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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에 새긴 시간의 초상 ‘드라마 응답하라 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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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대를 책임진 ‘응답하라’ 시리즈의 화려한 피날레 2016년 제52회 백상예술대상 TV부문 연출상 수상작

골목 안으로 카메라가 들어가면, 좁은 골목길에 자전거가 쓰러져 있고, 집집마다 전기장판을 널어 말리는 겨울 햇살이 비친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은 바로 그 골목, 쌍문동 한복판에 우리를 데려다 놓는다. 마치 '해리 포터'의 9와 3/4 승강장을 통과하듯, 우리는 2015년에서 1988년으로 시간여행을 떠난다. 다만 마법이 아니라 기억과 공감이 우리를 실어 나른다.

이 드라마의 진짜 주인공은 사실 특정 인물이 아니라, 1988년이라는 시간과 골목 공동체 그 자체다. 가운데 위치한 덕선네 집을 중심으로, 성균네, 선우네, 정환네, 동룡네까지 다섯 가족이 옆집·뒷집·앞집으로 연결돼 있다. 마치 '프렌즈'의 센트럴 파크 커피숍처럼, 이 골목은 모든 이야기가 시작되고 끝나는 허브다. 그 사이를 다섯 친구가 바람처럼 오간다. 덕선(혜리), 택(박보검), 정환(류준열), 선우(고경표), 동룡(이동휘)은 고등학생과 바둑기사가 뒤섞인 다섯 명의 소년·소녀이자, 그 시대 평범한 청춘의 얼굴을 모자이크처럼 모아 붙인 집합체다.

에피소드의 표면적인 이야기만 보면 일상극에 가깝다. 시험을 망치고, 도시락 반찬을 서로 바꿔 먹고, 라디오 사연에 목숨 걸고, 겨울에는 연탄불에 군고구마를 구워 먹으면서 하루를 보낸다. '심슨 가족'이나 '모던 패밀리'처럼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이 이야기의 전부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응답하라 1988'은 그 일상 위에 88올림픽이라는 거대한 국가 이벤트와 서울올림픽을 준비하던 도시의 공기를 겹쳐 놓는다. 올림픽 성화가 도시를 지나갈 때 아이들은 골목에서 뛰어나와 구경하고, 집집마다 컬러 TV를 들여놓으며 세상이 변해 가는 속도를 실감한다. '포레스트 검프'가 미국 현대사의 중요한 순간마다 주인공을 끼워 넣었다면, '응답하라 1988'은 한국 현대사의 격변기를 골목 사람들의 시선으로 재구성한다.

동시에 집 안에서는 여전히 부모 세대의 경제적 고단함과, 형제자매 간의 불화, 입시 경쟁의 압박이 촘촘하게 쌓여 간다. 역사책에 나오는 1988년과, 골목길에서 살아낸 1988년이 서로 다른 온도로 공존하는 것이다.

다섯 친구, 다섯 가지 청춘

덕선은 집에서 둘째라 늘 '샌드위치' 취급을 받는다. '해리 포터'의 론 위즐리가 "나는 다섯 형제 중에 끼인 투명인간"이라고 했던 것처럼, 덕선도 언니 보라와 동생 노을 사이에서 존재감이 희미해진다. 하지만 친구들 사이에서는 분위기메이커로, 골목에서는 2층에서 소리 지르며 온 동네를 깨우는 '골목 대장'으로 살아간다.

정환은 말수 적고 시니컬하지만, 가족과 친구들을 챙길 때 누가 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움직이는 타입이다. '반지의 제왕'의 샘 같은 존재랄까. 겉으로는 투덜거리지만, 정작 중요한 순간엔 항상 그 자리에 있다. 선우는 책임감 강한 맏아들이자 엄마의 가장 든든한 편이고, 동룡은 춤과 패션에 진심인 동네 흥꾼이다. 1988년 쌍문동 버전의 '퀴어 아이' 패션 전문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가운데 천재 바둑기사 택은 세상 물정에는 서툴지만, 바둑판 앞에서는 모든 것이 명료해지는 인물로 그려진다. '빅뱅이론'의 셸든 쿠퍼가 물리학 천재라면, 택은 바둑 천재다. 사회성은 부족하지만, 그만의 순수함과 진심이 있다. 이 다섯 명이 한 방에 모여 라면을 끓여 먹고, 택이네 바둑 기숙사에 몰려가 밤을 새우고, 누군가의 짝사랑을 두고 은근한 긴장이 흐를 때, 드라마는 청춘물의 설렘과 가족극의 따뜻함을 동시에 건드린다.

