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정치적 올바름) vs 표현의 자유... '스텔라 블레이드'가 쏘아 올린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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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선
By Jonyangseon journalist

스텔라 블레이드... PC 논란과 게임의 본질

PC(정치적 올바름) vs 표현의 자유... 〈스텔라 블레이드〉가 쏘아 올린 공 [Magazine Kave]
PC(정치적 올바름) vs 표현의 자유... 〈스텔라 블레이드〉가 쏘아 올린 공 [Magazine Kave]

2024년 4월, 시프트업(Shift Up)이 개발하고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SIE)가 배급한 콘솔 액션 게임 〈스텔라 블레이드(Stellar Blade)〉의 출시는 단순한 신작 게임의 런칭을 넘어, 글로벌 문화 전쟁의 거대한 기폭제가 되었다. 이 게임은 출시 전부터 주인공 '이브(Eve)'의 캐릭터 디자인을 둘러싸고 서구권 미디어의 비평적 시선과 전 세계 게이머들의 옹호 여론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전장이 되었다. 본 기사는 매거진 KAVE만의 관점을 바탕으로, 〈스텔라 블레이드〉가 촉발한 "PC(Political Correctness, 정치적 올바름) 주의 대 표현의 자유" 논쟁을 심층 분석한다. 우리는 이것이 단순한 캐릭터의 노출도나 선정성에 관한 말초적인 논란이 아님을 직시해야 한다. 이는 서구권 게임 업계가 지난 10년여간 구축해 온 '디지털 휴머니즘(Digital Humanism)'과 '현실적 재현(Realistic Representation)'의 도그마에 대해, 한국의 개발사들이 '판타지의 본질'과 '미적 이상향(Aesthetic Idealism)'을 앞세워 던진 근본적인 철학적 도전장이다.

특히, 서구권의 검열 논란과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형성된 '안티-PC(Anti-Woke)' 정서가 어떻게 K-게임을 대안적 문화 소비처로 격상시켰는지, 그리고 그 이면에 자리 잡은 한국 고유의 젠더 갈등과 산업적 맥락은 무엇인지 다각도로 조명한다. 우리는 이 현상을 "미적 주권(Aesthetic Sovereignty)"을 둘러싼 투쟁으로 정의하며, 시프트업의 김형태 사단이 구축한 시각적 언어가 글로벌 시장에서 갖는 함의를 경제적, 사회적, 철학적 층위에서 해부할 것이다. 논란의 핵심은 서구권 유력 게임 웹진인 IGN 프랑스(IGN France)의 프리뷰 기사에서 시작되었다. 해당 기사의 필자인 벤 오솔라(Ben Ossola)는 〈스텔라 블레이드〉의 주인공 이브를 두고 다음과 같이 혹평했다.

"게임의 디자인, 특히 캐릭터는 명백한 편견을 드러낸다. 우리는 외계인을 박살 낼 것이지만, 만약 우리가 그 일을 하면서 남성들의 눈을 즐겁게 해 줄 수 있다면 그것은 보너스라는 식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성공적이지 않다. (중략) 베요네타가 아이코닉한 캐릭터 디자인으로 돋보이거나 니어 오토마타의 2B가 코스플레이어들에게 영감을 준 것과 달리, 스텔라 블레이드의 이브는 그저 평범하다. 여자를 본 적이 없을 것 같은 사람이 성적 대상화한 인형(A doll sexualized by someone you would think has never seen a woman)에 불과하다."

IGN France 벤 오솔라(Ben Ossola)

이 문장은 즉각적으로 전 세계 게이머 커뮤니티의 공분을 샀다. 게이머들은 이 비평이 단순히 캐릭터의 매력도를 평가한 것을 넘어, 개발자의 창작 의도를 폄하하고 남성 게이머 전체를 싸잡아 비하하는 '인신공격'에 가깝다고 받아들였다. 특히 '여자를 본 적이 없다'는 표현은, 김형태 대표가 실제로는 기혼자이며 그의 아내 또한 같은 회사의 아티스트로 재직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거센 조롱의 대상이 되었다. 서구권 비평가들이 이브의 신체를 "비현실적(Unrealistic)"이라고 비판하며 "해부학적으로 불가능한 비율"이라고 공격하던 시점, 시프트업은 이브의 신체 모델링이 한국의 실제 모델 신재은의 3D 바디 스캔을 기반으로 제작되었음을 밝혔다.  

