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azine Kave=최재혁 기자] 꽉 막힌 출근길, 한 고등학생이 자전거로 인도를 날아가듯 질주한다. 빨간 운동복 차림으로 코너를 돌고, 간식을 훔쳐 먹다 걸리기도 하며, 길 가는 노인을 구해 교통사고를 막기도 한다. '스파이더맨'이 뉴욕 빌딩 사이를 누빈다면, 주인공 진모리는 서울의 골목을 자전거로 비행한다.

네이버 웹툰 '갓 오브 하이스쿨(이하 갓오하)'의 첫인상은 이 한 장면으로 압축된다. 대충 사는 듯하지만 싸움 실력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인물. 진모리는 그렇게 독자들의 시야에 들어온다. '나루토'가 호카게라는 목표를 외쳤다면, 진모리는 "강한 자와 싸우고 싶다"며 웃는다. 더 단순하고 순수하며, 그만큼 위협적이다.
가장 단순한 설정, 가장 폭발적인 전개
이야기의 골격은 '드래곤볼'의 천하제일무술대회만큼이나 직관적이다. 전국의 고등학생들이 모여 '갓 오브 하이스쿨'이라는 격투 토너먼트를 펼친다. 종합 격투기, 전통 무술, 길거리 싸움 등 형식을 불문하고 최강을 가린다. 우승자에게는 어떤 소원이든 하나를 들어준다는 파격적인 조건이 붙는다.
진모리의 동기는 가장 순수하다. '원펀맨'의 사이타마가 취미로 영웅을 하듯, 진모리는 재미로 싸운다. 그의 곁에는 주먹을 숨긴 한대위, 가업을 잇기 위해 검을 든 유미라가 함께한다. 이들은 마치 '나루토'의 7반이나 '원피스'의 밀짚모자 해적단처럼 초반부 서사를 이끄는 핵심 3인방이다.
초반 경기는 교실과 체육관 등 익숙한 공간에서 진행된다. 그러나 라운드가 거듭될수록 싸움의 규모는 급격히 팽창한다. 단순한 격투 대결은 어느 순간 '차력'과 '초능력'의 영역으로 진입하고, 경기장은 신화와 설화가 뒤섞인 전장으로 변모한다.
작품의 핵심 설정인 '차력'은 신, 요괴, 영웅 등 초월적 존재의 힘을 빌려 쓰는 능력이다. 등장인물들은 중국의 신선이나 한국의 장군, 괴물의 형상을 소환해 싸운다. 현실의 고등학생에게 전 세계의 신화가 덧입혀지는 셈이다.

흥미로운 점은 진모리가 초반에 오직 육체 능력만으로 싸운다는 것이다. 상대가 차력으로 폭풍을 일으킬 때, 그는 발차기와 주먹으로 반격한다. 이는 '원펀맨'의 사이타마가 주먹 하나로 괴물을 제압하는 것과 유사한 쾌감을 선사한다. 초능력자를 맨몸으로 압도하는 고등학생이라는 설정은 초반부의 강력한 흡입 요소다.
그러나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물리력만으로는 한계에 봉착한다. 이 과정에서 진모리의 정체와 과거, 힘의 기원이 서서히 드러나며 작품은 '고교 격투 대회'를 넘어 신과 인간, 거대 조직이 얽힌 전쟁 서사로 확장된다.
세계관의 인플레이션, 교실에서 우주로
무대는 도시를 넘어 하늘과 다른 차원까지 뻗어 나간다. 정부와 비밀 조직, 종교 집단 '녹스', 최강 격투가 집단 '식스' 등이 각자의 목적을 위해 대회를 이용하거나 파괴하려 든다. 토너먼트는 단순한 쇼가 아닌 세상의 법칙을 재편하기 위한 전초전이 된다.
이 거대한 소용돌이 속에서도 주인공들은 여전히 고등학생으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는다. 유미라는 가문의 명예와 후계자로서의 운명에 맞서고, 한대위는 친구를 살리기 위해 시작한 싸움에서 더 큰 선택의 기로에 선다. '귀멸의 칼날'의 탄지로가 가족을 위해 싸웠듯, 이들 역시 각자의 소중한 가치를 지키기 위해 투쟁한다.

후반부 전개는 대형 콘솔 RPG를 연상케 한다. 도심에 신화 속 괴물이 강림하고 이세계의 문이 열리며, 신적 존재들이 충돌한다. '어벤져스: 엔드게임'급의 스케일을 고등학생들이 감당하는 형국이다. 하지만 진모리는 "친구들과 함께 싸우고 싶을 뿐"이라고 말한다. 거대한 신화적 전투 속에서도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는 결국 '우정과 성장'임을 상기시키는 대목이다.
에너지의 폭발... 신화의 대연합
'갓오하'의 최대 강점은 압도적인 에너지다. 전통 소년 만화의 문법을 계승하되, 웹툰이라는 매체 특성에 맞춰 속도감과 리듬을 재해석했다. 세로 스크롤 연출을 활용해 타격과 공중전의 궤적을 극대화하며, 독자가 스크롤을 내리는 속도에 맞춰 액션의 타격감을 전달한다. 이는 웹툰 액션 연출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작화 스타일 또한 유연하다. 개그 장면에서는 단순한 선으로 가볍게 표현하다가도, 전투 장면에서는 근육의 움직임과 충격파를 치밀하게 묘사한다. 이러한 작화의 강약 조절은 이야기의 완급을 조절하는 핵심 기제로 작동한다.
캐릭터 서사의 균형도 돋보인다. 진모리, 한대위, 유미라는 세상을 구하겠다는 거창한 사명보다 친구, 가족, 가문 등 구체적인 대상을 지키기 위해 싸운다. 싸움의 규모가 커질수록 이러한 사적인 동기는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특히 유미라가 주체적으로 책임을 선택하고 성장하는 과정은 소년 만화에서 보기 드문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한국식 소년만화'의 완성
'갓오하'는 명실상부한 '한국식 소년만화의 완성형'으로 꼽힌다. 한국의 무술과 정서를 바탕으로 일본식 배틀물의 쾌감과 미국식 히어로물의 스케일을 적절히 융합했다. 이러한 독창성은 2020년 크런치롤 애니메이션 제작으로 이어지며 K-콘텐츠의 글로벌 파급력을 입증했다.

이 작품은 개연성을 따지기보다 컷의 박력과 기술의 전율, 역전의 짜릿함을 중시하는 독자들에게 최적의 선택지다. '드래곤볼'이 배틀 만화의 기준점이 되었듯, '갓오하'는 한국 웹툰 액션물의 중요한 이정표로 남았다.
작품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끝까지 인플레이션과 신화를 향해 질주한다. 누군가에게는 과장된 이야기로 비칠 수 있으나, 작가의 에너지를 끝까지 쏟아부은 광기 어린 결과물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발차기로 시작해 우주를 구하는 이야기, 이보다 더 '소년만화'다운 결말이 또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