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탑 네이버 웹툰/시험이라는 이름의 생존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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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웹툰계 최고의 세계관 2020 대한민국 콘텐츠대상 대통령상 수상작

탑은 모든 것을 약속한다. 올라가기만 하면 부와 명예, 권력, 심지어 신까지도 손에 넣을 수 있다고 속삭인다. 마치 무한도전의 "돈 가방을 들고 튀어라" 미션처럼, 단 탑은 몇 시간이 아니라 평생을 건 게임이다. 네이버 웹툰 '신의 탑'은 이 단순하지만 강렬한 전제를 집요하게, 거의 편집증적으로 끝까지 밀어붙이는 이야기다.

작품의 시작은 놀라울 만큼 소박하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어두운 동굴 같은 공간에서 살아온 소년, 스물다섯 번째 밤(밤)과, 그에게는 세계 그 자체였던 소녀 라헬. 라헬의 소원은 "하늘의 별을 보는 것"—시골 아이가 서울 가서 명동 보고 싶다는 것만큼이나 소박하지만, 이 세계에서는 목숨을 걸어야 하는 바람이다. 탑은 그 소원을 이뤄줄 유일한 출구처럼 보인다. 라헬이 먼저 탑으로 들어간 순간, 밤에게 남은 선택지는 하나뿐이다. 그녀를 따라 탑으로 향하는 것. 사랑인지 집착인지, 아니면 유일한 존재에 대한 각인 효과인지 규정하기 어려운 감정이 그를 문 안으로 밀어 넣는다.

수직 욕망의 건축학

탑의 첫 층에서 밤은 이 세계의 규칙을 얼굴에 정면으로 맞는다. 관리인 헤돈이 나타나 "탑에 오른다는 건 끊임없는 시험을 통과한다는 의미"라고 선언하고, 소년은 첫 시험으로 거대한 철창 괴수와 마주 선다. 여기서 시험은 곧 생존이다. 수능이 인생을 좌우한다는 말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인 세계랄까. 정답을 찾지 못하면 죽고, 남을 짓밟지 못하면 자기 차례가 돌아온다. 그러나 밤은 처음부터 이 룰을 온전히 내면화하지 못한다. 그는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라헬에게 닿기 위해 싸운다. 동기부여가 시스템 바깥에 있는 플레이어는 이 어긋난 출발점이 이후 전 층에 걸쳐 반복되는 밤의 행동 패턴을 결정짓는다.

두 번째 층에서는 본격적인 '배틀 로얄' 구조가 펼쳐진다. 낯선 수험생들이 한 공간에 집결되고, 제한 시간 안에 동맹을 맺고 배신하며 살아남아야 하는 룰이 주어진다. 〈오징어 게임〉을 보며 "게임이 사회 시스템의 은유"라고 했던 사람들은 여기서 데자뷔를 느낄 것이다. 다만 '신의 탑'은 2010년부터 이 구조를 웹툰으로 풀어내고 있었다는 게 흥미롭다.

여기서 밤은 두 인물을 만나게 된다. 귀족 출신 엘리트의 외형에 냉철한 두뇌를 가진 쿤 아게로 아그니스는 전형적인 전략가 캐릭터지만 밤 앞에서만 감정 컨트롤을 못 하는, 일종의 '츤데레 책사'다. 그리고 거대한 창을 들고 "사냥감"을 외치는 악어 같은 전사 라크는 단순무식해 보이지만 실은 가장 순수한 의리파. 계산과 폭력, 순진한 집착이 뒤엉킨 이 세 인물이 이후 탑을 오르는 핵심 파티가 된다. RPG로 치면 탱커-딜러-서포터의 황금 조합이지만, 여기서 서포터(밤)가 사실 히든 엔딩용 최종 보스급 스펙을 숨기고 있다는 게 반전이다.