이 사실의 공개는 서구권의 'PC 비평' 논리를 뿌리째 흔드는 결정타가 되었다. 비평가들이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남성 판타지의 산물"이라고 규정한 신체가, 실제로는 "현실에 존재하는 한국 여성"의 몸이었기 때문이다. 이는 서구권 페미니즘 비평이 주장하는 '현실적인 여성상(Realistic Body Image)'이라는 개념 자체가, 실제로는 서구적이고 특정 이데올로기에 부합하는 체형만을 '현실'로 인정하고, 아시아인의 체형이나 가꿔진 미적 신체는 '비현실'로 배제하는 또 다른 형태의 인종적·문화적 편견이 아니냐는 역비판을 불러일으켰다. 유튜버들과 커뮤니티 유저들은 "현실의 여성을 스캔했는데 비현실적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그 모델인 신재은 씨에게 실례가 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하며, IGN 프랑스의 논평이 지닌 모순을 지적했다.  

거센 반발에 직면한 IGN 프랑스는 결국 해당 기사를 수정하고 사과문을 게재했다. 그들은 "이 구절로 인해 모욕감을 느꼈을 시프트업의 모든 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으나, 커뮤니티의 반응은 냉담했다. 일부 유저들은 사과문이 "프랑스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오해"라는 뉘앙스를 풍겼다고 지적하며, 이것이 진정한 반성이 아닌 면피성 사과라고 비판했다. 이 사건은 '게이머 대 저널리스트(Gamers vs Journalists)'의 구도를 더욱 심화시켰다. 게이머들은 게임 저널리즘이 게임의 본질인 '재미'와 '기술적 완성도'를 평가하기보다, 자신들의 정치적 어젠다를 전파하는 설교단(Pulpit)이 되었다고 느꼈다.

〈스텔라 블레이드〉 사태는 단순한 우발적 사고가 아니라, 게임 캐릭터 디자인을 바라보는 동서양의 철학적 관점 차이가 임계점에 달해 폭발한 현상이다. 우리는 이를 '디지털 휴머니즘의 도그마'와 '엔터테인먼트적 이상주의'의 충돌로 해석할 수 있다. 최근 수년간 서구권 AAA 게임 개발사들은 '사실주의(Realism)'와 '포용성(Inclusivity)'이라는 기치 아래, 여성 캐릭터의 디자인에서 의도적으로 성적 매력을 거세하거나 신체적 결함을 강조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 〈호라이즌 포비든 웨스트(Horizon Forbidden West)〉의 에일로이: 전작보다 얼굴이 둥글어지고 솜털이 묘사되는 등 '현실적인' 외모 변화가 있었으나, 팬들은 이를 "불필요한 외모 하향 평준화"라고 비판했다.  

  •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2(The Last of Us Part II)〉의 애비: 전통적인 여성성보다는 근육질의 신체와 거친 외모를 통해 서사의 핍진성과 다양성을 확보하려 했으나, 이는 극심한 호불호를 낳았다.  

  • 〈페이블(Fable, 2025)〉: 트레일러에 공개된 여성 주인공의 외모가 지나치게 '사실적'이거나 매력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서구 개발사들이 일부러 캐릭터를 못생기게 만든다(uglification)"는 음모론까지 제기되었다.  

