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한 집안 일으키기 프로젝트 ‘네이버 웹소설 화산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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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
By 최재혁 기자

캐릭터·스토리 무엇 하나 안 빠지는 글의 매력 누적 매출 300억 원 돌파한 ‘미친 작품’

[magazine kave]=최재혁 기자

어느 산사의 새벽, 검은 피를 토해 내며 스스로의 삶을 마무리한 사내가 있다. 대화산파 13대 제자이자 천하삼대검수, 매화검존 청명이다. 그는 천하를 혼돈에 빠뜨린 고금제일마 천마의 목을 치고 십만대산 정상에서 숨을 거두며, 그렇게 자신의 삶이 끝났다고 믿는다. 그러나 눈을 뜨자 청명은 백 년의 시간을 건너, 이름도 없던 촌동네 아이의 몸으로 돌아와 있다. 네이버 웹소설 비가의 '화산귀환'은 바로 이 지점, 죽음으로 매듭지어진 영웅담의 뒤편에서 이야기를 다시 시작한다. 예전에 자신이 몸담았던 화산파는 이미 세상에서 잊힌 이름, 구파일방에서도 밀려난 몰락한 문파가 되어 있고, 청명은 한때 천하의 검존이던 기억을 품은 채 망해 버린 고향을 다시 일으켜야 하는 운명 앞에 서게 된다. 마치 재벌 회장이 타임머신 타고 돌아왔더니 집안이 쪽박 차고 있는 것 같은, 그런 기가 막힌 상황이다.

회귀한 청명의 현실은 처참하다. 천동이라는 어린 소년의 몸은 허약하고, 집안은 가난하며, 동네 사람들에게 화산은 이미 '이름만 남은 구식 문파' 취급을 받는다. 심지어 같은 문파 사람들에게조차 화산은 더 이상 희망의 상징이 아니다. 세월이 흐르는 동안 무림의 중심은 다른 문파들로 넘어갔고, 화산은 과거의 영광만 붙들고 있는 그야말로 구닥다리가 되어 버린 것이다. 청명은 누구보다 화산의 전성기를 잘 알고 있다. 그 전성기를 함께 만들었던 장본인이기에, 지금 눈앞에 펼쳐지는 화산의 초라한 모습은 일종의 모독이자 모욕으로 다가온다. '망했으면 살려야 한다'는 다소 막무가내 같은 선언은 그래서 나온다. 단순한 의리나 향수 차원이 아니다. 그가 지켜 온 검의 길, 사람이 사람답게 서기 위한 최소한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다. 마치 명문대 나온 사람이 모교가 전문대로 격하됐다는 소식을 들은 것 같은 충격이랄까.

문제는 청명이 기억하고 있는 화산의 모습과 현실의 화산 사이에 놓인 간극이다. 전생에서 그는 이미 끝까지 올라간 사람, 천하가 인정한 검존이었다. 그러나 지금 그는 기초 수련조차 겨우 감당하는 어린 아이에 불과하다. 노쇠한 문파 장로들은 현실 감각이 없고, 젊은 제자들은 사기와 열정이 바닥이다. 먹고살기도 빠듯한 산골 도장에서 '천하제일 문파' 운운하는 말은 공허한 농담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청명은 이 미친 설정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 현실 자체를 욕하고, 세상을 향해 악을 쓴다. '망해도 적당히 망해야지'라는 투덜거림에는 현실 부정과 동시에 이상하게 웃음을 터뜨리게 만드는 구석이 있다. 마치 '이 정도면 차라리 깨끗하게 망하지, 이렇게 애매하게 버티고 있으면 어쩌자는 거냐'는 식의 절규다.

최고의 칼잡이가 다시 세우는 명문

이후 이야기는 크게 두 축으로 뻗어나간다. 하나는 '쫄딱 망한 화산'을 다시 세우는 재건 서사, 다른 하나는 백 년 전 천마와 싸웠던 청명이 새로운 시대의 무림을 다시 읽어 가는 성장담이다. 청명은 먼저 내부부터 손본다. 제자들에게 가혹하리만치 치열한 기본기를 요구하고, 한 번 제대로 칼을 잡아 본 적도 없는 꼬마들에게까지 화산의 검법을 다시 새겨 넣는다. 겉으로 보면 폭군이자 갑질 선배지만, 그 속에는 '이 정도 하지 않으면 세상에서 살아남지 못한다'는 누구보다 냉정한 판단이 있다. 마치 '지옥의 요리사' 고든 램지가 망한 식당을 살리는 것처럼, 욕은 퍼붓지만 결과는 확실하게 만들어내는 스타일이다.

