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지민, 무대를 예술로 바꾸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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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
By 최재혁 기자

완벽주의와 따뜻함 사이, 예술가 박지민의 여정 무대 위의 한 장면이 감정이 되고, 감정이 세계를 흔들다

[magazine kave=이태림 기자]

박지민이라는 이름 앞에는 늘 ‘무대’가 있다. 그가 춤을 시작한 건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마음의 언어를 찾는 일이었다. 1995년 10월 13일 부산에서 태어난 소년은 유난히 예민한 감각을 지녔다. 눈으로 본 풍경보다 그 속의 리듬을 먼저 느꼈고, 음악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몸이 반응했다. 어린 시절 그는 부산예술고등학교 무용과에 진학해 현대무용을 전공했다. 학생 시절부터 실력이 두드러져 교내 최고 수준의 무용수로 꼽혔고, 무용 콩쿠르에서도 입상하며 무대의 중심에 설 준비를 차곡차곡 쌓았다. 선생님의 권유로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오디션을 보게 된 것도, 그런 실력을 눈여겨본 결과였다. 합격 통보를 받은 그는 2012년 서울로 올라와 연습생 생활을 시작했다.

지민은 BTS 멤버 중 마지막으로 합류했지만, 누구보다 빠르게 발전했다. 무용으로 다져진 신체 감각은 곧 음악의 리듬에 녹아들었고, 섬세한 표현력은 퍼포먼스의 중심이 되었다. 다만 그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이미 완성형에 가까운 다른 멤버들 사이에서 그는 끝없이 자신을 다그쳤다. 연습이 끝난 후에도 홀로 남아 안무를 반복했고, 거울 앞에서 표정을 교정하며 스스로를 해부하듯 분석했다. ‘무대 위의 완벽함’은 타고난 재능보다도 집요한 자기 훈련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2013년 6월 13일, 방탄소년단이 데뷔하던 날. 지민은 메인 댄서이자 리드 보컬로서 첫 무대에 섰다. 새하얀 조명 아래, 신인답지 않은 집중력으로 자신의 첫걸음을 세상에 각인시켰다. 그날 이후로 그는 단 한 번도 무대를 가볍게 대하지 않았다.

데뷔 직후 방탄소년단은 빠른 성공을 보장받지 못했다. 대형 기획사 소속이 아니었고, 음악적 방향도 낯설었다. 하지만 그 속에서 지민은 눈에 띄었다. 그의 춤에는 기교보다 감정이 있었고, 그 감정은 무대를 보는 사람들의 심장을 건드렸다. 시간이 지날수록 지민의 존재감은 팀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았다. 그는 BTS의 퍼포먼스를 시각적으로 완성시키는 아티스트이자, 음악적으로 감정을 증폭시키는 보컬리스트였다.

BTS가 성장하던 2015년 무렵, 지민은 ‘I Need U’와 ‘Run’ 같은 곡에서 음악적 전환점을 맞았다. 무대 위에서 그의 표정은 단순한 연기가 아니라 ‘감정의 흐름’이 되었다. 동작 하나, 손끝 하나까지도 음악의 감정선과 일치시키는 능력은 그만의 것이었다. 팬들은 그의 춤을 ‘서사적인 춤’이라 불렀다. 그의 무대에는 이야기가 있었다. 슬픔이든 환희든, 감정의 진폭이 무대를 통해 자연스럽게 전달됐다. 그가 춤을 추는 순간, 보는 사람들은 음악을 ‘듣는’ 것이 아니라 ‘보는’ 경험을 했다.

2016년 이후 BTS가 세계적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서 지민의 이름도 함께 빛나기 시작했다. 그는 단지 ‘춤을 잘 추는 멤버’가 아니라, 팀의 감정을 형상화하는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2016년 ‘Wings’ 앨범의 솔로곡 ‘Lie’에서 지민은 스스로를 얽매는 내면의 목소리를 표현했다. 극적인 보컬과 무대 연출은 ‘무대 예술’에 가까웠다. 팬들은 ‘Lie’를 통해 그가 단순한 아이돌이 아닌 예술가임을 깨달았다. 이 곡의 안무는 지민의 무용적 감각과 아이돌 퍼포먼스의 경계를 허물며, 그만의 상징적인 장면으로 남았다.

2018년에는 ‘Serendipity’로 새로운 지민의 세계가 열렸다. 따뜻하면서도 섬세한 음색, 그리고 사랑을 우주적 감성으로 풀어낸 무대는 세계 팬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노래가 끝난 뒤에도 관객은 숨을 고르지 못했다. 그는 단순히 노래를 부른 것이 아니라 ‘사랑의 감정’을 시각화했다. 팬들은 그 순간을 ‘지민이 예술이 되는 장면’이라 불렀다. 2020년 ‘Filter’는 또 다른 방향에서 그의 다채로움을 보여줬다. 콘셉트마다 변화무쌍하게 변신하는 능력, 자신 안의 여러 자아를 자유자재로 표현하는 연출력은, 퍼포먼서로서 그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실험이었다.