시험은 층마다 방식이 달라진다. 팀 배틀, 추리, 심리전, 구역 쟁탈전, 릴레이 경기까지. 게임 방송으로 치면 시즌마다 룰을 완전히 갈아엎는 〈더 지니어스〉 같은 구조다. 이 과정에서 수십 명의 수험생들이 하나둘 탈락하고, 살아남는 자들만이 이름과 사연을 남긴다. 엑스트라들에게도 배경 스토리를 부여하는 친절함(혹은 설정 과잉?)이 이 작품의 특징이다.

탑이라는 구조는 곧 계급과 욕망의 시스템으로 드러난다. 보통 사람들은 탑 안의 마을과 도시에서 태어나 평생 몇 층을 벗어나지 못하고 산다. 〈기생충〉의 반지하, 1층, 고지대 저택 구조를 수직으로 세워놓은 셈이다. 선택받은 소수만이 정식 수험생으로 시험을 치르며 위로 올라갈 수 있다. 그 위에는 이미 정점에 오른 자하드 왕과 공주들, 각 층을 관리하는 수많은 집단과 가문이 거대한 질서를 구축하고 있다.

그런데 밤은 그 질서 바깥에서 갑자기 떨어져 들어온 '비정규' 존재, 일명 '이레귤러'다. 태생부터 탑의 규칙에 속하지 않는 이방인이기 때문에, 존재 자체가 시스템에 균열을 낸다. 게임으로 치면 치트키를 쓴 게 아니라 게임 자체의 소스 코드에 접근 권한이 있는 플레이어랄까. 누군가는 그를 위험한 변수로 보고 제거하려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이용하려 한다.

라헬, 혹은 타인의 꿈에 기생하는 방법

라헬의 존재는 이 이야기의 또 다른 축이다. 밤의 시점에서 라헬은 언제나 쫓아야 할 빛이다. 그런데 독자는 층을 오를수록, 라헬 역시 이 탑에서 나름의 공포와 욕망을 안고 있는 인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탑은 소원을 들어주지만, 대가를 요구한다. "별을 보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조차 이곳에서는 파우스트의 악마와 계약서 쓰는 수준의 거래 대상이 된다.

밤과 라헬의 관계는 단순한 짝사랑이나 재회 서사가 아니라, "타인의 꿈에 목숨을 건 사람"과 "누군가의 헌신 위에 올라탄 사람" 사이의 기괴하고도 불편한 관계로 변형된다. 이건 사랑이 아니라 일종의 공생 아니, 기생 관계에 가깝다. 두 사람이 어떻게 갈라지고 다시 엮이는지는 이 작품의 핵심 스포일러이기 때문에, 여기서는 방향만 암시하는 선에서 멈추겠다. 다만 이것만은 말할 수 있다. 라헬은 웹툰 역사상 가장 논쟁적인 캐릭터 중 하나이며, 독자들은 그녀를 증오하거나 이해하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린다.

이후 스토리는 층을 오르며 다채롭게 가지를 친다. 각 층의 통치자와 시험 감독관, 자하드의 공주들, 수십 개 가문과 조직이 얽힌 정치판이 펼쳐진다. 어떤 층에서는 생존 게임이, 어떤 층에서는 〈런닝맨〉 같은 팀전이, 또 다른 층에서는 사실상 전쟁이 벌어진다. 밤은 그 과정에서 단순한 '라헬 추격자'가 아니라, 자신만의 목적과 이름을 갖는 인물로 재구성된다. 성장 서사의 교과서적 전개지만, 그 과정이 수백 화에 걸쳐 촘촘하게 펼쳐진다는 점이 차별점이다.

그와 동행하는 친구들도 변한다. 쿤은 냉정한 전략가에서 밤에게 자기 감정을 거는 동료로 바뀌고, 라크는 사냥감 타령을 하면서도 누구보다 끈질기게 밤의 편에 선다. 그러나 탑의 구조상, 모든 관계는 시험과 거래의 장 위에 있다. 언제든 배신이 가능하고, 언제든 이해관계가 우선될 수 있다는 긴장감 그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신의 탑'이라는 긴 장편을 끝까지 끌고 가는 에너지다.