골목의 어른들 이야기도 이 드라마의 중요한 축이다. 덕선 아빠, 동룡 아빠와 정환 아빠, 그리고 선우 엄마까지, 이웃들은 서로의 집에 '프렌즈'의 모니카 집처럼 마음대로 드나들고 반찬을 나누고 돈을 빌려주고, 때로는 자식 문제로 싸우다가도 금세 술 한잔에 풀어버린다.

각 가정에는 저마다의 상처가 있다. 해고 위기를 겪는 가장, 일찍 남편을 떠나보내고 홀로 아들을 키우는 엄마, 집안 형편 때문에 늘 미안한 부모. 하지만 그 상처가 드라마 속에서는 '이토록 가까운' 같은 무거운 멜로처럼 지나치게 비장하게 소비되지 않는다. 밥상 위 농담 한마디, 시장에서 깎아온 과일 한 봉지, 눈 오는 날 쌓인 눈을 같이 치우는 장면 안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큰 사건 없이 흘러가는 것처럼 보여도, 인물들의 작은 감정 변화와 관계의 결이 매 회차 차곡차곡 쌓여 간다. 마치 '비포 선라이즈' 3부작처럼, 극적인 사건보다 대화와 시선, 침묵이 더 많은 걸 말하는 드라마다.

드라마는 종종 한 인물의 시선을 따라가며 과거를 회상하거나, 지금으로선 사라진 풍경들을 애틋하게 보여준다. 손글씨로 쓰던 편지, 공중전화 앞에 줄 서 있던 사람들, 집 전화 한 통에 온 가족이 몰려와 수화기를 붙잡던 풍경이 자연스럽게 등장한다. '위 아 후' 같은 서구 시트콤이 "예전엔 다 이랬지"라며 추억을 소환하는 것처럼.

하지만 이 과거 묘사는 단지 '그때가 좋았지'라는 감상에 머물지 않고, 당시의 불편함과 불안함도 같이 보여준다. 입시지옥, 가부장적 문화, 여성에 대한 이중 잣대, 경제적 양극화의 그림자 등이 에피소드 곳곳에 배치된다. '매드 맨'이 1960년대 미국의 화려함과 동시에 인종차별, 성차별을 정직하게 보여줬듯, '응답하라 1988'도 과거를 무조건 미화하지 않는다.

그래서 골목 아이들과 부모들의 일상이 가끔씩 뾰족하게 아프게 다가온다. 누구의 삶도 완벽하지 않았지만, 서로가 서로의 부족함을 메우며 버텨냈다는 감각이 전반을 관통한다. "우리는 완벽하지 않았지만, 함께였다"는 메시지가 은근하게 전해진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응답하라 1988'은 단순한 성장담을 넘어, 시간과 기억에 대한 드라마로 확장된다. 첫 회부터 성인이 된 누군가의 현재 시점이 간간히 등장하면서, 시청자는 지금 박덕선이 누구와 결혼했는지, 쌍문동 사람들은 어떻게 흩어졌는지 궁금해하게 된다. '하울 아이 메트 유어 마더'의 "엄마는 누구?" 미스터리처럼, "남편은 누구?" 서사가 시청자를 사로잡는다.

하지만 이 드라마의 진짜 힘은 '누가 남편이냐'의 미스터리보다, 그 과정을 지나온 시간 자체를 얼마나 섬세하게 보여주느냐에 있다. 수많은 밥상, 수많은 다툼과 화해, 수많은 골목길 밤공기를 지나, 인물들이 조금씩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 풍부하게 펼쳐진다.