서구권 개발자들과 비평가들은 이러한 변화가 게임이 '남성적 시선(Male Gaze)'에서 벗어나 예술적 성숙기로 접어드는 과정이라고 주장한다. 그들은 게임 캐릭터가 플레이어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는(Empathy) 완벽한 인형이 아니라, 결점이 있는 인간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반면, 시프트업의 김형태 대표는 이러한 서구적 흐름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다. 그의 철학은 명확하다. "게임은 현실이 아닌 판타지"라는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내가 게임을 할 때 나는 나보다 더 잘생기고 멋진 누군가를 보고 싶다. 그것이 내가 원하는 것이다. 나는 평범한 것을 보고 싶지 않다. 더 이상적인 것을 보고 싶다. 엔터테인먼트의 형식에서 그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결국 이것은 성인들을 위한 엔터테인먼트다."

시프트업의 김형태 대표

김형태의 이 발언은 〈스텔라 블레이드〉를 옹호하는 전 세계 게이머들의 '매니페스토'가 되었다. 그는 자신의 디자인이 대중의 본능(Instinct)과 개인적 취향(Taste)에 기반하고 있음을 숨기지 않는다. 이는 서구권 개발자들이 외부의 압력이나 정치적 올바름을 의식해 자기 검열을 수행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창작자가 자신의 욕망에 솔직할 때 오히려 대중적 호소력을 갖는다는 것을 증명했다. 서구권 유저들은 한국 개발사들이 "서구의 압박에도 굴하지 않고 그들이 만들고 싶은 미형 캐릭터를 만든다"며 환호했다. 이는 K-게임이 단순한 대체재가 아니라, 서구권 게임이 잃어버린 '판타지의 미덕'을 보존하고 있는 '최후의 보루(Sanctuary)'로 인식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일각에서는 서구권의 〈스텔라 블레이드〉 비판이 일종의 '미적 제국주의(Aesthetic Imperialism)'라고 분석한다. 서구의 진보적 가치관을 보편적 기준으로 설정하고, 그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아시아의 미적 기준을 '낙후된 것' 혹은 '성차별적인 것'으로 규정하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이브의 디자인은 니어 오토마타의 2B나 P.N.03의 바네사 등에서 영향을 받았지만, 명백히 한국적인 미의식(K-Beauty standards)이 투영된 결과물이다. 매끄러운 피부, 이상적인 비율, 화려한 패션은 K-팝 아이돌 문화와 궤를 같이한다. 이를두고 "현실적인 여성이 아니다"라고 비판하는 것은, K-컬처가 추구하는 '가공된 완벽함의 미학' 자체를 부정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는 서구권이 아시아 문화를 소비하면서도 자신들의 도덕적 잣대로 훈계하려는 오리엔탈리즘적 태도의 현대적 변주로 읽힐 수 있다.

〈스텔라 블레이드〉는 의도치 않게 서구권에서 진행 중인 '문화 전쟁(Culture War)'의 최전선에 서게 되었다. 디즈니, 넷플릭스, 그리고 서구 AAA 게임사들의 'PC 주의' 행보에 피로감을 느낀 소비자층, 이른바 '안티-워크(Anti-Woke)' 세력은 〈스텔라 블레이드〉를 자신들의 이데올로기적 승리를 위한 상징으로 삼았다. 유튜버들과 인플루언서들은 "스텔라 블레이드를 구매하는 것이 곧 검열에 반대하는 투표"라는 논리를 폈고, 이는 실제 구매 운동으로 이어졌다. 게임이 출시되기도 전에 '검열 없는 버전'에 대한 요구가 빗발쳤고, 소니가 일부 의상의 노출도를 수정했을 때 발생한 '검열 논란(Censorship Controversy)'은 유저들이 얼마나 이 문제에 민감한지를 보여주었다. 비록 시프트업이 "의도된 디자인"이라고 해명했지만, 유저들은 이를 서구 퍼블리셔(소니)의 압력 탓으로 돌리며 한국 개발사를 옹호하는 기현상을 빚었다.

