 기자

재벌 3세 갑질 응징하는 서도철 형사의 통쾌한 한방… 시대를 관통한 웰메이드 범죄오락

[Magazine Kave=김정희 기자] 류승완 감독의 영화 '베테랑'은 도입부부터 관객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는다. 중고차 밀수 조직 검거 작전에서 서도철(황정민 분) 형사와 강력반 팀원들이 몸을 날리며 범인을 쫓는 시퀀스는 마치 '오션스 일레븐'을 한국적 정서로 재해석한 듯 경쾌하고 흥겹다. 이는 한국 사회의 답답한 현실을 다루는 영화라는 사실을 잠시 잊게 만들 정도로 흡인력이 있다.

영화 베테랑 스틸컷

허술해 보이지만 끈끈한 팀워크를 자랑하는 형사들, 쉴 새 없이 오가는 농담, 육탄전과 역동적인 카메라 워킹 속에서 관객은 자연스럽게 광역수사대의 세계로 이입한다. 잠복과 도청, 허탕과 허세가 뒤섞인 그들의 일상은 마치 오랜 직장 동료들의 모습을 관찰 예능처럼 지켜보는 듯한 친근함을 준다. 완벽한 시스템보다는 삐걱거리는 인간미가 오히려 신뢰를 형성하는 아이러니한 매력을 보여준다.

그러던 어느 날, 서도철은 평소 알고 지내던 배 기사(정웅인 분)를 통해 충격적인 사건과 마주한다. 임금 체불과 부당해고에 시달리던 배 기사가 사장의 폭언과 폭행에 휘말린 사건이다. 단순한 노동 사건으로 치부하기에는 석연치 않은 점을 감지한 도철은 베테랑 형사 특유의 직감으로 수사에 착수한다.

사건을 파고들수록 그 배후에는 재벌 3세 조태오(유아인 분)와 신진물산, 그리고 그를 비호하는 변호인단과 경호팀의 거대한 카르텔이 얽혀 있음이 드러난다. 현장에서 피 흘리는 약자들과 달리, 책임을 져야 할 당사자는 고층 빌딩에서 유유자적하는 불공정한 구조가 적나라하게 펼쳐진다.

조태오, 한국 사회가 잉태한 괴물

조태오는 한국 관객이 상상해오던 '재벌 3세의 악행'을 집대성한 인물이다. 그는 범죄로 자수성가한 악당이 아니라, 태어날 때부터 특권을 쥐고 태어난 인물이다. 타인을 동등한 인격체로 대우하지 않는 그의 태도와 눈빛은 관객에게 서늘한 공포를 안긴다.

폭력을 유희처럼 즐기고, 자본과 권력을 이용해 어떤 선도 넘을 수 있다고 확신하는 그는 단순한 악당을 넘어 시스템이 만들어낸 괴물 그 자체다. "문제를 삼지 않으면 문제가 안 되는데, 문제를 삼으니까 문제가 된다"는 그의 대사는 기형적인 특권 의식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조태오 역의 유아인

서도철과 그의 팀은 이 거대한 권력 앞에서도 물러서지 않는다. 그러나 수사 기록은 감쪽같이 사라지고, 증언은 번복되며, 경찰 윗선은 외압에 흔들린다. 정의감만으로는 뚫기 힘든 '법의 성곽'이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다. 과거에는 성벽과 해자가 성을 지켰다면, 현대 사회에서는 로펌과 로비스트가 그 역할을 대신한다.

그럼에도 광역수사대는 멈추지 않는다. 조태오의 범죄를 입증할 결정적 증거를 찾기 위해 팀원들은 발로 뛰며 끈질기게 추적한다. 실패해도 다시 일어나 웃으며 다음 수를 준비하는 이들의 모습은 '칠전팔기' 정신의 표본이다. 바닥에서 기어 올라가는 형사와 제왕처럼 군림하는 재벌 3세의 대립은 영화가 진행될수록 노골적인 전면전으로 치닫는다.

영화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의 정의 실현'과 '법 위에 군림하는 자에 대한 응징' 사이를 긴박하게 오간다. 돈으로 법과 언론을 통제하고 피해자마저 회유하려 드는 조태오의 행태는 뉴스에서 접했던 '갑질 논란'들을 연상시키며 관객에게 기시감과 분노를 동시에 선사한다. 서도철은 법과 원칙을 수호하려 애쓰지만, 불공정한 게임 앞에서 점차 거친 방식으로 정의를 구현해 나간다.