동시에 그는 화산 외부로 시선을 넓혀, 구파일방과 각 문파의 세력 구조, 새롭게 떠오르는 강자들의 움직임을 차근차근 파악한다.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정보가 뒤섞이며, 청명은 다시 한 번 세상의 판을 읽는 자리에 서게 된다. 백 년 전과는 판도가 다르다. 예전의 영웅과 악인들은 대부분 역사책 속 이름이 되었고, 새로운 세대가 무림을 장악하고 있다. 그러나 강함의 본질, 욕망의 구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힘 있는 자는 더 큰 힘을 원하고, 힘 없는 자는 짓밟히지 않기 위해 몸을 웅크린다. 마치 시대는 바뀌어도 인간의 욕망은 같다는 걸 보여주는, 일종의 무림판 '역사는 반복된다' 테제다.

청명은 이 질서를 누구보다 잘 이해한다. 그렇기에 때로는 미친 사람처럼 들릴 만큼 호언장담을 늘어놓다가도, 실제 행동에서는 한 치의 계산 착오도 허락하지 않는다. 화산이 다시 이름을 되찾기 위해 무엇을 내주고 무엇을 포기해야 하는지, 어느 정도까지 악당과 손을 잡고 어느 지점에서 칼을 빼야 하는지, 그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 이 과정에서 청명 주변에는 다양한 인물들이 모인다. 화산의 어린 제자들, 다른 문파에서 밀려난 아웃사이더들, 이름 없는 상인과 평범한 백성들까지. 이들은 처음에는 천하삼대검수였던 그의 과거를 알지 못한 채, 다소 미친 듯 구는 '이상한 선배' 정도로만 청명을 바라본다. 마치 실리콘밸리 전설이 스타트업 인턴으로 위장 잠입한 것 같은 상황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그가 치열하게 살아남아 온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아가고, 동시에 그 광기 어린 추진력이 자신들의 인생까지 바꿔 놓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독자는 청명이 화산을 이끄는 과정을 통해, 한 문파의 재건이 곧 수많은 개인의 인생을 다시 쓰는 작업이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체감하게 된다. 중후반으로 갈수록 이야기는 점점 더 넓은 무대로 나아간다. 화산이 다시 구파일방의 자리를 놓고 경쟁에 뛰어드는 순간부터, 청명의 싸움은 단지 옛 문파의 명예를 회복하는 수준을 넘는다. 정치와 경제, 무력과 명분이 얽힌 무림의 판 전체를 재편하는 작업으로 커진다. 과거에 그가 목을 벤 천마의 흔적, 그로 인해 생겨난 권력의 공백이 어떻게 새로운 악과 균열을 낳았는지 하나둘 밝혀지는 장면은, 이 작품이 단순한 회귀 무협을 넘어선다는 인상을 준다. 결말이 어떻게 그려지는지, 화산이라는 이름이 어떤 무게를 지닌 채 다시 천하의 정점에 서게 되는지는 직접 완결까지 달리며 확인하는 편이 좋겠다.

아이 몸에 들어간 노인의 아이러니

이제 작품의 미학과 완성도를 살펴보면, '화산귀환'의 첫 번째 장점은 캐릭터다. 수많은 회귀 주인공 중에서도 청명은 유독 기억에 남는 인물이다. 그는 냉철한 전략가이면서 동시에 심각할 정도로 속 좁고, 사소한 모욕에도 발끈하며, 일단 욱하면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 타입이다. 그러나 그 광기와 소심함이 공존하는 결이야말로, 한 번 세상의 끝까지 올라간 뒤 다시 바닥으로 떨어진 인간의 복잡한 심리를 설득력 있게 만든다. 마치 은퇴한 레전드 프로게이머가 신입으로 다시 시작하는 걸 보는 것 같은, 그런 기묘한 괴리감과 카타르시스가 있다.