세계관 덕후들의 천국

'신의 탑'의 가장 큰 장점은 세계관 구축이다. 탑이라는 단일한 구조 안에 수많은 문화, 종족, 규칙, 기술, 정치 시스템이 층별로 겹겹이 쌓여 있다. 한 층만 떼어놓고 보면 그 자체로도 하나의 판타지 세계다. 시험 규칙은 보드게임 디자이너가 설계한 듯 정교하고, 각 층 관리자와 가문은 별도의 위키피디아 문서가 필요할 만큼 복잡하다. 이런 치밀함이 독자에게 "이 탑 어딘가에 나만 모르는 또 다른 이야기들이 수백 개 있겠구나"라는 감각을 준다. 〈반지의 제왕〉을 처음 읽었을 때의 그 설렘, 〈해리 포터〉의 마법 세계에 처음 입장했을 때의 그 두근거림을 웹툰으로 구현한 케이스다.

연출도 웹툰 포맷을 영리하게 이용한다. 세로 스크롤 구조를 활용해 탑의 '높이'를 시각적으로 체험하게 한다. 아래로 길게 이어지는 통로, 끝없이 추락하는 장면, 위에서 아래로 쏟아지는 공격을 스크롤로 따라갈 때, 탑이라는 구조 자체가 손끝으로, 눈으로, 몸으로 느껴진다. 종이 만화였다면 불가능했을 연출이다.

초반에는 상대적으로 투박한 그림이지만 연재가 진행될수록 인물 디자인과 배경, 색감이 점점 세련돼진다. 중·후반부로 갈수록 큰 전투 장면에서의 박력, 라인 배치, 연출이 확실히 두세 단계쯤 올라간 느낌이다. 거대한 창과 창이 부딪칠 때 화면 전체가 휘어지는 듯한 연출, 신수(탑의 에너지)가 폭발할 때의 색감 표현은 종이 만화보다 디지털 화면에서 더 강렬하게 다가온다.

캐릭터 서사도 빼놓을 수 없다. 밤은 처음에는 거의 백지 상태의 인물이다. 라헬을 사랑한다, 그녀를 위해 탑을 오른다 외에는 뚜렷한 성격적 좌표가 없다. 그래서 초반엔 다소 답답한 주인공처럼 보일 수 있다. "주체성 제로에 연애 뇌만 가득한 남주"라는 비판도 충분히 가능하다. 하지만 층을 오르며 그 백지 위에 상처, 결심, 새로운 관계가 하나씩 그려진다. 특히 "자기 자신을 위해 싸우겠다"는 지점에 도달하는 과정이 이 작품 성장 서사의 핵심이다. 누군가를 위해 사는 삶에서 자기를 위해 사는 삶으로.

쿤과 라크는 밤과 대비되는 캐릭터다. 쿤은 똑똑하고 냉소적이며, 늘 계산을 앞세우지만, 밤이라는 예외 앞에서만 감정을 숨기지 못한다. 전형적인 '감정 숨기기에 실패한 천재' 캐릭터지만, 그 전형성이 오히려 안정감을 준다. 라크는 단순무식해 보이지만, 누구보다 동료의 선을 잘 지키는 인물이다. 〈원피스〉의 조로를 떠올리면 비슷하지만, 조로보다 훨씬 더 바보 같고 훨씬 더 사랑스럽다. 이들의 대화와 티키타카는 거대한 서사 중간중간에 숨통을 틔워주는 코믹 릴리프로도 기능한다.

회색빛 세계, 혹은 선악을 넘어선 욕망의 지도

서사의 방향성에서 흥미로운 점은, 이 작품이 선악 구도를 명확히 나누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자하드 왕과 그 체제는 분명 비판의 대상이지만, 그 안에도 저마다의 사정과 논리가 있다. '악당'처럼 보이는 인물들도 자신의 층과 가문을 지키기 위한 선택을 할 뿐이고, 밤의 편에 서는 인물들도 언제든 이해관계에 따라 등을 돌릴 수 있다. 탑이란 결국 욕망의 집합체이고, 이런 세계에서 절대 선은 존재하기 어렵다.

