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파인' 류승룡·임수정, 욕망의 70년대 보물선 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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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림
By Itaerim 기자

신안 해저유물선 실화 모티브... 류승룡·양세종·임수정의 처절한 한탕 생존기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파인: 촌뜨기들' 스틸컷

1970년대 후반, "잘 살아 보세"라는 구호 아래 생존이 지상 과제였던 시절.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파인: 촌뜨기들'은 시대의 가장 어둡고 습한 구석을 조명한다. 시골에서 근근이 장사를 이어가던 오관석(류승룡 분)은 인생 역전을 꿈꾸며 늘 허전한 웃음을 짓는 인물이다. 도시 노동판을 전전하던 조카 오희동(양세종 분)은 그런 삼촌을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이끌리듯 동행한다. 그러던 중 신안 앞바다에 중국 원나라 시절 보물을 실은 무역선이 가라앉아 있다는 소문이 당도한다. 관석에게 이는 인생을 뒤집을 마지막 기회다. 자본도, 인맥도, 장비도 없지만 무모함 하나로 무장한 이들, 일명 '촌뜨기들'은 각자의 욕망을 품고 바다로 향한다.

목포, 욕망이 뒤엉킨 이질적인 공간

관석과 희동이 당도한 목포는 단순한 항구 도시가 아니다. 역 앞 포장마차의 트로트, 미군 부대 차량, 정체불명의 화물 트럭들이 뒤섞인 이곳은 돈 냄새가 진동하는 '다른 행성'과도 같다. 관석은 고물상을 순례하며 도자기와 항해 일지를 수집하고, 희동은 삼촌의 진지한 눈빛에서 막연한 설렘과 불안을 동시에 느낀다.

이 거대한 도박판의 자금줄은 양정숙(임수정 분)이 쥐고 있다. 화려한 외양 뒤에 날카로운 계산 속을 감춘 그는 관석의 촌스러운 말투를 비웃으면서도 그 안의 진심을 읽어낸다. 돈 앞에서는 냉철하지만, 이 한탕판에서 자신 또한 새로운 인생을 꿈꿀 수 있다는 유혹에 흔들리며 관석과 위태로운 동업을 시작한다.

보물선 정보의 핵심은 송사장(김종수 분)이다. 군부, 권력층, 밀수업자를 잇는 그는 진실과 허풍을 오가는 인간 블랙박스다. 그의 말 한마디에 항구의 건달과 군부대가 움직인다. 그 밑바닥에는 외지인을 노리는 건달 벌구(홍기준 분)가 있다. 그는 희동을 경멸하면서도 정보와 운이 지배하는 이 판의 위험성을 본능적으로 감지한다.

여기에 부산 출신 사기꾼 김교수(김의성 분)의 합류는 판을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위조와 사기에 능한 그는 해저 유물이 국제 시세와 연결되는 상품임을 간파하고, 여러 세력 사이를 오가며 자신만의 이익을 도모한다. 마치 포커판의 도박꾼처럼 배팅을 이어가는 그의 존재는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파인 촌뜨기들 임수정 스틸컷
파인 촌뜨기들 김의성 스틸컷
서로 다른 목적으로 배에 오른 인물들

같은 배, 서로 다른 욕망의 충돌

모든 인물의 목적지는 신안 앞바다의 좌표 불명 지점이다. 빚 청산, 서울 내 집 마련, 혹은 권력자에 대한 소박한 복수심 등 저마다의 이유로 배에 오른 이들은 서로를 끊임없이 의심한다. 드라마는 보물 인양 과정보다 인물 간의 심리전에 집중한다. 서로의 목줄을 쥔 채 공생과 배신을 반복하는 이들의 모습은 흡사 벼랑 끝에 몰린 짐승들과 같다.

초반부는 이들이 한배를 타게 된 경위와 서로 속고 속이는 과정을 치밀하게 묘사한다. 관석과 희동의 가족사, 양정숙의 성장 배경, 송사장과 군부의 유착 관계가 드러나며 단순한 범죄극을 넘어 한국 현대사의 그늘을 조명한다. 바다 위에서는 유물의 가치가 논의되지만, 수면 아래에는 실패와 배신, 그리고 욕망의 찌꺼기가 가라앉아 있다.

한탕극과 시대극의 절묘한 결합

'파인: 촌뜨기들'의 미덕은 한탕극의 장르적 재미와 시대극의 깊이를 결합했다는 점이다. 1970년대 빈부격차의 파도 속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캐릭터들의 선택에 설득력을 부여한다. 특히 류승룡은 능청스러움과 서늘함을 오가며 무너져가는 가장의 초상을 완벽하게 구현했다. 양세종 역시 순박한 청년에서 욕망에 눈뜨는 인물로의 변화를 섬세하게 그려내며 극의 중심을 잡는다.

임수정이 분한 양정숙은 남성 중심의 서사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발휘한다. 단순한 조력자가 아닌, 자금줄을 쥔 플레이어로서 판을 뒤흔드는 그의 모습은 70년대라는 시대적 한계를 뛰어넘는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디즈니+ 파인: 촌뜨기들
디즈니+ 파인: 촌뜨기들

70년대 항구의 공기까지 담아낸 연출

연출은 범죄극의 리듬감에 70년대의 토속적 정서를 훌륭하게 배합했다. 비좁은 골목, 싸구려 확성기 소리, 석탄 자루가 실린 트럭 등 미장센은 그 자체로 살아있는 캐릭터다. 트로트와 포크가 섞인 음악, 촌스러운 의상은 인물들이 처한 과도기적 상황을 시각적으로 대변한다. 시청자는 어느새 목포 항구의 눅진한 공기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몰입감을 느끼게 된다.

다만, 후반부로 갈수록 늘어나는 등장인물과 서사는 다소 산만하게 다가올 수 있다. 주인공들의 내면 묘사가 충분히 쌓이기 전에 사건 전개를 위해 소비되는 경향이 있어 아쉬움을 남긴다. 그러나 '촌뜨기'라는 정체성을 전면에 내세워 기존 범죄물과 차별화를 꾀한 시도는 높이 평가할 만하다.

총평: 욕망과 연대의 시대극

'파인: 촌뜨기들'은 화려한 기술이나 영웅 서사 대신, 결핍된 인간들의 처절한 생존 본능을 그린다. 속도감 있는 사이다 전개를 기대한다면 다소 답답할 수 있으나, 류승룡, 양세종, 임수정의 연기 앙상블과 70년대 특유의 질감을 선호하는 시청자에게는 매력적인 작품이 될 것이다. 바다 밑 보물보다 무거운 것은 결국 '살아남아야 한다'는 절박함이며, 드라마는 그 무게를 견디며 나아가는 촌뜨기들의 항해를 묵직하게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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