결말은 이 글에서 밝히지 않겠다. 다만 그 마지막 장면에 이르기까지 시청자가 골목 사람들과 함께 쌓아 올린 시간의 두께가, 그 결정을 각자의 마음속에서 자연스럽게 납득하게 만든다는 점만 말해둔다. '식스 센스'의 반전이 충격적인 이유는 그 전에 깔아둔 복선들 때문이듯, '응답하라 1988'의 결말도 20회 내내 쌓아온 관계의 밀도 덕분에 설득력을 얻는다.

향수의 현대적 재구성...웃음과 눈물의 리듬

작품성 측면에서 보면 '응답하라 1988'은 한국 드라마가 '향수'를 어떻게 현대적으로 재가공할 수 있는지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이 드라마가 사랑받은 가장 큰 이유는, 과거를 단순히 미화하지 않고, 그 시대가 지닌 온도와 냄새, 불편함과 따뜻함을 동시에 껴안았기 때문이다.

1988년이라는 시간은 한국 사회가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던 분기점이고, 드라마는 그 과도기의 혼란과 설렘을 골목이라는 작은 세계 안에 압축한다. 카메라는 종종 인물들의 얼굴보다 골목 풍경, 집안의 오래된 가구, 연탄가스 경보기, 교복과 트레이닝복 같은 사물에 천천히 머문다. 이 사물들의 집적이 곧 시대의 질감을 형성한다. '아멜리에'에서 카메라가 작은 사물들에 애정 어린 시선을 보내듯, '응답하라 1988'도 소품 하나하나에 시간의 무게를 담는다.

연출과 편집은 감정의 리듬을 섬세하게 잡아낸다. 웃음과 눈물이 '별에서 온 그대'처럼 과장되게 휘몰아치기보다는, 평범한 대화와 생활 소음 사이에 스며든다. 오늘은 친구들끼리 웃고 떠들다 끝나는 것 같다가도, 마지막 내레이션 한 줄에 갑자기 울컥하게 된다. '업'의 오프닝 몽타주가 4분 만에 한 평생을 담아내듯, '응답하라 1988'의 마지막 독백은 한 줄로 한 회차를 정리한다.

이 리듬을 지탱하는 것이 바로 OST다. 당대 가요들을 재편곡한 곡들이 장면들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면서, 시청자의 기억을 자극한다. 80~90년대를 직접 겪은 세대에게는 개인적인 추억이 소환되고, 이후 세대에게는 '부모님의 청춘'이 낯설지만 정겹게 다가온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OST가 70~80년대 팝으로 세대를 아우르듯, '응답하라 1988'의 음악도 시간을 넘어 감정을 연결한다.

각 인물의 서사도 입체적이다. 덕선, 택, 정환, 선우, 동룡 다섯 친구의 이야기가 로맨스와 우정을 오가며 펼쳐지는 동시에, 부모 세대 개개인의 이야기도 비중 있게 다뤄진다. 특히 선우 엄마와 골목 아저씨들의 이야기는, 한국 드라마에서 흔히 조연으로 소비되던 부모 세대에 제대로 된 서사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 드라마에서 어른들은 단순히 자식의 사랑을 방해하거나 응원하는 '킹스맨'의 멘토 캐릭터 같은 장치가 아니라, 자기 인생의 주인공으로 그려진다. 그 덕에 세대 간 갈등도 더 현실적으로 보이고, 세대가 다르더라도 공유하는 감정의 접점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길모어 걸스'가 엄마와 딸의 관계를 동등하게 그렸듯, '응답하라 1988'도 부모와 자식을 각자의 인생을 사는 독립된 개인으로 존중한다.

물론 '응답하라 1988'이 완벽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골목 공동체의 끈끈함이 현실에서는 이제 찾아보기 어려운 풍경이라는 점에서, 어떤 시청자에게는 과도한 이상화로 느껴질 수 있다. 마치 '노팅힐'의 런던이나 '미드나잇 인 파리'의 파리처럼, 실제보다 훨씬 아름답게 각색된 버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러닝타임이 길고, 사소한 일상이 세밀하게 묘사되는 만큼, 호흡이 느리다고 느끼는 이들도 있다. '24'나 '브레이킹 배드'처럼 매 회마다 충격과 반전을 기대하는 시청자에게는 답답할 수 있다. 남편 찾기 서사가 후반부에 다소 과도하게 부각되면서, 일부 인물의 서사가 희생됐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장기간 재방송·다시보기 인기작으로 남은 것은, 단점들을 상쇄하고도 남을 정도로 '관계의 디테일'을 잘 살려냈기 때문이다. 시청자는 완벽하게 새로운 이야기를 본 것이 아니라, 어딘가에서 이미 알고 있던 감정들을 다시 만난 느낌을 받는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보고 "내 안의 어린 시절을 만났다"고 말하듯, '응답하라 1988'을 보고 "내 안의 골목을 만났다"고 말하게 되는 것이다.