그의 퍼포먼스는 음악을 완성시키는 최종 단서였다. 무대 위에서 지민은 흐름을 정확히 읽고 감정을 끌어올린다. 그의 표정은 노래의 가사를 대사처럼 옮기고, 동작은 감정의 곡선을 그린다. 그 자연스러움이 사람을 매료시킨다. 그가 몸을 비틀 때는 절망이 느껴지고, 손끝을 펼칠 때는 구원이 느껴진다. 그래서 팬들은 그를 ‘감정의 춤꾼’이라 부른다. 그 감정의 깊이는 무대 뒤에서 흘린 눈물의 양과 비례한다. 완벽함에 대한 강박, 자신에게 가혹한 성격, 실수 후의 자책. 하지만 그 모든 과정이 있었기에 그의 무대는 완벽에 가깝다.

2018년부터 BTS는 빌보드 차트 정상을 밟으며 세계의 중심으로 향했다. 수많은 시상식과 투어를 통해 팬들의 환호를 받았지만, 그 모든 순간에도 지민은 무대를 ‘의무’가 아니라 ‘표현’으로 여겼다. 무대 전 리허설에서 그는 언제나 가장 늦게까지 남았다. 작은 틀어짐에도 다시 안무를 맞추고, 음정 하나까지 세밀하게 점검했다. 다른 멤버들이 그를 ‘무대의 완벽주의자’라고 부르는 이유다.

지민이 대중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단순한 재능 때문이 아니다. 그의 퍼포먼스는 기술을 넘어 ‘감정의 전달’을 목표로 한다. 춤은 관객과의 대화이고, 노래는 그 대화의 언어다. 그가 보여주는 것은 ‘아름다움’이 아니라 ‘진심’이다. 팬들은 그의 눈빛에서 진심을 읽는다. 무대 위에서조차 사람을 향한 온기를 잃지 않는 점, 그것이 지민의 가장 큰 매력이다.

2022년 10월, BTS의 단체 활동이 잠시 멈추며 각자의 솔로 행보가 시작됐다. 그때 지민은 자신만의 세계를 온전히 드러내기로 결심했다. 2023년 3월, 첫 솔로 앨범 ‘FACE’를 발매했다. 앨범은 지민의 내면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 자전적 기록이었다. 선공개곡 ‘Set Me Free Pt.2’는 자유를 향한 갈망을 폭발적인 퍼포먼스로 표현했고, 타이틀곡 ‘Like Crazy’는 섬세한 감정의 결을 세밀하게 그려냈다. 지민의 음색은 한층 성숙해졌고, 퍼포먼스는 더욱 예술적으로 확장됐다. 이 곡은 빌보드 ‘핫 100’ 1위를 기록하며, 한국 솔로 아티스트 최초로 정상에 오른 역사적 기록을 남겼다. ‘세계가 지민의 감정을 이해했다’는 평가가 따라왔다.

‘Like Crazy’의 뮤직비디오는 사랑과 상실, 그리고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오가는 서정적인 작품이었다. 팬들은 그것을 ‘지민의 영화’라 불렀다. 화면 속 그는 고독을 마주하는 청년이자, 동시에 감정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예술가였다. 이 시기 지민은 예술가로서의 자신을 자각했다. 인터뷰에서 그는 “무대를 할 때마다 내가 사라지고 감정만 남는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 말처럼 그의 무대는 언제나 진짜였다.

2023년 말 그는 글로벌 패션 브랜드의 앰배서더로 활동하며, 패션계에서도 주목받는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무대 밖에서도 세련되고 자연스러운 존재감은 ‘지민 스타일’이라는 단어를 낳았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본질을 잊지 않았다. 음악이 자신의 중심이라고, 자신은 결국 무대 위에서 살아있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지민은 2025년 12월 전역 이후 다시 무대로 돌아왔다. 군 복무 중에도 팬들과의 연결을 잃지 않았고, 자작곡 스케치를 통해 새로운 음악을 준비했다. 2026년 3월 20일로 예정된 방탄소년단의 완전체 컴백은 그에게 또 다른 시작이자 귀환이다. 이번에는 ‘예술가 박지민’으로서의 색이 팀 안에서도 더 짙게 드러날 것이다. 그는 현재 두 번째 솔로 앨범 작업을 병행하며, 음악적 스펙트럼을 R&B와 모던 팝으로 확장하고 있다.

그의 미래는 방향이 아닌 깊이로 설명된다. 이미 정상에 올랐지만, 여전히 완벽을 향해 나아간다. 그는 언제나 ‘감정의 중심’에 있다. 화려한 무대 뒤에서도, 조용한 밤에도, 팬을 향한 따뜻함은 변하지 않는다. 지민의 무대는 곡의 일부가 아니라 ‘예술의 완성’이다. 그가 걸어온 길은 퍼포먼서의 역사를 새로 쓰는 여정이었고, 앞으로의 길은 예술가로서의 숙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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