결말부로 갈수록 영화는 긴장감과 쾌감을 동시에 끌어올린다. 광역수사대 팀은 조태오 일당의 범죄 정황을 차근차근 확보하며 마지막 한 방을 준비한다. 조태오 역시 자신의 성을 방어하기 위해 더욱 대담하고 악랄한 선택을 감행하며 공권력을 조롱한다.

명동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최후의 대결은 단순한 권선징악을 넘어, 현실에서 보기 힘든 정의 구현의 현장을 목격하는 듯한 해방감을 준다. 영화는 마지막까지 관객이 갈망하던 감정의 급소를 정확히 타격하며 쾌속으로 질주한다.

장르의 연금술사, 류승완의 균형 감각

'베테랑'의 진가는 장르적 균형감에서 발휘된다. 수사극, 코미디, 액션, 사회 풍자가 절묘하게 배합되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다. 류승완 감독은 무거운 사회 문제를 다루면서도 지나치게 심각해지는 것을 경계하고, 웃음을 주면서도 메시지를 놓치지 않는다.

심각한 상황 직후 터지는 유머, 긴박한 추격전 뒤에 흐르는 리듬감 있는 음악은 관객의 감정을 쥐락펴락한다. 웃음 뒤에 분노가, 통쾌함 뒤에 씁쓸함이 남는 복합적인 감정 구조는 이 영화가 단순한 오락물을 넘어 정교하게 설계된 작품임을 증명한다.

영화 베테랑 액션 장면

류승완 감독 특유의 액션 연출 또한 돋보인다. 화려한 기교보다는 타격감이 살아있는 액션, 좁은 공간에서의 육탄전, 도심 한복판의 카체이싱은 리듬감 있게 이어진다. 특히 캐릭터의 성격이 반영된 액션 설계가 인상적이다. 서도철의 투박하지만 끈질긴 싸움과 조태오의 잔인하고 변칙적인 폭력은 그들의 캐릭터를 대변한다.

배우들의 열연은 영화의 완성도를 정점으로 끌어올렸다. 황정민이 분한 서도철은 전형적인 모범 경찰이 아닌, 거칠지만 인간적인 매력이 넘치는 캐릭터다.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는 대사처럼, 그는 타협하지 않는 형사의 자존심을 대변하며 관객의 지지를 얻는다.

유아인의 조태오는 한국 영화사에서 손꼽히는 악역으로 남았다. 특유의 표정과 말투, 예측 불가능한 행동은 관객을 불편하게 만들면서도 눈을 뗄 수 없게 하는 마력을 발휘한다. 두 배우의 강렬한 에너지 충돌이야말로 '베테랑'의 핵심 동력이다.

1,341만 관객이 응답한 시대의 요구

'베테랑'이 기록적인 흥행을 거둔 이유는 관객이 현실에서 느끼는 답답함을 정확히 포착하고 해소해 주었기 때문이다. 뉴스 사회면을 장식하던 재벌가의 일탈과 유전무죄의 현실이 스크린 위에서 재현될 때, 관객은 씁쓸한 공감을 느낀다. 그리고 그 부조리를 깨부수는 서도철의 활약에서 대리 만족을 경험한다.

황정민과 유아인의 대치

영화는 통쾌한 결말을 제시하면서도 현실의 무게를 잊지 않는다. 영화가 끝난 후 남는 묘한 여운은 "이것은 영화일 뿐, 현실은 여전하다"는 자각에서 비롯된다. 이러한 복합적인 감정은 관객으로 하여금 영화를 반복해서 보게 하고, 우리 사회의 정의에 대해 질문하게 만든다.

'베테랑'은 한국 상업영화가 액션, 코미디, 사회 비판을 얼마나 세련되게 결합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모범 사례다. 류승완 감독의 연출, 배우들의 호연, 탄탄한 각본이 어우러진 이 작품은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재미와 의미를 전달한다.

결국 이 영화는 현실에 지친 대중에게 건네는 시원한 사이다 한 잔이자, 동시에 우리가 사는 세상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거울이다. 2015년 개봉 당시 1,341만 명의 선택을 받았고,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는 이유는 시대가 변해도 대중이 갈망하는 정의와 해방감은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베테랑'은 단순한 흥행작을 넘어, 시대의 정서를 관통한 문화적 현상으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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