비가는 청명을 '정답을 아는 전지적 주인공'이 아니라, 여전히 실수하고 후회하는 사람으로 그려낸다. 다만 그 실수의 스케일이 문파와 천하의 수준이라는 점만 다를 뿐이다. 두 번째로 눈에 띄는 지점은 유머 감각이다. '화산귀환'은 무협이라는 장르가 가진 장중함을 충분히 살리면서도, 예상하지 못한 타이밍에 농담과 코미디를 집어넣는다. 청명이 현실을 욕하는 독설, 제자들을 향해 쏟아 붓는 막말, 문파와 구파일방을 향한 신랄한 평가들은 때때로 독자의 웃음 포인트가 된다. 진지한 수련 장면에서 갑자기 터지는 몸개그, 피 튀기는 싸움 직후에 나오는 생활 밀착형 투덜거림 등은 웹소설이라는 매체 특유의 '한 회 한 회가 쉬이 읽히는 재미'를 끝까지 유지해 준다. 마치 '킹스맨'이 신사 스파이 액션 중간중간에 영국식 유머를 집어넣는 것처럼, 긴장과 이완의 밸런스가 탁월하다.

이 유머가 없었다면, 수백 화에 이르는 화산 재건 서사는 훨씬 더 무거운 서사가 됐을 것이다. 세계관 구성도 견고한 편이다. 무림의 지형, 각 문파의 역사, 구파일방의 위계와 권한, 강호를 움직이는 경제 구조 등이 단순한 배경 설명을 넘어서 서사와 맞물린다. 예를 들어 화산이 왜 몰락했는가라는 질문은, 단지 '실력 없는 후계자들 때문' 같은 단순한 답으로 끝나지 않는다. 시대가 변하고, 전쟁과 평화의 주기가 바뀌고, 사람들의 욕망이 다른 방향으로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주변부로 밀려나는 과정이 그려진다. 마치 코닥이 디지털 시대에 적응 못 해 무너진 것처럼, 시대 변화에 대한 둔감함이 몰락을 부른다는 냉정한 현실 인식이 깔려 있다.

그래서 청명이 화산을 다시 세우는 과정은 과거의 영광을 무작정 부활시키는 일이 아니라, 변해 버린 시대에 맞게 문파의 정체성을 재구성하는 작업에 가깝다. 전투 묘사 역시 이 작품의 강점이다. '화산귀환'의 싸움은 단지 기술 이름과 위력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칼끝이 스치는 방향, 발의 각도, 기세와 기운의 흐름이 자세히 묘사되면서, 독자는 마치 슬로모션 리플레이를 보듯 전투의 흐름을 따라가게 된다. 동시에 전투는 항상 캐릭터의 감정과 맞물린다. 청명이 과거를 떠올릴 때 검이 더 무거워지고, 지키고 싶은 대상이 생긴 뒤에는 한 발 더 앞으로 나가게 되는 식이다. 마치 '크리드'의 권투 장면처럼, 주먹 하나하나에 캐릭터의 감정과 서사가 실린다.

이런 감정의 축 덕분에, 독자는 '이 싸움에서 누가 이길까'보다 '이 싸움에서 이 사람이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을까'를 먼저 생각하게 된다.

긴 호흡으로 작품과 사랑에 빠지고 싶다면

다만 장점이 뚜렷한 만큼, 이 작품의 약점도 분명하다. 가장 먼저 지적되는 부분은 분량과 반복이다. 화산 재건이라는 큰 목표 아래 다양한 에피소드가 이어지면서, 비슷한 패턴의 갈등과 해결이 반복되는 구간이 있다. 새로운 문파와의 갈등, 그 문파 안의 문제적 인물과의 대치, 청명이 나서서 판을 뒤집고 새로운 균형을 만드는 흐름이 여러 번 반복되다 보니, 중후반부에는 피로감을 호소하는 독자들도 생겼다. 물론 각 에피소드마다 디테일과 감정선은 다르지만, 큰 구조가 비슷하다는 점은 호불호를 가르는 요소다. 마치 '수트' 시즌 후반부에서 같은 패턴이 반복되는 것과 비슷한 피로감이랄까.