이러한 글로벌 팬덤의 열광은 시프트업의 기업 가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2024년 7월, 시프트업은 한국 유가증권시장(KOSPI)에 상장하며 약 3,200억 원(3.2억 달러)을 공모했고, 시가총액은 약 3조 5천억 원(25억 달러)에 달했다. 이는 2021년 크래프톤 이후 최대 규모의 게임사 상장이다. 상장 전, 금융감독원과 투자자들은 시프트업의 매출이 〈승리의 여신: 니케〉라는 단일 모바일 게임에 97% 이상 의존하고 있다는 점(One-hit wonder risk)을 우려했다. 텐센트(Tencent)가 퍼블리싱하는 서브컬처 모바일 게임에 대한 의존도는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리스크 요인이었다. 그러나 〈스텔라 블레이드〉의 성공은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켰다.

  • 판매량: PS5 출시 두 달 만에 100만 장 판매 돌파, 이후 PC 버전 출시와 함께 누적 610만 장(추정)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  

  • PC 시장 확장: 2025년 6월 스팀 출시 직후 24시간 만에 54만 장, 누적 240만 장을 판매하며 콘솔 독점작의 PC 이식 성공 사례를 썼다. 특히 중국 시장에서의 폭발적인 반응은 서구권 외 시장에서의 '미형 캐릭터' 수요가 얼마나 거대한지를 증명했다.  

  • 수익 다각화: 2025년 시프트업의 재무 보고서에 따르면, 〈스텔라 블레이드〉의 로열티 매출만으로 분기당 약 277억 원을 기록하며, 모바일 편중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해소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PC(정치적 올바름) vs 표현의 자유... 〈스텔라 블레이드〉가 쏘아 올린 공 [Magazine Kave]
PC(정치적 올바름) vs 표현의 자유... 〈스텔라 블레이드〉가 쏘아 올린 공 [Magazine Kave]

〈스텔라 블레이드〉가 서구권에서는 'PC에 저항하는 자유의 상징'으로 추앙받지만, 한국 내부의 사정은 훨씬 복잡하고 미묘하다. 한국 게임 업계는 전례 없는 '젠더 전쟁(Gender War)'의 한복판에 있다. 한국 게임 업계에서 '집게 손가락(Finger Pinching)' 제스처는 급진적 페미니즘 커뮤니티 '메갈리아'가 남성의 성기 크기를 비하하는 의미로 사용했던 상징으로 인식된다. 2023년 넥슨의 〈메이플스토리〉 홍보 영상에서 0.1초 단위의 프레임에 이 손동작이 포함되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남성 게이머들은 이를 "남성 혐오적 표현의 은밀한 삽입"이라며 거세게 항의했다. 이 사건으로 인해 넥슨을 비롯한 수많은 게임사가 사과문을 발표하고, 해당 작업에 참여한 하청 업체와 여성 창작자들에 대한 전수 조사(이른바 '전수 검사')를 실시했다. 서구권 시각에서는 이것이 "사소한 손동작에 대한 편집증적 음모론"이자 "반페미니즘적 마녀사냥"으로 보일 수 있으나 , 한국의 남성 게이머들에게 이는 "소비자를 조롱하는 혐오 표현을 걸러내기 위한 정당한 소비자 운동"으로 여겨진다. 시프트업 역시 이러한 국내 분위기에서 자유롭지 않다. 〈데스티니 차일드〉 시절부터 페미니즘 관련 이슈로 홍역을 치른 바 있는 한국 게임사들은, 〈스텔라 블레이드〉와 같은 프로젝트에서 '리스크 관리'를 최우선으로 삼는다. 서구권의 'PC 주의'가 다양성을 강요하는 압력이라면, 한국 내의 '안티-페미니즘' 정서는 창작물 내에 페미니즘적 요소가 조금이라도 섞이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 또 다른 형태의 검열 압력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스텔라 블레이드〉의 "섹시하고 이상적인 여성상"은 김형태 대표의 개인적 취향일 뿐만 아니라, 국내 핵심 소비층인 남성 게이머들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들의 역린(페미니즘 이슈)을 건드리지 않기 위한 고도로 계산된 생존 전략이기도 하다. 서구권 팬들은 이를 "용감한 저항"으로 해석하지만, 한국적 맥락에서는 "소비자 친화적(Customer-friendly)이면서 안전한 선택"인 셈이다.