이 모호함이 오히려 현실의 권력 구조와 닮아 있어, 독자에게 단순한 영웅담 이상의 생각거리를 제공한다. 〈왕좌의 게임〉이 "권력은 결국 누가 믿느냐의 문제"라고 말했다면, '신의 탑'은 "욕망은 결국 어디까지 올라가고 싶은지의 문제"라고 속삭인다.

다만 장점이 곧 단점이 되기도 한다. 장기 연재 작품답게, 설정과 등장인물이 정말 매우 많다. 층이 오를수록 새로운 집단과 개념이 계속 추가되고, 과거 에피소드에서 던져놓은 떡밥이 뒤늦게 회수되는 식이다. 이런 구조는 설정 파고들기를 즐기는 독자에게는 큰 즐거움이지만, 가볍게 읽고 싶은 독자에게는 "이거 위키 없이는 못 보겠는데?"라는 피로감을 준다. 실제로 '신의 탑' 위키는 웹툰 위키 중에서도 손꼽히는 방대함을 자랑한다.

또 전개 속도가 느리게 느껴지는 구간도 존재한다. 배틀, 대화, 회상, 정치적 설명이 이어지며 "아니 대체 언제 다음 층 가냐"고 답답해하는 시점이 분명 온다. 특히 중반 이후 정치 드라마 요소가 강화되면서, 초반의 단순명쾌한 "시험 통과→다음 층" 구조를 그리워하는 독자도 생긴다. 꾸준히 따라갈 인내심을 요구하는 작품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마라톤 같은 웹툰이랄까.

누가 이 탑을 올라야 하는가

이제 누가 이 탑을 올라야 할지 생각해 보자. 먼저, 설정이 풍부한 판타지를 좋아하고 세계관 파고들기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신의 탑'은 사실상 필수 코스다. 각 층의 룰을 분석하고, 가문과 조직의 관계를 정리해 보는 것만으로도 하나의 취미가 될 수 있다. 시험 구조를 좋아하는 독자, 〈더 지니어스〉나 〈오징어 게임〉 같은 게임 룰과 배틀이 결합된 이야기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에게도 잘 맞는다. 매 층마다 새로운 규칙과 조합이 등장하기 때문에, 읽을수록 "이번에는 어떤 방식으로 싸우나"를 기대하게 된다.

또, 단순한 영웅담이 아니라 회색지대가 많은 서사를 선호하는 독자에게도 어울린다. 이 작품은 누구를 무조건 믿으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밤 자신조차 도덕적으로 완벽한 인물이 아니다. 자신의 신념과 타인의 욕망이 부딪힐 때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그 결과를 어떻게 감당해야 하는지 계속 묻는 타입의 이야기다. 이런 질문을 따라가는 과정에서, 독자 역시 자신이 믿는 '정의'의 모양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마지막으로, 조금 느린 호흡을 감수하더라도 "한 세계에 오래 머무르고 싶다"는 사람에게 이 웹툰을 건네고 싶다. '신의 탑'을 보기 시작하면, 당장 속 시원한 완결감보다 "이 탑에는 내가 아직 모르는 층이 수십 개는 더 있겠지"라는 느낌이 더 크게 다가온다. 어떤 독자는 그 끝없는 가능성 때문에 지치기도 하고, 어떤 독자는 그 끝없는 미완성감 때문에 더 오래 머물러 있기를 선택한다.

만약 당신이 두 번째 타입이라면, 밤과 함께 탑의 문을 여는 순간 꽤 오랫동안 이 세계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어느 날 문득, 현실에서 누군가 "위로 올라가야지"라고 말할 때, 이 웹툰의 어떤 장면이 슬쩍 떠오를지도 모른다. 바로 그때, '신의 탑'은 단지 재미있는 웹툰을 넘어, 당신 머릿속 어딘가에 남은 하나의 은유가 되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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