또 하나는 조연 캐릭터들의 소모다. 초반에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등장한 인물들이 후반부로 갈수록 자연스럽게 비중이 줄어들거나, 특정 역할만 수행하는 장치로 쓰이는 경우가 있다. 이는 방대한 세계관과 긴 연재 분량이 겹쳐지면서 생기는 피로이기도 하지만, '이 인물의 서사를 더 보고 싶었다'는 아쉬움으로 남는다. 청명이라는 강렬한 주인공이 워낙 서사의 중심에 서 있다 보니, 그의 이야기를 받쳐 주던 조연들의 결이 충분히 회수되지 못하는 지점이 존재한다. 마치 '해리 포터'에서 론과 헤르미온느 외의 캐릭터들이 후반부로 갈수록 희미해지는 것과 비슷하달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산귀환'이 이토록 넓은 독자층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결국 '다시 일어서는 이야기'라는 보편적인 힘 덕분이다. 완전히 무너진 문파, 망해 버린 이름, 산산조각 난 자존심을 한 사람의 집요함이 다시 엮어 가는 과정은 장르를 넘어서는 응원을 끌어낸다. 특히 화산 제자들이 처음에는 무기력한 청년들에 가깝다가, 청명의 가혹한 수련과 세상살이 속에서 조금씩 어깨를 펴고 눈빛을 바꾸는 장면들은 단순한 무공 성장의 재미를 넘어 '사람이 변하는 순간'을 포착해 낸다. 마치 '록키'에서 무명 복서가 챔피언에게 도전하는 것처럼, 언더독의 역전극이 주는 카타르시스가 있다.

독자는 그 변화를 응원하면서, 동시에 자기 자신이 다시 무언가를 시작할 용기를 떠올리게 된다. 이 작품을 떠올리면, 한 번 바닥까지 떨어져 본 사람들에게 가장 먼저 권하고 싶다. 시험이든, 일상이든, 인간관계든, 무언가를 정말 끝까지 해 보려다 실패해 본 경험이 있는 이라면, 청명이 망한 화산을 바라보며 내뱉는 투덜거림과 광기를 남의 일처럼만 보지 못할 것이다. 그가 망한 문파를 욕하면서도 끝내 포기하지 못하는 태도는, 어쩌면 우리 각자가 마음속에 품은 '한 번 더 해 보고 싶은 무언가'에 대한 솔직한 고백처럼 느껴진다. 마치 실패한 사업을 다시 일으키고 싶은 창업가, 포기했던 꿈을 다시 붙잡고 싶은 예술가, 무너진 관계를 복구하고 싶은 사람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이다.

무협 웹소설을 처음 접하는 독자라면, '화산귀환'은 생각보다 좋은 입문서가 될 수 있다. 복잡한 무공 체계나 난해한 용어보다는, 망한 조직을 살리는 명쾌한 목표와 유머 감각이 전면에 있기 때문이다. 구파일방이 뭔지, 정마대전이 뭔지 몰라도 '망한 회사 살리기'라는 프레임으로 접근하면 충분히 몰입할 수 있다. 반대로 수십 편의 무협 웹소설을 섭렵한 독자라면, 익숙한 클리셰를 비틀고 재해석하는 비가의 솜씨에서 새로운 재미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천천히 오래 읽을 작품을 찾고 있다면 화산의 매화꽃을 따라가 보길 바란다. 수백 화라는 긴 여정이지만, 매 화마다 터지는 웃음과 가끔씩 코끝을 찡하게 만드는 감동이 있다. 그 긴 길 끝에서 청명의 웃음과 한숨이 위로로 남게 될 것이다. 마치 오랜 드라마 시리즈를 완주한 뒤 느끼는 허전함과 뿌듯함처럼, '화산귀환'은 독자의 마음속에 작은 화산파 하나를 세워 놓고 떠난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무언가를 시작해야 할 때, 그 화산파의 매화가 조용히 피어나는 기억을 떠올리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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