〈스텔라 블레이드〉의 성공은 단발성 이벤트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시프트업은 이미 이 성공을 발판으로 더 거대한 계획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시프트업의 재무 보고서와 유출된 정보에 따르면, 〈스텔라 블레이드 2〉는 이미 개발 단계에 있으며 2027년 이전에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속편은 언리얼 엔진 5를 기반으로 한층 더 진보된 그래픽과 더 넓어진 세계관을 선보일 것으로 보이며, 김형태 대표는 전작에서의 피드백을 반영해 스토리텔링과 캐릭터의 깊이를 강화할 것임을 시사했다. 차기 IP인 〈프로젝트 스피리츠〉(구 프로젝트 위치스)는 "동양적 판타지(Eastern Fantasy)"를 표방하는 서브컬처 크로스 플랫폼 게임이다. 이는 〈원신〉이나 〈명조〉와 같은 오픈월드 서브컬처 게임 시장을 겨냥한 것으로 보이며, 텐센트와의 협력을 통해 글로벌 모바일 및 PC 시장을 동시에 공략할 예정이다. 시프트업은 〈스텔라 블레이드〉로 입증한 3D 액션 기술력과 〈니케〉로 증명한 캐릭터 메이킹 능력을 결합해 '트리플 A급 서브컬처 게임'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려 한다. 2025년 6월, PC 버전 출시와 함께 공개된 〈스텔라 블레이드 x 승리의 여신: 니케〉 DLC는 시프트업이 자사의 IP를 어떻게 연결하고 확장하는지를 보여주는 교과서적 사례다. 니케의 캐릭터 의상을 이브에게 입히고, 반대로 니케 게임 내에 이브를 등장시키는 상호 프로모션은 두 게임의 팬덤을 융합시키고, 단순한 게임을 넘어선 '캐릭터 브랜드'로서의 가치를 극대화한다.

〈스텔라 블레이드〉가 쏘아 올린 공은 게임 업계에 묵직한 질문을 던졌다. 게임은 현실을 반영하고 사회를 계몽해야 하는가(서구적 디지털 휴머니즘), 아니면 현실을 잊게 하고 완벽한 아름다움을 제공해야 하는가(한국적 엔터테인먼트)?

시프트업의 대답은 명확했다. 그들은 비평가들의 펜대 대신 게이머들의 패드를 선택했다. "여자를 본 적 없다"는 조롱 속에서도 그들은 현실의 기술(3D 스캔)을 이용해 가장 비현실적인 판타지를 구현해냈고, 그 결과는 600만 장 이상의 판매고와 수십억 달러의 기업 가치로 증명되었다. 이 현상은 단순한 '안티-PC'의 승리가 아니다. 이것은 '게임의 본질적 가치'에 대한 재확인이다. 플레이어들은 가르침을 받기 위해 콘솔을 켜지 않는다. 그들은 경험하기 위해, 그리고 매혹되기 위해 게임을 한다. 〈스텔라 블레이드〉는 서구권 게임사들이 '올바름'을 추구하느라 잠시 잊고 있었던, 혹은 애써 외면했던 그 원초적인 '매혹의 힘'을 다시금 일깨워주었다.

앞으로 펼쳐질 글로벌 게임 시장의 패권 경쟁에서, 한국 게임사들이 가진 '미적 주권'과 '타협하지 않는 판타지'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다. 서구의 개발자들이 에일로이의 얼굴에 솜털을 심으며 현실성을 고민할 때, 시프트업은 이브의 척추 라인을 다듬으며 어떻게 하면 플레이어의 아드레날린을 솟구치게 할지 고민했다. 그리고 현재까지의 스코어보드를 보면, 게이머들이 누구의 손을 들어주고 있는지는 자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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