묻는다 “성공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또 하나 눈에 띄는 지점은, 이 드라마가 가족과 청춘을 다루는 방식이다. 많은 드라마에서 '성공'과 '사랑'이 서사의 최종 목표라면, '응답하라 1988'은 함께 밥을 먹고, 추운 겨울에 같은 이불을 덮고 자고, 시험 망친 날 옆에 누가 있어 주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즉, 인물들의 삶은 눈에 띄게 대단해지지 않아도 괜찮다는 메시지다. 이건 '스카이캐슬'의 치열한 경쟁과 스펙 쌓기 속에서 살아가는 2010년대 이후 시청자들에게 꽤 큰 위로로 다가온다. 거창한 성공 대신, 평범한 삶 자체를 소중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이 드라마의 핵심 미덕이다. '리틀 미스 선샤인'이 "1등이 아니어도 괜찮아"라고 말했다면, '응답하라 1988'은 "특별하지 않아도 괜찮아"라고 말한다.

쌍문동 골목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나 역시 한때는 그 비슷한 공동체 안에 있었는지, 아니면 앞으로 그런 관계를 만들 수 있을지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된다. 이 드라마는 "그때가 더 좋았다"라고 단정 짓지 않으면서도, 적어도 서로의 문 앞까지 걸어가 벨을 누르는 수고를 아끼지 않던 시절의 온기를 아주 세밀하게 복원한다. 마치 '이웃집 토토로'가 1950년대 일본 시골의 공동체를 복원하듯.

또, 부모와 자녀 사이의 관계에 대해 자주 생각하게 되는 사람에게도 좋은 작품이다. 부모 입장에서 보면 골목 어른들의 실수와 무능함이 '더 오피스'의 마이클 스콧만큼 낯 뜨겁게 느껴질 수도 있고, 자식 입장에서는 "저건 우리 집 이야기 아니야?" 싶을 정도로 익숙한 장면들이 쏟아진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서로에게 조금 덜 날카로웠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과, "그래도 나름 최선을 다하고 있었구나"라는 이해가 동시에 찾아온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혼자 보아도 좋지만, 가족과 함께 다시 보면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작품이기도 하다. '코코'를 가족과 함께 보면 감동이 배가 되듯, '응답하라 1988'도 세대를 넘어 함께 볼 때 더 큰 울림을 준다.

마지막으로, 인생이 너무 빠르게 흘러가는 것 같아 잠시 숨을 고르고 싶은 사람에게 '응답하라 1988'을 권하고 싶다. 화려한 사건이 없는 대신, 작은 대화와 사소한 습관들이 쌓여 인생의 풍경이 된다는 사실을 아주 천천히, 그러나 단단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를 보다 보면 어느 순간, 화면 속 쌍문동 골목이 내 기억 속 한 구석과 겹쳐진다. 그리고 언젠가 우리 각자의 1988, 각자의 골목길도 누군가의 마음속에서 이렇게 다시 '응답'하게 되리라는 생각이 조용히 스며든다.

그런 감정을 한 번쯤 느껴보고 싶은 사람에게, 이 드라마는 시간을 들일 가치가 충분한 한 편의 긴 편지다. '비포 선셋'의 마지막 장면처럼, "You're gonna miss that plane"이라고 말해도 우리는 기꺼이 비행기를 놓칠 각오로 이 골목에 머물고 싶어진다. 쌍문동 골목은 그런 곳이다. 한 번 들어가면 쉽게 나오고 싶지 않은, 따뜻하고 시끄럽고 불편하지만 그리운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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